문학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꽃 입술 열고 항의하는 송장풀 꽃 입술 열고 항의하는 송장풀 옛날에는 왕의 이름에 개똥이가 있었고 정승이 된 사람 이름도 도야지가 있었다 한다 그건 그야말로 옛날 말이다 요즘에 그런 이름 지어주면 가만 있겠냐 그런대로 괜찮은 이름도, 멀쩡한 이름도 법원 가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바꾼다더라 땅 위에 이름없..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취하면 생각나는 부용 취하면 생각나는 부용 땅을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이 내일 다시 오마 하고 떠나갈 때면 시원한 바람이 손을 흔들어 주고 하늘도 정육점 조명을 켜니 술꾼이 안주 걱정 시작한다 웬수 같은 태양이 내일 다시 와 등짝에 콩을 볶아 대든 말든 지금은 달 친구 있는 하늘이 좋아 그대 한잔 나 한..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여리여리한 어리연꽃 여리여리한 어리연꽃 새로운 세상 꿈꾸다가 연못에 떨어져 버린 작은 별 친구들 놀고 있는 우주로 돌아가고 싶건만 어떻게 왔나 모르듯이 가는 법 알 수 없고 간다고 반길지조차 걱정스러워 여린 가슴만 조마조마 연못에 떠다니며 어두운 수면 밝혀주어 보았으나 반사 빛만 허공에 맴돌..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입술을 깨문 소황금 입술을 깨문 소황금 무엇이 그리 그리운가요 붉은 입술이 퍼렇게 되어가고 있네요 울고 싶으면 울어 버리세요 그렇게 입술만 깨물면 가슴이 멍들어 버린답니다 황금의 가치보다 큰 것이 정이란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어요 속으로만 삭이지 말고 자주색 입술 열어 사연을 말해 보세요.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좁쌀보다 작은 이삭여뀌 좁쌀보다 작은 이삭여뀌 마음에 꽃이 있는 사람만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꽃 굳이 꽃이라 표현할 이유 없건만 무시당하면 서러울까 두려워 붉은 광채 내며 꽃이라 한다 자존심 세우며 높이 솟아올라 좁쌀 알갱이 달고 있는 꽃 안개가 모여 이슬 만들고 아침 햇살이 조명으로 비추니 등에..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숲 속의 신비, 버어먼초 숲 속의 신비, 버어먼초 어느 스님이 고행을 하다가 숲 속에 꽂아 놓은 지팡이인가 어두컴컴한 이 사바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피안의 별을 그려보며 빛이란 하얀 색일 것이고 별이란 각이 진 노란 모양으로 추측 공력을 기울여 본다 불심이 있으면 어떻고 불성이 없으면 또 어쩌랴 별처럼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금불초의 자비 금불초의 자비 황금빛 자태는 부처님 후광 어느 곳에서 자리 잡아도 모든 중생 찾아오기 쉽게 밝은 빛 비춰준다 이타행의 모범 보이려 어린잎일 땐 나물로 노란 꽃 피워 민간처방 말려서도 한약재 역할 어찌 인간뿐이랴 모든 식물에 빛 밝혀주고 벌 나비에게 꿀 나누며 시범 보이는 자비..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부처꽃의 자세 부처꽃의 자세 물가에서 연꽃을 바라보다가 연꽃을 대신하게 되었단다 본래 불성이 있었는데 갑자기 불성을 얻었다고 하여도 도통 반응이 없다 바람이 불어도 태양 빛이 따가워도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천굴채로 불린들 어떨까 두렁꽃이라 해도 무관하다 약..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해오라비난초의 날개 해오라비난초의 날개 보고 싶다 너무나도 보고 싶다 강 건너 안갯속에 서 있는 그대를 보고 싶다 이역만리 떨어져 혼자 살아가는 그대를 보고 싶다 지구가 아닌 우주의 먼 행성에서 사는 그대를 보고 싶다 날개가 있다면 황새의 새하얀 날개가 있다면 우아하게 훨훨 날아 그대 있는 곳에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수풀 속에 숨어 있는 여우팥 덤불 속에 숨어 있는 여우팥 아침 되어 눈을 떠 보아도 어두침침한 세상 더듬더듬 잡히는 대로 잡으며 밝은 빛 비치는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힘들면 잠시 쉬기도 하고 몸에 양분도 축적하고 땅속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힘을 내 다시 몸을 일으키곤 사는 게 다 그렇지 푸념도 하면서 언제나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연꽃의 숨결 연꽃의 숨결 눈 감고 있어도 훤히 비치는 느낌 그대의 숨결 눈을 크게 뜨고 바라다보면 오히려 멀어지는 그대의 숨결 고운 자태를 넓은 연잎 속에 숨기려 하지만 그 숨결 더 멀리 퍼지고 은은한 향기는 물속에 감추려 하지만 오히려 숨결은 밖으로 드러나니 시공을 초월해 있는 듯 없는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비아냥 받는 사위질빵 비아냥 받는 사위질빵 비가 많이 오면 홍수 난다 하지만 사랑엔 적당함이 없다 눈치도 없고 체면도 없어 남이 무어라 말하든 개의치 않는다 뒤에서 비웃어도 좋고 대놓고 욕을 한들 어떠랴 사랑이란 원래 맹목적이고 무한정이어야 사랑이라 했다 그런 사랑 때문에 장모의 지나친 배려로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학이 물어다 준 약초 짚신나물 학이 물어다 준 풀 짚신나물 그대가 아픈 몸 나을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찾아올 수 있답니다 그대가 배고픔을 면할 수 있다면 어떤 음식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대가 조금이라도 만족해한다면 그것은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보람이랍니다 그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왜 방울꽃이라 하는지 몰라 왜 방울꽃이라 하는지 몰라 왜 방울꽃이라 부르는지 나도 정말 모르겠어 생기기는 시골 마을회관 지붕에 달아 놓은 투박한 스피커 같은데 있는 곳도 숲 속의 습하고 그늘진 나무 밑 귀신 소리나 들리는 곳인데 맑은소리 낼 것 같은 예쁜 은방울꽃이나 금낭화에겐 너무나 미안스러워 어찌..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수행 중인 한라개승마 수행 중인 한라개승마 도란 홀로 깨닫는 진리라 하여 가능한 속세와 멀리 떨어져 높은 산 바위 곁에 자리 잡았지만 바람도 구름도 혼자이길 용납하지 않고 사사건건 간섭하니 항간에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던가 도를 닦으면 무언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봄에 잎이 나와 여름엔 꽃 피우며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밤의 요정 달맞이꽃 밤의 요정 달맞이꽃 그대 날 보러 기다리고 있나요 그렇게 웃지만 말고 말 좀 해보세요 유혹하지 말아요 밤이 되면 괜스레 허전해지고 말벗이 필요하다는 것 잘 알잖아요 열대야를 어찌 알고 한 여름철에만 슬며시 나타나 보일만 한 곳에서 손짓하며 마음을 울렁이게 하나요 달이 뜨면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야성미 뽐내는 엉겅퀴 야성미 뽐내는 엉겅퀴 줄기엔 가시 잎엔 톱니 힘센 동물들 겁주어 견제한다 현란한 색과 은은한 향기 작은 곤충들 줄줄이 몰려든다 산과 들 수 없이 많은 존재 여러 야생화 속 당당함 과시한다 봄부터 겨울까지 피어 있으며 알 듯 모를 듯 무게 지킨다 꽃 뭉치 속 수백의 작은 꽃들은 낙하..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등골나물의 복잡한 꽃 등골나물의 복잡한 꽃 벌이 다가와 무슨 꽃이냐 물어보아도 답변을 주저주저한다 나비가 앉아 왜 이리 복잡하게 사느냐고 물어도 말을 하지 않는다 꿀이 필요하면 꿀을 갖고 가고 향기가 필요하면 맡고 가면 되지 무슨 말이 많으냐고 한다 사연이 있기에 이렇게 태어났고 또 그렇게 살아..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칡꽃으로 무엇을 할까 칡꽃으로 무엇을 할까 도시의 술독에 찌든 처남 여름휴가 대비해 술은 담아 놓았고 초등학교 동창생 모이는 곳 옛날 다방에 갖다 주고 차에 띄워달라고나 할까 효소 만드는 아낙들의 수다엔 다시 한번 산에 올라가 꽃을 따오는 것으로 외면하고 말려서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제약회사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돌가시나무의 비밀 돌가시나무의 비밀 찔레꽃이라 불러주지만 꽃 아닌 나무랍니다 바닥에 붙어서 밟힘 당해도 나물도 풀도 아닌 나무랍니다 기다란 줄기로 기어 다녀도 덩굴 아닌 나무랍니다 돌 틈에서 자라고 가시가 있어 그냥 돌가시나무라고 합니다 오해가 가끔은 좋을 때가 있어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업보 많은 수국 업보 많은 수국 결혼식 꽃다발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일부종사해야 하는 아녀자의 마음에 영향 줄 새라 집안에 들이지도 못하던 꽃이었는데 속세의 번뇌를 잊고 냉정한 자세로 불성을 찾으라며 사찰의 경내에서 수행을 독려한 꽃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웨딩플래너의 손끝에서 변덕과..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거지덩굴 꽃의 독백 거지덩굴 꽃의 독백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 애당초 없다 화려하다는 평가는 더더욱 바라지 않고 멋스럽다고도 생각지 않으며 우아하지도 못하다 잘 안 보이면 수줍어한다거나 작은 꽃에는 앙증맞다는 말을 붙이지만 황금 왕관을 쓴 이 몸에는 어떤 수식어도 없다 보통 사람은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소리 듣는 갯메꽃 소리 듣는 갯메꽃 바닷바람이 무어라 하던가 산속의 나무는 잘 자라고 시냇물 굽이굽이 흐르고 있으며 곡식도 잘 익고 있다 하던가 물고기가 바닷속에서 토론하는 소리 갈매기의 먹이 다툼 파도가 속삭이는 옛날이야기 멀리서 하소연하는 뱃고동 턱밑에서 재잘거리는 모래의 움직임 작..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더위 먹은 개곽향 더위 먹은 개곽향 꽃을 피우려면 밑에서부터든지 위에서부터든지 아니면 동시에 피던지 뒤죽박죽 꽃잎도 크려면 크고 작으면 작고 동그랗든지 길쭉하든지 제멋대로 줄기에 이파리까지 털이든 가시든 제대로 나던지 잎에 톱니가 나면 톱같이 보여야지 개념이 없어 여름철에 가끔 이상한..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예민한 꿩의다리 예민한 꿩의다리 밭이랑 사이에 알 수 없는 문자 남기면서 잽싸게 달려 나가 덤불 속으로 들어가더니만 꺽 꺽 울어 댄다 큰 지진이 오려나 진공관이 들어있어 미세한 땅의 진동 알아채는 꿩의 다리가 떨고 있다 어느 여름날 수풀 속에서 하얀 꽃 피운 꿩의다리도 공기의 흔들림을 느끼며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가까이 하기엔 위험한 협죽도 가까이하기엔 위험한 협죽도 숨이 막힐듯한 저 아름다운 여인은 분명 꿈속에서 본 그 사람 모습 같은데 햇볕에 반사된 빛이 눈 부셔 영롱한 물방울로 변해 버린 채 그만 안갯속에 숨어 버리고 만다 멀리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무서운 독이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빛을 타고 실핏줄 속..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바닥에서 웃는 딱지꽃 바닥에서 웃는 딱지꽃 장마가 끝나니 매미가 소리 지르기 시작하고 딱지꽃은 바닥에서 웃는다 장마 때는 사는 곳에 늘 물이 고여 간신히 물 밖으로 턱 내밀었는데 바람이 콧속으로 물줄기 넣어 숨은 캑 캑 눈물은 자르르 정신까지 오락가락 장대 같은 빗줄기 때릴 땐 수 없는 자맥질 그랬..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바다 지킴이 갯강활 바다 지킴이 갯강활 큰 파도 뒤에 숨어 있는 저것이 해로운 침입자는 아니겠지 세찬 바람을 이기고 눈을 부릅뜬 채 위풍당당한 자세로 바닷가에 서서 갯강활은 임무 수행 중이다 어떤 땐 조약돌과 갯바위 순비기와 구럼비나무 문주란, 갯무, 갯장구채 등등 모든 바다 병졸 지휘하며 적의 ..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타래난초의 수줍음 타래난초의 수줍음 풀 속에 조용히 숨어서 남의 시선 받을세라 곁의 풀잎으로 얼굴 반쯤 가리고선 웃는 듯 마는 듯 그윽한 미소 짖고 있구나 앞으로 나서도 보고 싶고 말도 하고 소리도 듣고 싶지만 부끄러운 마음만 가득 옆으로 뒤로 빙빙 돌고 봉 타고 오르면서도 힐끔거리네 그렇게 기.. 문학/시-야생화 2013. 10. 7. [스크랩] 계요등이 등불 켜다 계요등이 등불 켜다 여름철 한낮의 땡볕이란 뜨겁기만 하지 밝지는 못해 덤불 속과 바위틈 어둠에 묻힌 채 빛이 무엇인지 모르니 작은 등불 켜고 희망 주리라 밤하늘의 푸른 달빛은 그윽하긴 하여도 너무나 희미해 동물들이 가야 할 길 밝혀주지 못하여 미망에 헤매게 하니 작은 초롱 한.. 이전 1 ··· 99 100 101 102 103 104 105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