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 문학/시-야생화 2021. 3. 25. 겹동백의 고뇌 겹동백의 고뇌 유유 겨울의 불타는 정열이면 충분하거늘 여름의 붉은 장미가 부러워 호기심일까 만용일까 지나친 불사름에 심장이 터져 오른다 너무나도 아름다움을 사랑했기에 비밀스러운 사랑을 추구했기에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그리움을 갈무리 다른 존재란 오해가 두렵다 겨울 견딘 봄은 짧고 기온은 왜 자꾸 빨리 오르기만 해 가지를 붙잡은 손의 힘은 빠져 가는데 기다림의 순간이 아득하기만 하다. 문학/시-야생화 2019. 3. 19. 제주도 야생화 시집을 펴내며 제주도 야생화 시집을 펴내며/유유 한라산 앞을 가렸던 구름이 ‘구겨졌다 펴졌다’를 반복한다. 박무같이 연한 면사포 분위기를 보여 곧 백록담의 정상 모습이 보이려니 했는데 금세 진한 장막을 치고 얼굴을 숨겨 버린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매일 아파트 거실 창문에 비치는 한라산.. 문학/시-자연 2018. 12. 17. 물 한 잔 물 한 잔/유유 부족함이 없는데도 느끼는 갈증 타는 그리움이 뼛속에서 나와 피부의 땀구멍 막고 있는 현상 답답하게 만드는 존재란 무엇일까 부드럽게 굽이굽이 흘러가는 혈액순환이었는데 자존심 나뭇가지 걸리고 돈 바위에 막히고 사회생활에서 나온 이런저런 자갈들이 쌓이다 보니 .. 문학/시-자연 2018. 12. 4. 묵상 묵상/유유 아무런 생각 없다면서 머릿속 마음속에서 보려 하고 들으려 하고 끊을 수 없는 애욕의 순환 겉은 정지해 있지만 소용돌이치는 4차원의 내면에서 돌고 돌아 얽혀버리는 광선 줄기는 갈라지는 가닥 굉음은 무성이고 보이는 것도 모두 다 허상이니 서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돌이 .. 문학/시-자연 2018. 12. 3. 철사줄 아닌 줄사철나무 철사줄 아닌 줄사철나무/유유 능력이라곤 독한 추위에도 푸른 세포 잃지 않는 것 열대 식물들은 뜻을 모를 일이다 재주라곤 돌담 타거나 바위와 나무에 기어오르는 것 땅바닥 풀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어쩌다 보니 거꾸로 읽어 강하고 질긴 철사줄이 되었는데 강함이란 억지로 약하다.. 문학/시-자연 2018. 12. 2. 그 섬이 보이는가 그 섬이 보이는가/유유 예전엔 사람이 살았었고 그리고 바람만이 남아 있다가 게들도 떠나고 난 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그 섬이 보이는가 그림자라도 흔들린다면 있었다는 증명이라도 하늘에 알린 터인데 갯내음조차 흔적 없으니 버려진 배만 쓸쓸하게 맴돈다. 문학/시-야생화 2018. 11. 30. 낙환들 꽃이 아니랴만 낙환들 꽃이 아니랴만/유유 붉은 눈물 켜켜이 쌓이면 기다리던 임이 온다 하였건만 새조차 침묵을 지키는 어느 장원의 오후 내일 새벽엔 찬 서리가 내린다 했는데 흙 안 보이는 땅바닥이야 걱정 없겠지만 해체된 꽃잎 보호해 줄 이불 마련하기는 어려워라 저대로 마르고 말라 바람에 몇 .. 문학/시-자연 2018. 11. 28. 수직의 삶 담쟁이덩굴 수직의 삶 담쟁이덩굴/유유 힘들지 않냐고!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삶이 어디 있을까 적당히 불어주는 바람 있으면 축복 조금씩 올라가 더 멀리 볼 수 있는 행복 속에 산다 담벼락 타고 가서 한 번도 남의 물건 훔쳐본 적 없다 아니 담 너머 경계선조차 넘보지도 않고 남을 못살게 휘감거나 .. 문학/시-야생화 2018. 11. 27. 겨울을 준비하는 송악 겨울을 준비하는 송악/유유 계절의 수레바퀴가 어김없이 돌아가니 이제 곧 눈이 오겠지 태양의 햇살이 저렇게 힘없는 것 보면 땅속의 추위가 벌떡 일어날 거야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해 세찬 바람에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게 지네 발 내밀어 꼭 붙잡고 있어야 하고 하얀 눈이 덮여도 이겨 .. 문학/시-야생화 2018. 11. 25. 한라돌쩌귀의 아픔 한라돌쩌귀의 아픔/유유 그리워 너무도 그리워서 더 이상 아플 수 없을 정도로 멍들고 멍들은 가슴 부여잡고 서 있어라 기다림 기다리는 세월은 어느새 일 년을 보냈는데 이 가을 다 가도록 소식조차 없어라 버티자 억척스런 모습으로 머리에 투구 쓰고 몸 보호하며 그 님 올 때까지 오래.. 문학/시-야생화 2018. 11. 24. 참식나무의 고독 참식나무의 고독/유유 높은 산 숲 속에 숨어 잎사귀마다 물 구슬 한 알씩 달고 그 무엇인가를 기다리던 옛 추억 햇살 내리쬐는 돌담 옆 뜨락에 자리 잡아 졸고 있는 고양이 벗해 지나가는 사람만 바라보던 엊그제 기억 무료한 세월 이젠 물가에서 꽃도 피워보고 열매도 달아보고 어쩌다 .. 문학/시-야생화 2018. 11. 21. 계절을 돌리는 좀딱취 계절을 돌리는 좀딱취/유유 들꽃 순례자들의 종착역 아직 못 본 꽃 많은데 앨범을 접으라 하는가 가랑잎 사이에서 찾아낸 코딱지만 한 바람개비는 부서져 가는 얼굴로 꽃쟁이의 허탈한 탐방에 위로의 쓴 웃음을 보인다 계절이란 돌고 도는 것이라고 좀딱취를 보고 난 후의 허전함 그래도.. 문학/시-야생화 2018. 11. 20. 고고한 물매화의 위선 고고한 물매화의 위선/유유 가을 녘 사그라져가는 잡초 속에 함초롬히 고개 내민 고결한 기품 사진작가 가슴 뛰게 한다 햇볕 나른한 동산 언덕에 들국화류 무시한 순백의 가녀린 모습 지나는 등산객 영혼 빼앗는다 얼마를 기다리고 그렇게 찾았던 임 만난 순간 되도록 고귀한 자태로 유.. 문학/시-자연 2018. 11. 19. 이나무에 달린 열매 이나무에 달린 열매/유유 소원을 빌어보세요 주렁주렁 열매 걸어 놓았으니 못다 이룬 꿈을 들어줄지 몰라요 사랑 점을 쳐 드릴까요 마법사에게 빌려 온 희망 주머니 있어 좋은 것 가르쳐 줄지도 몰라요 다른 나무 신경 쓰지 말고 이나무 달린 열매에 집중해 보세요 무언가 깨달을 때까지... 문학/시-야생화 2018. 11. 18. 꽃까지 쓴 자주쓴풀 꽃까지 쓴 자주쓴풀/유유 쓴맛이 어떤가 사랑의 달콤함을 맛보았기에 쓰다는 것 알아 피부엔 닭살이 돋고 코에선 비가 내리며 눈에서 번개 치더니 귀에서 천둥소리 들린다 쓴맛은 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맛보는 것이니 사모의 정이 단약으로 뭉쳐있고 뇌 속엔 그리움의 옹이 .. 문학/시-야생화 2018. 11. 17. 갈대의 노래 갈대의 노래/유유 호수나 바다의 물가에 살고 있다네요 산에서 사는 억새와 다르지만 이름 같이 불러도 상관없어요 모양새가 비슷하다고 같은 인생 아니지만 나고 죽는 것은 별 차이가 없지요 바람과 친하지는 아니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바람과 더불어 사는 생명이니 바람 친구라 불러도 .. 문학/시-야생화 2018. 11. 15. 진한 유혹 목서 향 진한 유혹 은목서 향기/유유 첫사랑의 설렘을 잃어버린 그대여 이 향기가 기억나지 않는가 머리를 흔들어도 결코 떨치지 못하는 은밀한 유혹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흔적은 실타래처럼 엉키어 바람에 휘날린다 가까이 오리라 그리곤 곧 목서 향에 혼이 빼앗길 것이니라. ......................... 문학/시-야생화 2018. 11. 14. 참선 중인 연화바위솔 참선 중인 연화바위솔/유유 어디서 와서 어느 곳으로 가는가 참된 나를 찾는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본성을 간파하기가 어찌 쉬울까마는 기왕 연화대에 앉았으니 화두 하나 잡고 수행에 들어가 본다 그러나 있는 곳이 바닷가 바위 절벽 굉음의 파도 소리에 날카로운 바람의 비명 배고픈 .. 문학/시-야생화 2018. 11. 13. 짭짜래한 갯개미취 짭짜래한 갯개미취/유유 힘들게 물질한 뒤의 잠깐 휴식은 돌코롱 코시롱허고 엄청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은 쫍지롱해야 한다는 제주 바닷가 동네 사람들 맛나지 않은 갯것이야 무엇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더 좋아하는 그것 아이들은 달아나는 게 남자 어른은 구멍 속의 낙지 여자들은 조개 .. 문학/시-야생화 2018. 11. 12. 대낮이 좋은 별나팔꽃 대낮이 좋은 별나팔꽃/유유 밝은 대낮에 별을 볼 수 있는 눈 하늘 그 자리에 늘 있는 별이기에 보인다 하면 보이는 것일 뿐 밤에 반짝이는 것이 별이기에 낮에는 별 없다 그래도 별나팔꽃은 낮에 별과 통신 보내는 것인지 듣는 것인지 낮 시간 길게 쓰고 있다. ........................................ 문학/시-야생화 2018. 11. 9. 봄 열매 준비하는 보리밥나무 봄 열매 준비하는 보리밥나무/유유 굽이굽이 장이 꼬이는 소리 험난한 보릿고개 높기는 왜 저리 높고 길기는 왜 이리 길기만 하던가 초근목피도 호사라 흙 파먹느라 손톱조차 뽑혔노라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엔 수확을 하여야 한 해 농사 이리저리 떼이고 겨우 남은 부스러기 말린 푸성귀 .. 문학/시-야생화 2018. 11. 8. 소금 꽃 해국 소금 꽃 해국/유유 밀물은 왔다가 썰물 되면 돌아가고 남는 것은 하얀 알갱이 몇 알 그래서 기다리는가 햇볕도 좋고 바람도 늘 있으니 더 못 기다릴까만 파도가 머리로 바위 부수며 하얀 피 흘릴 때 세월은 수평선 너머로 가물가물 검은 바위야 하얀 소금이 얼마나 애가 탔으면 까만 덩어.. 문학/시-야생화 2018. 11. 7. 갯질경의 숙취 해소 갯질경의 숙취 해소/유유 누가 마시랬나 각성하고 싶어서 각성이란 술이 깨어 정신 차리는 것이니 일단 취해야 하는 법 과음 다음 날의 엄청난 고통과 후회가 있다면 그것이 곧 각성 시행착오의 연속은 술 탓으로 돌리면 된다 그런데 바닷가에서 마시면 금방 깨는데 숙취 해소 효능의 갯.. 문학/시-야생화 2018. 11. 6. 붉은 구슬 토하는 덩굴용담 붉은 구슬 토하는 덩굴용담/유유 오죽하면 붉은 사리 만들어 입에 물고 있을까 그리우면 그립다 말을 하면 될 것을 애틋한 한만 속으로 갈무리 피조차 토하지 못해 구슬로 뭉쳐버린 그리움 영롱한 붉은 구슬 땅에 떨어질라 아니 차라리 흙이 될 지어라 이생에 못 이룬 꿈 땅에서 새로 시.. 문학/시-야생화 2018. 11. 5. 한라꽃향유 꿈동산 한라꽃향유 꿈동산/유유 어서 올라오세요 조금은 밟아도 괜찮으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대의 꿈동산이 되기를 바란답니다 무엇이 보이나요 사람 없으니 지지고 볶고 싸우고 그런 모습 없고 자동차도 없으니 귀가 편하다고 하고 오늘따라 잔잔한 바다 그렇지요 평화스러운 바다가 .. 문학/시-야생화 2018. 11. 4. 개쑥부쟁이의 가을 정취 올해의 원물오름엔 개쑥부쟁이가 아주 오래 가는 것 같네요 9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여 11월에도 싱싱한 채 한라꽃향유와 더불어 자리 경쟁하고 있습니다. 한라꽃향유는 내일 다뤄볼까 합니다. 개쑥부쟁이의 가을 정취/유유 가을바람 쓸쓸하니 산방산도 외로워 보이는구나 어찌하여 오늘.. 문학/시-야생화 2018. 11. 3. 양미역취 평가 양미역취 평가/유유 우리 밭 옆에 누가 꽃꽂이를 해 놓았다 잡초만 무성하고 그 속에 쓰레기도 가끔 보이는 밭둑에 말이다 노오란 꽃다발이 석양의 한라산을 벗하고 서 있으니 밭일하는 데 힘을 보태준다 쟤들보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무서운 존재라고 했던가 아니면 관청에서 유해식물.. 문학/시-야생화 2018. 11. 2. 못 본 척하는 묏미나리 못 본 척하는 묏미나리/유유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을 찾으려 흐릿한 불투명 유리 속을 또렷이 바라다보는 맹인의 눈동자 해 넘어간 하늘에 잔영으로 떠오른다 보게 되면 그리고 또 알게 되면 빛의 충돌이 상식을 깨버리는 굉음으로 작동해 삼킨 침 뱉으려 물구나무서서 손으로 걸어 다.. 문학/시-야생화 2018. 11. 1. 가을 머금은 방석나물 가을 머금은 방석나물/유유 가을을 한껏 머금은 푸른 하늘을 보았노라 정원엔 국화 향기 맴돌고 산봉우리들이 서로 화려한 명품 옷 색깔 자랑하게 되면 산사의 계절 밥상은 오히려 수수해질 때 바닷가 방석나물 속앓이한다 정녕 바다를 사랑했던가 짠물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단 말인.. 문학/시-야생화 2018. 10. 31. 뚜껑덩굴의 뚜껑 열릴 때 뚜껑덩굴의 뚜껑 열릴 때/유유 뚜껑이란 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닫혔으니 열어야 하지만 아무 때나 함부로 열리면 무엇인가 날아간다 무슨 뚜껑 필요할 땐 쉽게 열리면 좋으련만 뚜껑 안 열려 실랑이 벌이는 여인의 얼굴 달아오르면 뚜껑은 뚜껑이 아니고 깨야 되는 물체 된다 뚜껑덩..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