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문학/시-야생화 2025. 1. 2. 눈 속의 겨울딸기 눈 속의 겨울딸기 깊은 산사에 사는 스님은 겨울이 다시 돌아와 눈이 많이 쌓이면 속세의 얽힌 티끌 가져오는 이 아무도 없기에 오로지 참선 수행의 기회 지난 한 해는 유난히 사연이 많았기에다 잊고 싶기도 하고이런저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도 않으니깨끗한 눈 속 세계가 좋아라 눈 속에서 존재감을 자랑하고 싶은겨울딸기도 한 몫 거드네계절을 반복하며 무던하게도 수련해 왔기에붉은 사리 되어 빛을 내도다. 겨울딸기; 한라산 중산간 숲속 바닥에 바짝 붙어 자라는 상록 덩굴성 반관목으로 제주도에서는 한탈, 저슬탈로 부르기도 한다. 가을에서 겨울에 이르기까지 빨간 딸기를 맺어 겨울딸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8월에 흰색의 꽃을 피우고 열매는 식용 가능하며 한매엽과 한매근이란 약명으로 강장제 등 다양한 분야.. 문학/시-자연 2024. 10. 20. 산담에 숨어있는 역사 산담에 숨어있는 역사 삶과 죽음 사이에 만들어진 경계선 넘나든 이 누구일까 사연이 있었기에 역사도 있고 전설도 전해지고 후세로 이어지는 상징인 듯 비석의 글자는 희미해지고돌로 된 수호 석물도 비바람에 깎여 분간 못할지라도무덤의 울타리는 역할 준수굳건히 지켜왔다 그래서 긴 시간 무슨 무슨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데어떻게 읽어야 할까비밀의 공간에 들어 있는 사연은 입에서 입으로그러나 이젠 바람도 잊었다고 하더라! 산담; 제주 지역의 무덤 주위로 네모지거나 둥글게 둘러싼 돌담을 말하며 무덤이 망자의 집이라면 ‘산담’은 망자의 집 울타리인 셈이다. 산담 한쪽에는 신이 드나드는 출입문인 ‘시문’을 만들었다고 하는 등 사연이 많이 들어 있다. ‘산담’은 제주도에 돌이 많아서 무덤을 팔 때 나온 돌.. 문학/시-야생화 2024. 8. 18. 추억을 기록한 논둑외풀 추억을 기록한 논둑외풀 메뚜기 잡으려 비틀거리며 걷는 논두렁길 발걸음 소리 놀란 개구리 옆으로 튀고 물뱀도 잽싸게 곡선 그리는데 어린아이들 콧노래 제목은 없다 우렁이 비명은황새의 배부른 웃음소리이제 물꼬 싸움은 잊은 지 오래 논바닥엔 오리 발자국 깊숙이 남겨져 있고 점점 고개 숙이는 벼 이삭은 내년의 날씨를 걱정한다 농부의 낫질에 살아남았어도겨울엔 떠나야 하는 논둑외풀이런저런 사연 책갈피에 기록누군가 논두렁 다시 찾을 때 자세히 알려 주려나 보다. 논둑외풀; 중부 이남의 논둑이나 물가 등 습지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로 고추풀이라고도 한다. 줄기는 곧추서며 높이 8∼20cm 정도로 밑에서부터 가지를 치며 자란다. 잎은 마주나고 긴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8∼9월.. 문학/시-야생화 2024. 8. 2. 신령스러운 영주풀 신령스러운 영주풀 지하에서 조용히 솟아올라온 어떤 유령 어둠 타고 흐르는 존재감 안테나 세우고 그를 찾아다니는 꽃쟁이들 달빛에 물들어야 전설이 된다고 했지만어두운 숲은 밤낮 구분 없기에늘 설화가 춤춘다 보고 싶어 이슬로 세안한 후개미 흉내 낮은 포복으로 기어 다녀 보지만보이는 듯 눈 깜빡하면 다시 안 보이는진한 사연 품은 영주풀. 영주풀; 한라산 남쪽 숲속에서 자라는 희귀한 부생식물이다. 2007년 발견되어 2011년 학계에 공식 발표되었는데 신령스러운 구슬이라는 의미의 靈珠에서 제주도의 옛 이름 瀛州로 바뀌었다고 한다. 사는 곳이 나무 밑 어두운 곳이고 크기가 3~10cm에 불과하며 줄기도 가늘고 진한 보라색이라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꽃은 7~8월에 암수가 한줄기에 같이 핀다. 문학/시-야생화 2024. 7. 21. 문주란이 사는 곳 문주란이 사는 곳 맨 처음 태어난 곳은 어디일까 요즘엔 본적 자체를 없앤다고 했는데 왜 따져 자리 잡고 살면 그곳이 고향 이것저것 알면 뭐 해 성은 글월 문자 文 씨요이름은 朱蘭느낌이 여자 이름이라고 생각된다면 그리 알면 되고그냥 곱게만 보아주면 될 일 보통은 바닷가 모래밭에서 모여 살건만때로는 산에서도 살고요즘엔 도시의 화분에서도 억지로 살아야 하는 운명거주이전의 자유란 말인가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뭐어디라도 정붙이고 살면 그런대로 한 평생여름날 흰 꽃 피울 수 있으면 만족오로지 사는 곳에 모래 한 줌 있으면 족하다 하거늘! 문주란; 제주도 토끼섬 해변의 모래밭에서 군락으로 모여 자라는 다년생 식물이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어 있다. 본래 열대지방에서 사는 상록성 식물인데.. 문학/시-야생화 2024. 7. 18. 천마(天馬)가 된 천마(天麻) 천마(天馬)가 된 천마(天麻) 명약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하여 찾으러 갔건만그림자 흔적조차 없는 숲속여기저기서 새소리만 비웃음으로 울려 퍼지네 인간은 살아가면서 왜 병들고 아파야만 하는가그래서 의사도 약도 필요하겠지만명의는 깊은 산속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 모양 숲속의 천마를 누가 보았다고 했는데인간의 추한 욕심 보기 싫어그 천마는 날개 달고 이미 하늘로 가버린 것을! 천마; 깊은 산의 숲속에 사는 여러해살이 기생식물로 굵고 긴 덩이줄기를 가지고 있다. 몸이 마비되는 홀어머니를 모시는 효녀가 하늘에서 떨어진 약초를 구해 병을 치료했다는 전설이 있어 예로부터 한방 및 민간처방에 진경, 경락 등의 중요 약재로 꼽힌다고 한다. 숲에서 숨어 살지만 7~8월에 길게 꽃대를 올리는 탓으로 인간의 손을 .. 문학/시-야생화 2024. 1. 30. 설련화(雪蓮花) 설련화(雪蓮花)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계곡엔 여우의 슬픔이 잠들고 칼바람 휘몰아치는 산봉우리 위에선 늑대의 울음소리 흐르는 전설의 고향 산에서 피는 연꽃이 있을런가 그것도 차가운 눈 속에서 곱게 피는 꽃이 정말로 있을까나 달빛이 없어도 설화는 기록되고 천년마다 반복되는 사랑은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 전해졌다고 한다 설련화에 얽힌 전설이란 신선과 요괴가 내기로 만들어 낸 봄의 기대일 뿐인데! 설련화(雪蓮花); 복수초의 다른 이름으로 설련화, 눈색이꽃, 얼음새꽃이라고도 한다. 눈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정확히 말해서 눈 속에서 피는 꽃은 없다고 한다. 다만 꽃이 핀 후 눈이 내려 덮이면 마치 눈 속에서 꽃을 피운 것처럼 보일 뿐이다. 꽃말은 "영원한 행복" 복수초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제주도에.. 문학/시-야생화 2023. 12. 25. 전설의 겨울딸기 전설의 겨울딸기 전설은 꿈 귀 쫑긋 세우고 무릎 종종 다가갈 때 옛사람은 나지막하게 속삭이고 가슴은 열린다 달빛에 물들어 춤추는 이야기 효자는 떠나도 여우는 남아 있는 모양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는 시간이 멈춰진다 며늘아기야 겨울딸기나 한 접시 내 오렴 사찰의 종소리 들려오기 시작하면 옛날얘기 해줄까 보다. 겨울딸기; 한라산 중산간 숲속 바닥에 바짝 붙어 자라는 상록 덩굴성 반관목으로 제주도에서는 한탈, 저슬탈로 부르기도 한다. 가을에서 겨울에 이르기까지 빨간 딸기를 맺어 겨울딸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8월에 흰색의 꽃을 피우고 열매는 식용 가능하며 한매엽과 한매근이란 약명으로 강장제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옛날 옛적에 어느 깊은 산골에 어머니와 아들이 살았는데 어느날 어머니는 병에 걸려 시.. 문학/시-자연 2023. 8. 16. 전설의 절부암 전설의 절부암 이승에서 못다 한 사랑 저승에선 이루런가 기다림이란 희망조차 없어 목을 맨 나무 아래 낡은 갈옷 헤엄이 도와 영혼 되어 만나도다 슬픈 사연 새겨진 바윈 영원토록 변함없다네 용수마을 강사철 농부가 차귀도에 갔었는데 겨울 바다 사라진 테우 돌아오지 못할 적에 시신 찾던 고순덕 아내 순애보를 남기도다 아름다운 차귀도 일몰이여 이들 사랑 기린다네 절부암(節婦岩);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바닷가 언덕에 있는 바위로 열녀 고 씨의 절개를 기리기 위해 마련한 열녀비(제주기념물 제9호)가 세워져 있다. 조선 말기 차귀촌(현 용수리)에는 19세의 갓 결혼한 강사철과 고순덕이 살고 있었는데 강사철은 포구 앞에 있던 차귀도에서 대나무를 베어다가 바구니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어느 날 남편.. 문학/시-야생화 2023. 7. 13. 슬픈 전설의 해녀콩 슬픈 전설의 해녀콩 청상과부 모진 외로움에 실수 한번 애가 들어서고 쉬쉬하며 떼려 하다 보니 해녀까지 데려 갔다구나 어이할까나 어이할까나 남은 아이들 어찌할까나 칼날 바위 갈옷 찢어 걸고 영등신께 빌고 빌었는데 이방인의 어설픈 낙태기술 해녀콩이 해녀 데려 갔네 어이할까나 어이할까나 남은 아이들 어찌할까나 해녀콩; 제주도 바닷가에서 자란다. 꼬투리가 5~10cm 크기의 타원형으로 강낭콩 같은 갈색의 씨가 2~5개 들어 있으나 독이 있어 먹지는 못한다. 옛날 해녀들이 낙태를 위해 먹었는데 어떤 때는 양을 잘 못 계산해 산모가 같이 죽기도 했다는 제주도 해변의 애환이 서린 귀화식물이다. 꽃말은 "전설" 문학/노랫말 2023. 6. 28. 백록의 꿈 백록의 꿈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고 언제나 구름 속에 숨어 있는 저곳 한라산 정상엔 누구도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냥 먼 발치에서만 감상하도록 하라 신선과 백록이 노니는 분위기가 깨지면 백록담의 약수가 모두 말라 버린단다 봉우리가 있나 험한 바위도 있나 언제나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저곳 백록담 고인 물 누구도 보아서는 안 된다 그냥 신화 속에서만 있도록 하라 신선과 백록이 떠나서 평범한 산이 되면 한라산의 정기가 모두 사라져 버린다. 백록의 전설 옛날 한라산 기슭에 한 젊은 사냥꾼이 살았는데 아픈 어머니를 위해 사냥을 나갔다가 백록을 보게 되었다. 백록을 향해 활을 쏘는 순간 어디선가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사슴을 데리고 사라졌다. 허탈하게 서 있는 사냥꾼 앞으로 백발의 노인이 다시 나타나 백록은 한.. 문학/시-야생화 2023. 3. 21. 노랑할미꽃 노랑할미꽃 세상에서 가장 슬픔을 간직한 꽃이라고 그런 소리 말라 아직도 고리타분한 전설만을 생각하고 있는가 예전엔 환갑 넘은 노인이라고 골동품 취급했었지만 앞으론 국민 절반이 60대 이상 동네 어르신이란 말도 사전 속에 숨었다 흰 머리카락이야 염색하면 되고 잘 먹고 운동 잘하고 하니 허리도 굽지 않았으며 얼굴은 동심의 나라 노란색 그동안 꿈만 먹고 살아왔기에 아직도 생활전선에서 펄펄 날아다니고 있는 존재 노랑할미꽃의 착각이로다. 노랑할미꽃; 보통 봄에 검붉은 꽃을 피우는 할미꽃인데 푸른 빛이나 밝은 자주색을 보이는 동강할미꽃과 북한에서 자라는 분홍할미꽃 그리고 제주도의 가는잎할미꽃 등이 구분된다고 하는데 노란색으로 피는 꽃도 노랑할미꽃으로 별종으로 취급한다. 할미꽃은 4월에 핀다고 되어 있지만 전국적으로.. 문학/시조-삶 2023. 1. 27. 토끼 기다리는 절구 토끼 기다리는 절구 인간은 무정해서 쓰다가 버리나니 끝까지 사랑해 줄 누군가 그리워라 토끼는 언제 올까나 보름달만 기다린다 떡이나 국수 등을 만들 땐 쌀이나 밀을 가루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방아를 찧거나 절구에 곡식을 넣고 절굿공이로 빻아야 했는데 집집마다 구비한 절구통은 보통 나무나 돌을 파서 사용했고 작은 것은 쇠로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옛날 이야기에 의하면 달나라에서는 옥토끼가 돌절구에 약초를 찧고 있다고 하였는바 그 사연에 대한 정확한 정설은 없고 달 표면의 구림자에 대한 추측 또는 막연한 동경이나 전설이라고 한다. 문학/디카시 2023. 1. 23. 옛날얘기 옛날얘기 옛날에 아주 아주 먼 옛날에 토끼가 살았는데 거북이 속임수로 용궁에 갔었다가........ 에이~~ 또 그 얘기 재미없어라 혼자서나 중얼거리라네요! 예전엔 설날 저녁 때가 되면 아이들은 동네 어르신 사랑방에 모여서 옛날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지요 이젠 노인이 옛 이야기 시작하면 다 도망갈 것입니다. 경험이 필요했던 노인의 옛날얘기는 인터넷에 다 나온다면서 꼰대의 잔소리라고 하겠지요! 문학/시-야생화 2022. 12. 31. 눈 속의 겨울딸기 눈 속의 겨울딸기 깊은 산사에 사는 스님은 겨울이 다시 돌아와 눈이 많이 쌓이면 속세의 얽힌 티끌 가져오는 이 아무도 없기에 오로지 참선 수행의 기회 지난 한 해는 유난히 사연이 많았기에 다 잊고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도 않으니 깨끗한 눈 속 세계가 좋아라 눈 속에서 존재감을 자랑하고 싶은 겨울딸기도 한 몫 거드네 계절을 반복하며 무던하게도 수련해 왔기에 붉은 사리가 빛을 내도다. 겨울딸기 전설 주연이 효자일 땐 조연은 여우 주연이 효녀일 땐 조연은 호랑이 병드신 부모님 먹고 싶은 겨울딸기 반드시 구해다가 치료에 성공했던 주제는 언제나 효성이 되었는데 이제는 식상한 전설 따라 삼천리 자연산 겨울딸기는 한라산 숲속 겨울철 고운 딸기는 동네의 마트 부모님 아플 때 겨울딸기 찾을까 봐 냉.. 문학/시-자연 2022. 9. 13. 작은 폭포 작은 폭포 유유 세수를 할까 발을 담그고 옛날이야기나 할까 어릴 때 생각하면 풍덩 뛰어 들어가 멱을 감았을 것 같은데 지나가는 사람 없는 유명하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소박하기만 한 계곡엔 새소리 벗하는 작은 폭포의 전설이 속삭인다 바위 부술 일 없고 큰 소리로 다투지 않아서 좋고 속세란 무엇이던가 청빈한 선비가 아직도 살아 있나 보구나! 문학/시-야생화 2022. 9. 11. 좀녀의 애환 해녀콩 좀녀의 애환 해녀콩 오죽하면 해녀콩 이름 붙었을까 바닷속 물질할 때 응원해주고 시름 토해내는 숨비소리에 화답하다가 망사리 끌고 들어 오니 박수 보낸다 곁에 앉아 푸념하는 좀녀의 말 울그락불그락 심정 같이하더니 만 붉은 얼굴 새파랗게 바꾸고 모질고도 모진 얘기 속삭여 준다 뱃속 아기 생이별이 얼마나 아팠을까 칼날 바위 위에 갈옷 찢어 걸고 영등신께 잘못 빌고 빌며 검은 모래밭에 태왁 굴리면서 운명을 점쳐 보았지만 험난한 좀녀의 일생 변할 리 없었다 몸과 마음이 안타까웠던 해녀콩 여전히 멀리서 좀녀 물질 바라다본다. 해녀콩; 제주도 주변의 섬인 비양도, 토끼섬, 차귀도 등지에서 자란다. 2m 내외의 덩굴식물로 잎자루가 길고 3개의 작은 잎이 나와 주변을 덮는다. 열매 꼬투리는 5~10cm 크기의 타원형으로 .. 문학/수필과 산문 2022. 9. 5. 태풍 속의 이어도 태풍 속의 이어도/유유 날서방은 태풍이 오는 밤이 되면 매우 바쁘다. 지난해 조업 나갔다가 아직도 돌아오지 아니한 친구 집 초가지붕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새끼줄을 들고 두 시간 동안이나 일을 한 데 이어 처형네 집으로 달려가 집안으로 무너진 담장의 돌들을 밖으로 꺼내야 했고 이제 한시름 놓고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강풍으로 무너진 통시에서 도새기가 달아나자 발을 동동 구르고 어쩔 줄 몰라하는 새댁이 안쓰러워 밤새도록 도망간 돼지 새끼를 기필코 잡아 와 가두어 놓고야 말았다. 파김치가 된 몸이지만 마음만은 뿌듯하였다. 이어도에 사는 사람들은 태풍에 약하다. 큰바람만 불면 머리가 서고 닭살이 돋으며 정신도 혼미해진다. 특히 밤이 되어 바위틈을 뚫고 나오는 날카로운 칼바람 소리만 나면 뼛속이 깎이고.. 문학/디카시 2022. 8. 14. 미지의 대상 미지의 대상 무엇인가 잘 모를 때 공포심도 생겨나고 신앙도 만들어지는데 다 알면 재미없다 이제 정녕 신화와 전설은 숨어야만 하는가 실증주의가 완성되고 난 이후엔 전설이나 설화는 설 자리가 없어졌지만 종교는 여전히 살아 남았다고 한다. 인간 사회에서 과학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음이 약한 것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문학/시-야생화 2022. 8. 12. 전설의 겨울딸기 전설의 겨울딸기 유유 전설은 꿈 귀 쫑긋 세우고 무릎 종종 다가갈 때 옛사람은 나지막하게 속삭이고 가슴은 열린다 달빛에 물들어 춤추는 이야기 효자는 사라졌어도 여우는 남아 있다는 상징 폭염이 지속되는 날 밤에는 의심이 더 심해지네 설화에 대한 갈증 정말로 겨울딸기라는 과일이 존재하고 있을까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 오면 찾아가 보고 싶어라 \ 시간이 멈추자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사찰의 종소리가 흐르니 소쿠리에 가득 찬 겨울딸기가 환영으로 아른거린다. .................................................................................. 겨울딸기; 한라산 중산간 숲속 바닥에 바짝 붙어 자라는 상록 덩굴성 반관목으로 제주도에서는 한탈, 저슬탈로 부르기.. 문학/디카시 2022. 7. 29. 녹옥장(綠玉杖) 녹옥장(綠玉杖) 숲속에 버려진 신선의 지팡이 부러져버린 전설 구름도 안개도 스러지고 차 향 내음 떠나가니 이젠 더 이상 신화는 없다 참 재미없는 세상. 녹옥장(綠玉杖); 전설 속에 나오는 신선이 짚고 다니는 푸른 옥으로 만든 지팡이를 말한다. 천제가 사는 곳에 있는 녹옥수 나뭇가지로 만든 지팡이라고 하지만 보통은 푸른 대나무 지팡이를 지칭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의 글과 허난설헌의 시 그리고 신위의 [자하시집]에서 등장하는데 꿈꾸는 이상향을 상징하기도 한다. 조선 초기 학자 김종직은 신선의 녹옥장을 얻어야만 마이산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암마이봉은 계단을 설치해 놓아서 녹옥장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문학/디카시 2022. 4. 2. 두 얼굴 두 얼굴 전설도 있고 소설도 있고 영화도 있다 그렇다면 진짜도 있다는 이야기 오늘도 마주친 사람 있을지 모르는데 모르는 게 약이다. 두 얼굴은 이중인격자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말하기도 하고 하나의 신체에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을 말하기도 하며 미국 영화에서 몸이 다른 존재로 바뀌는 헐크를 지칭하기도 한다. 진짜로 그런 사람이 있을까! 그냥 모른 채 살아갑시다. 카테고리 없음 2022. 2. 8. 설중매(雪中梅) 설중매(雪中梅) 유유 다 뻥이다 누구의 시가 그리도 심금을 울렸던가 엄동설한 추위에도 향기를 팔지 않는 선비의 매화라고 참 웃긴다 정말로 눈 속에 핀 매화의 향기를 맡아 보았는가 거짓말 노래와 소설이 되고 영화도 만들고 드라마까지 등장하니 무덤 속의 매향이란 기생이 웃는다 오죽 타락한 세상이 되었으면 고고한 척해야 했나 아마 희망 사항이겠지 정의를 실현하고 어려운 사람 돕는 의적 설중매 지금도 그를 기다리는 것인지 모른다 꿈의 설중매는 겨울 가기 전에 잠깐만 찾을 뿐 완연한 봄날이 오면 매화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법 어려운 날들의 신기루 그렇고 그런 날에 우린 그렇게 살아간다. 문학/시-야생화 2021. 7. 27. 금방망이 금방망이 유유 도깨비 놀이하고 싶어 전 재산 긁어모아 아주 큰 금방망이 만들었는데 금 나와라 뚝딱 천 냥 방망이 무거워서 들 수 없으니 무용지물이라 달빛에 물들어야 아득한 설화가 된다고 했는데 전깃불 너무 밝아 도깨비 떠나고 스마트 폰 때문에 어린이 동화책도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가 버리니 금방망이는 꽃으로 변했다 노란 웃음이 해탈일까 속세의 욕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자책감일까 인간 세계에서 멀리 떠나서 살고 싶은 금방망이는 이제 더 이상 두드려질 일 없다. 금방망이; 한라산 높은 곳과 서해안 일부 섬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뿌리줄기는 짧으며 줄기는 40∼80cm로 곧추선다. 잎은 어긋나고 바소꼴로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는 짧다. 7∼8월에 밝은 황색 꽃이 피며 산방 형태로 달린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 문학/시조-삶 2021. 2. 12. 무지몽매 무지몽매 유유 돌이면 돌이라 하면 되거늘 돌이라 하지 못하는 진상들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옆 사람 눈치만 보는 회의장 결론은 어찌 되었나 전설만이 늘어난다. 문학/시-야생화 2021. 2. 5. 눈의 연꽃 눈의 연꽃(雪蓮花) 유유 함박눈 펑펑 내리는 계곡엔 여우의 슬픔이 잠들고 칼바람 몰아치는 산봉우리 위에선 늑대의 울음소리 흐르는 전설의 고향 산에서 피는 연꽃이 있을런가 그것도 눈 속에서 곱게 피는 꽃이 정말 있을까 달빛이 없어도 설화는 기록되고 천년마다 반복되는 사랑은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 전해졌다 설련화에 얽힌 사연이란 신선과 요괴가 내기로 만들어 낸 봄의 기대일 뿐인데. 설련화(雪蓮花); 복수초의 다른 이름으로 설련화, 눈색이꽃, 얼음새꽃이라고도 한다. 눈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정확히 말해서 눈 속에서 피는 꽃은 없다고 한다. 다만 꽃이 핀 후 눈이 내려 덮이면 마치 눈 속에서 꽃을 피운 것처럼 보일 뿐이다. 복수초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것은 이파리가 가늘어서 .. 문학/노랫말 2021. 1. 24. 겨울딸기 전설 겨울딸기 전설 유유 주연이 효자일 땐 조연은 여우 주연이 효녀일 땐 조연은 호랑이 병드신 부모님 먹고 싶은 겨울딸기 반드시 구해다가 치료에 성공했던 주제는 언제나 효성이 되었는데 이제는 식상한 전설 따라 삼천리 자연산 겨울딸기는 한라산 숲속 겨울철 고운 딸기는 동네의 마트 부모님 아플 때 겨울딸기 찾을까봐 냉장고 구석마다 알차게 채웠을까 효심은 아이들 딸기잼 되어가니 호랑이 여우가 슬피 우는 전설들. 겨울딸기; 한라산 중산간 숲속 바닥에 바짝 붙어 자라는 상록 덩굴성 반관목으로 제주도에서는 한탈, 저슬탈로 부르기도 한다. 가을에서 겨울에 이르기까지 빨간 딸기를 맺어 겨울딸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8월에 흰색의 꽃을 피우고 열매는 식용 가능하며 한매엽과 한매근이란 약명으로 강장제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었다.. 문학/디카시 2021. 1. 6. 눈물의 씨앗 눈물의 씨앗은 사랑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눈이 흘리는 눈물은 고드름이란 열매를 맺고 오래된 전설을 말해 주지만 그 고드름 안에는 씨가 없더라! 문학/시조-삶 2020. 12. 6. 책장 사이 책장 사이 유유 누구를 불러다가 펼쳐 보라 할까나 보아도 모를 터인데 조바심에 멍든 가슴 비밀은 모를 때에만 알아준다 하거늘 사라진 책갈피를 찾으려 하지 말라 페이지 숨긴 것은 이유가 있다마다 신화란 모를 때에야 가치가 증폭된다네 응회환[ tuff ring ] 수성화산 분출에 의해 높이가 50m 이하이고, 층의 경사가 25°보다 완만한 화산체를 말한다. 제주도 수월봉의 경우 응회환을 구성하는 화산쇄설물의 두께는 일반적으로 10~100m 정도이며, 비교적 신선하고 변질되지 않은 상태로 층리가 뚜렷이 발달한 화쇄난류 및 낙하 기원의 응회암으로 이루어졌다. 문학/시조-삶 2020. 9. 29. 주름살 주름살 유유 달빛에 물들어 가면 전설이 된다 했거늘 부질없는 다리미질 마음조차 늙게 하네 세월의 흔적이란 건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인 것을 고산 수월봉의 응회암 수월봉은 지하 깊은 곳의 지각(地殼)에서 상승하는 마그마가 물과 만나서 격렬한 폭발로 만들어진 수성화산(水性火山)으로 응회환(tuff ring)이다.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당산봉은 같은 성질의 수성화산이지만 응회구(tuff cone)로 서로 구분된다. 수월봉 ‘화성쇄설층’이라는 말은 주로 화산재를 비롯한 화산성 물질들이 부스러기 형태로 층층이 쌓여 있다는 뜻이다. 화산재는 물론 화산 모래, 현무암이 부셔진 화산 자갈과 탄낭구조를 이루는 바위 덩어리의 화산탄까지 모두 섞여 있다. 쇄설층이라는 용어가 일본식 한자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