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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문

김일성대학을 나온 쿠바의 어느 흑인, 알도

김일성대학을 나온 쿠바의 어느 흑인, 알도

 

 

 

관타나메라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관타나모의 농사짓는 아가씨여

나는 종려나무 고장에서 자라난

순박하고 성실한 사람이랍니다

내가 죽기전 내 영혼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관타나모의 농사짓는 아가씨여

내 시의 구절들은 연두빛이지만

정열은 늘 활활타는 진홍빛이랍니다

나의 시는 상처를 입고

산에서 은신처 찾는 새끼사슴이랍니다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관광객을 태운 여객기가 수도 아바나의 호세마르띠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기장의 착륙 완료 멘트가 나오면 승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비행기가 착륙하면 무사 안착을 축하하는 박수가 없는데 쿠바에서는 독특한 관례가 있는 모양이다.

북한 다음으로 폐쇄된 독재국가인 쿠바가 그러하다면 북한은 어떠할까 생각해본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붉은 색 셔츠를 입은 흑인이 나타나 자신이 현지 가이드라며 인사를 한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도 그 나라 사람이 가이드를 맡는 경우는 처음 본다. 대부분 한국인 또는 교포나 학생들이 현지 가이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바는 자국민을 꼭 현지 가이드로 하도록 하고 있단다. 붉은 색 셔츠도 가이드 유니폼이라 한다.

 

알도라고 이름을 소개한 그는 입국 수속을 도와주며 공항 밖으로 나올 때가지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출입국장을 마음대로 드나들었다.

아바나 공항 내에는 다른 나라보다 경비가 삼엄했다. 덩치 큰 탐색견들이 5마리나 있었고 경찰인지 군인인지 하는 사람들이 10명이나 여기저기서 서성거렸다. 수하물이 나오는 시간이 무척이나 오래 걸렸다. 프랑스의 드골공항에서 온 수하물들은 스치로폼이나 비닐로 칭칭 감겨있는 것이 많은 것을 볼 때 짐을 다루는 것이 무척 험한 모양이었다. 부서진 물건이 없으면 다행이라 했다. 공산국가이니까........

 

 

 

 

 

흑인 가이드 알도는 작고 아담하지만 조용한 곳에 자리잡은 호텔로 안내했다.

그는 호텔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쿠바의 관광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쿠바가 경제적으로 많이 낙후되어 있고 정치는 경직되어 있다는 점이 반영되어 몇년 전부터 외화벌이 차원에서 미국인을 제외한 외국 관광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관광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하도록 정부의 지침이 내려와 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공산독재국가임에 따라 여행사나 가이드나 모두다 공산당원임을 은근히 시인하는 말도 했다. 가이드가 공항을 마음대로 드나들고 근무자들에게 지시조의 말을 하는 것도 그랬다.

 

 

 

 

 

쿠바에서의 단 하루 일정에 비가 왔다. 아침 호텔 복도에 물이 찰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는 것과 흑인 가이드와는 무관하지만 검고 어두운 날과 서로 연상을 시키면 아주 무관하다고도 볼 수 없다는 강짜를 부려 본다.

 

 

 

 

 

비옷 복장을 한 동상이 눈에 띄였다. 아바나는 비 오는 날이 얼마나 많았으면 우비를 입은 동상까지 설치해 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도는 미국이 쿠바의 수도를 하바나로 불러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하바나로 알게 했다고 비판하면서 스페인어로 h 발음은 묵음이기에 꼭 아바나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도는 흑인이다. 쿠바는 스페인이 점령을 하고 지배를 시작하면서 거의 모든 원주민인 인디오를 죽였다. 씨를 말렸다.

그리고 흑인 노예들을 데려다 일을 시켰다. 다른 중남미 국가와 다른 점도 여기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쿠바 인구 1,100만명 중 백인이 50% 이상이고 백인과 흑인 사이의 혼혈인인 뮬라토족이 30%, 완전 흑인이 10% 정도 된다고 한다.

멕시코와 폐루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이 백인과 인디오의 혼혈인인 메스티조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과 다르다.

물론 흑인과 인디오 간의 혼혈인인 삼보가 아주 적은 수가 있고 농업 이민 온 중국인 등 동양인도 조금 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아바나 주민들 대부분이 백인들이다. 뮬라토는 안 보이는 슬럼가에 산다. 관광객도 백인들 밖에 없다.  

그런데 알도만 유일하게 흑인이다.

그는 체코에서 유학한 후에 다시 북한 김일성대학을 입학해 조선어학부 4년을 마치고 모스크바에서도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백인들 세계에서 노예 출신의 흑인이 국가가 보내 주는 유학을 여러 나라에서 했다면 그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음을 반증한다.

그의 한국어 실력은 상당했다. 억양과 스페인식 발음을 감안하면 나무랄바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긍지도 대단했고 부지런하고 매사에 성심성의를 보였으며 농담과 재치성 말도 잘 했다.

 

 

 

 

 

쿠바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7명 있다고 한다. 그 중 알도가 최고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했다. 김일성대학을 나온 한 여성이 한국어의 1인자인데 쿠바 공산정부에서 통역관으로 근무하며 자신은 2번째라고 했다.

알도는 한국인 관광객이 쿠바에 들어오면 무조건 자신이 가이드를 하게 된다고 한다. 공산당의 힘이다.

그렇지만 그는 자유민주주의의 물이 완전히 들어있다. 북한에서 유학을 했으면서도 북한의 세습 정국에 대해 비판적인 말도 했다.

빨갱이 소리를 듣는 것이 싫다고도 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좋고 한국산 자동차와 TV가 매우 좋다고 했다.

돈을 많이 벌면 꼭 한국을 가 보고 싶다고 했다.

국가 홍보 차원에서 그를 초청하여 판문점을 보여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알도는 모든 관광객들에게 그러하듯이 쿠바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스페인을 거쳐 미국이 지배하다가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공산국가로 독립시켜 현재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82세)가 통치하고 있으며 정신적으로는 공산화를 지도한 체게바라와 시인 호세 마르띠를 숭배한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신시가지의 정부청사와 기념탑이 있는 혁명광장을 거쳐 구시가지의 아르마스(무기)광장에서 성당을 비롯한 옛 스페인 양식 건물을 관람시킨다. 물론 슬럼가와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는 뒷골목도 보여주었다.

 

 

 

 

 

 

알도는 쿠바가 남자보다 여자가 많기 때문에 항시 남자들은 여자를 돌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도 3명의 여자를 더 부양하고 있다고 한다. 축첩이라는 말이 별로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니라서 둘러댄것이지만

얼마나 솔직하고 재미있게 들리는 말인지 모른다. 한 번 만나는 관광객들에게 그는 무엇이든 솔직한 편이었다.

 

쿠바에는 낡고 쓰러져가는 건물들이 매우 많았다. 돈이 없어서 쉽게 보수하지 못한다고 한다. 돈이 매우 아쉬운 나라였다.

 

 

 

 

 

 

그런 쿠바에 돈을 최고 많이 벌게 해 주는 것이 미국인 헤밍웨이다.

미국이 쿠바를 다스릴 때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쿠바에서 살면서 그의 최고 작품인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을 썼다. 

 

 

 

 

 

 

그가 아바나에 머물 때 투숙했던  플로리다 호텔에 관광객이 몰린다. 쿠바에 다른 특별한 관광지가 없다보니 헤밍웨이의 흔적이 있는 곳은 어김없이 관광객이 찾고 가이드들도 이곳을 안내한다.

 

 

 

 

 

오죽하면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해 기도까지 서 있게 하겠는가.

 

 

 

 

 

 

헤밍웨이가 묵었던 호텔의 바는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차나 술 한잔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간이 악단이 노래를 한다. 텔레비젼에서는 축구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것이 왠지 부조화를 느끼게 하고 있다.

 

 

 

 

 

 

"완딸라내라"

 

쿠바의 큰 섬 모양이 악어를 닮았다. 섬의 끝 편 그러니까 악어의 입 근처 지방을 관타나모라고 한다. 미국이 지배할 당시 이곳에 미군 부대를 주든 시켰으며 미국이 떠난 후에도 지금까지 이 곳을 점령하고 있다. 그러다가 세계의 주요 흉악범들을 관타나모 교도소에 집어넣고 있어 국제적으로 인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곳이다.

 

그런 관타나모에 관한 노래가 있다.

쿠바 사람 누구나 부르고 있고 제2의 국가 정도로 인정되는 노래로서 쿠바 전통 민요에 호세 마르띠가 시를 적어 넣은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소개되어 한 때 애창된바 있다고 한다. 

 

  

 

관타나메라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관타나모의 농사짓는 아가씨여

나는 종려나무 고장에서 자라난

순박하고 성실한 사람이랍니다

내가 죽기전 내 영혼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관타나모의 농사짓는 아가씨여

내 시의 구절들은 연두빛이지만

정열은 늘 활활타는 진홍빛이랍니다

나의 시는 상처를 입고

산에서 은신처 찾는 새끼사슴이랍니다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관타나메라를 스페인어로 하면 "꽌따나메라" 발음이 나오는데 3명으로 구성된 악단들은 한국인 관광객이 나타나면 근처로 와서  노래를 하면서 "완딸라내라"로 흥얼거린다. 분명 알도가 코치를 해 준 것 같다. 아무리 다시 들어봐도 "완딸라내라"로 들린다.

할 수 없이 관광객들은 1달러씩 내야 한다.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게..

 

 

 

 

 

헤밍웨이 바에서는 보통 그가 먹었던 술을 한 잔씩 하게 된다. 사탕수수로 만든다는 럼주에 라임 등 몇가지를 첨가해서 캭테일을 하게 되고 그 이름을 모히또라고 했다. 특벽한 맛은 없었지만 그냥 기념으로 마셨다.

알도에게도 한 잔 권하니 단숨에 들이켰다.

그에 대한 기억은 오래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