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자연 문학/시-자연 2018. 12. 4. 묵상 묵상/유유 아무런 생각 없다면서 머릿속 마음속에서 보려 하고 들으려 하고 끊을 수 없는 애욕의 순환 겉은 정지해 있지만 소용돌이치는 4차원의 내면에서 돌고 돌아 얽혀버리는 광선 줄기는 갈라지는 가닥 굉음은 무성이고 보이는 것도 모두 다 허상이니 서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돌이 .. 문학/시-자연 2018. 12. 3. 철사줄 아닌 줄사철나무 철사줄 아닌 줄사철나무/유유 능력이라곤 독한 추위에도 푸른 세포 잃지 않는 것 열대 식물들은 뜻을 모를 일이다 재주라곤 돌담 타거나 바위와 나무에 기어오르는 것 땅바닥 풀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어쩌다 보니 거꾸로 읽어 강하고 질긴 철사줄이 되었는데 강함이란 억지로 약하다.. 문학/시-자연 2018. 12. 2. 그 섬이 보이는가 그 섬이 보이는가/유유 예전엔 사람이 살았었고 그리고 바람만이 남아 있다가 게들도 떠나고 난 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그 섬이 보이는가 그림자라도 흔들린다면 있었다는 증명이라도 하늘에 알린 터인데 갯내음조차 흔적 없으니 버려진 배만 쓸쓸하게 맴돈다. 문학/시-자연 2018. 12. 1. 자연의 습작 노트 자연의 습작 노트/유유 해석이 어려워 제자리 뛰기도 하고 구르기도 해보건만 오래전 지나간 바람만 원망스럽다 자연의 습작 노트 호수 같은 수면이나 백사장 같은 모래 위는 금세 지워지기에 무슨 사연 남겼는지 몰라도 괜찮았는데 바위 표면은 오래 남아 있어 괜스레 머리 아프게 한다.. 문학/시-자연 2018. 11. 29. 마가목 지팡이 짚은 노인 마가목 지팡이 짚은 노인/유유 지팡이 효능 좋아 무릎과 허리 아픔 사라지고 비 오는 날에도 신경통 오지 않으니 신통방통하다며 춤을 추다가 지나가는 말을 때려 한 방에 죽인다 정공등이라는 노인 온갖 병든 몸뚱이 질질 끌며 천 년 묵은 산삼만 찾아다니더니만 갑자기 산삼 버리고 마.. 문학/시-자연 2018. 11. 28. 수직의 삶 담쟁이덩굴 수직의 삶 담쟁이덩굴/유유 힘들지 않냐고!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삶이 어디 있을까 적당히 불어주는 바람 있으면 축복 조금씩 올라가 더 멀리 볼 수 있는 행복 속에 산다 담벼락 타고 가서 한 번도 남의 물건 훔쳐본 적 없다 아니 담 너머 경계선조차 넘보지도 않고 남을 못살게 휘감거나 .. 문학/시-자연 2018. 11. 19. 이나무에 달린 열매 이나무에 달린 열매/유유 소원을 빌어보세요 주렁주렁 열매 걸어 놓았으니 못다 이룬 꿈을 들어줄지 몰라요 사랑 점을 쳐 드릴까요 마법사에게 빌려 온 희망 주머니 있어 좋은 것 가르쳐 줄지도 몰라요 다른 나무 신경 쓰지 말고 이나무 달린 열매에 집중해 보세요 무언가 깨달을 때까지... 문학/시-자연 2018. 3. 9. 큰봉의꼬리 큰봉의꼬리/유유 석양의 광채를 받아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는 봉황새 꿈속에서 보았다며 해몽해달라는 그 봉황새 상서롭고 존귀함의 상징인 새 중의 왕 오직 상상 속에서만 사는 영물 단 한 번 열리는 죽실만을 먹고 벽오동나무가 아니면 절대 깃들지 않으며 일단 날개를 펴면 천 리를 .. 문학/시-자연 2018. 2. 27. 골칫거리 도깨비가지 골칫거리 도깨비가지/유유 참으로 이상하다 많이 있었으면 좋은 것은 늘 적게 있고 적었으면 한 것은 왜 많아지며 멀어지기를 원하면 더 가깝게 접근하는가 발가락 무좀은 가장 작은 골칫거리 북한 김정은의 핵미사일 장난은 가장 큰 골칫거리 없으면 좋겠지만 분명히 있어 스트레스 받.. 문학/시-자연 2018. 2. 25. 모람의 방황 모람의 방황/유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눈 내리기 전에 눈이 쌓이면 그대는 창백한 벌판에서 기러기 날아가는 모습 바라보며 길 찾아 헤매겠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비 쏟아지기 전에 비가 오면 그대는 미끄러져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일어나길 반복할 때 밤이 찾아오겠지 돌무덤도 .. 문학/시-자연 2018. 2. 24. 구럼비 소리 비웃는 까마귀쪽나무 구럼비 소리 비웃는 까마귀쪽나무/유유 천덕꾸러기 까마귀쪽나무가 갑자기 우상이 되고 보니 멋쩍은 헛웃음만 웃어대네 제주도 망나니 식물 중의 하나 구럼비라 불리며 바닷가 소금 바람 좋아하는 나무 길가에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거나 밭둑 돌담에 기대어 있거나 여기저기 혼자 또는 .. 문학/시-자연 2018. 2. 15. 직박구리의 간식, 멀구슬 직박구리의 간식, 멀구슬/유유 나무에서 세파에 단련된 구슬 맑은 날이면 더없이 좋겠지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어대든 악천후 모두가 약재가 되어 단약을 만들어 낸다 약방문은 없어도 하늘과 땅의 이치 스스로 터득해 넣고 빼고 하는 약재의 조절 능력 뛰어나니 약효야 더없.. 문학/시-자연 2018. 2. 12. 또 한겨울 보낸 팽나무 또 한겨울 보낸 팽나무/유유 이번 겨울엔 눈이 많이 왔었던가 춥기는 했던가 수백 년간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다 보니 무감각 언제까지 찬바람 맞으면서 누드 쇼를 해야 할까 늙어서 보여주는 알몸 부끄러워도 얼굴 붉히지 못하는 심정 어이하리 또 실패한 것 같다 독이 오를 대로 오른 겨.. 문학/시-자연 2018. 2. 10. 청미래덩굴의 뿌리 청미래덩굴의 뿌리/유유 꾸불꾸불 울퉁불퉁 길어버린 집념 안 가는 곳 없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약효의 유령들 땅속에서 길을 잃어버릴까 붉은 열매 점점이 땅 위에 인식표 달아 놓고선 고산준령에서 바다로 떠난다 가는 길 알아챌 수 있다면 토복령이 흘린 땀방울 호로병에 쓸어 .. 문학/시-자연 2018. 2. 8. 백팔번뇌가 뭉쳐진 염주 백팔번뇌가 뭉쳐진 염주/유유 무명은 미혹의 근본이라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 놓고 싶지 않은 그리움 어쩌랴 차라리 염주 집어 던지고 자유롭고 싶어라 안이비설신의 6개 감각기관은 욕심 따라 작동 어찌 통제가 쉬울까 손때 묻은 염주 속에 꽁꽁 뭉쳐져 박혀있으니 중생의 삶이란 그런 .. 문학/시-자연 2018. 2. 3. 금식나무의 무늬 금식나무의 무늬/유유 죄 있는 인간을 완전무결한 사람으로 전환시키는 그런 기도는 철학자의 돌에서 나오고 먹어서 신선이 될 수 있는 선약 만드는 곳은 쇳가루 많이 나오는 제련공장 금을 만드는 연금술사의 땀방울이 금이 될 수 있다면 모래 뒤지며 사금 찾기보다는 원자번호 만들어 .. 문학/시-자연 2018. 2. 2. 오아시스를 꿈꾸는 흰대극 오아시스를 꿈꾸는 흰대극/유유 사막엔 길이 없으니 어두운 밤길 밝히는 달이 필요할까마는 오아시스엔 물이 있어야 달도 고향도 비춰 볼 수 있으리라 누가 야자수를 자르고 있는가 야자나무 아래 매어 놓은 낙타가 도망가고 책 읽던 나그네는 쓰러지니 샘물이 말라 버리는구나 잘린 야.. 문학/시-자연 2018. 2. 1. 정겨운 이름 버들참빗 정겨운 이름 버들참빗/유유 은빛 찬란한 긴 머리에 숨어든 세월 참빗이 머리칼 하나하나에 매일같이 문안 인사드려도 경대의 거울은 전혀 반응이 없다 반닫이 속으로 다시 들어갈 때까지 분주한 참빗에 할머니의 손은 떨리지 않으며 가르마 타고 쪽지는 눈매는 그윽하기만 하다 설마 버.. 문학/시-자연 2018. 1. 31. 노란 천연염료 치자 노란 천연염료 치자/유유 전 부칠 때 왜 노란색 나는 치자물을 넣었을까 노란빛 부침개에 쓰인 글 읽던 선비는 쥘부채 두드리며 다듬잇돌 주변을 맴돌면서 어렵다 소리만 연발했었다 자연과 교감하던 옛사람들의 정취는 생활에 주눅 들어 사금파리 따라 땅으로 들어가고 언젠가 송홧가.. 문학/시-자연 2018. 1. 30. 아직 팥배가 남아 있어요 아직 팥배가 남아 있어요/유유 눈이 내렸으니 맛이 들었을까 팥배나무 아래에서 선정 베풀던 소공을 그리워하다가 직박구리에게 혼나고 말았네요 보릿고개 굶주림이야 아낙이 더 심각하다면서 봄날 팥배나무에 매달아 놓은 편지 누가 답신 달았나 찬바람 휘감는 겨울에 찾아봅니다 너.. 문학/시-자연 2018. 1. 28. 후박나무 후박나무/유유 식목일 나무를 심을 때 나는 첫 번째로 후박나무를 선택하고 싶다 후박이라는 이름이 살갑고 두텁다는 뜻에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큰 덩치가 거센 바람 막아주고 한여름철의 그늘이 좋은 것은 덤이다 배가 아플 때 곁에 있는 약손으로 확실한 역할 기대하는 것도 중요하긴.. 문학/시-자연 2018. 1. 27. 인동덩굴의 처세술 인동덩굴의 처세술/유유 풀이되면 어떻고 나무라 한들 무슨 상관 난세에 적응하는 처세술의 고수 빈 손바닥 허공을 움켜쥐는 공허함을 배우고 칼바람 비탈길에서의 강인한 자세 폭설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참새들의 재잘거림 사계절이 원망스러울까 성공하니 금메달 은메달 내친.. 문학/시-자연 2018. 1. 26. 온실이 그리운 만년청 온실이 그리운 만년청/유유 온실 속의 화초가 되기보다는 야생의 잡초가 되련다 말로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인 줄 아는가 따뜻하지만 좁은 곳이 아닌 추워도 넓은 곳에서 살고 싶다 꿈 깨셔 만 년은 고사하고 하루살이도 되기 어려울 주제에 어찌하여 보호받고 살아야 할 신세가 되었던고 .. 문학/시-자연 2018. 1. 24. 연구 대상 동백나무겨우살이 연구 대상 동백나무겨우살이/유유 돋보기가 필요할까 현미경과 망원경으로 보는 서로 다른 세상 기껏해야 눈으로 보는 정도 원심분리기의 성분 분석도 나열에 불과하다 오해와 진실의 차이 남의 몸에 빨대 꽂고 피 빨아 먹는 존재이며 몇 년 내 신세 진 나무 죽인다 그래서 죽은 나무 본 .. 문학/시-자연 2018. 1. 23. 바위 절벽의 고란초 바위 절벽의 고란초/유유 저 멀리 흐르는 물아 물이 보이니 더 갈증에 애간장 탄다 긴 기다림의 몸부림은 야위고 야윈 바람조차 원망하게 만들고 닳아가는 바위벽 얼마나 더 견딜지 세월에게 묻노라 허공에 떠다니는 물아 천 년을 살아온 이 이파리에 쉬었다 가렴 그래서 잎끝에 물방울 .. 문학/시-자연 2018. 1. 22. 진피의 효능 진피의 효능/유유 마음이 치유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 했기에 마음 정진 우선이라 이를 위해 맑은 하늘과 신선한 공기 가득 찬 곳 찾는 길손의 걸음걸이 바쁘다 저기 가는 저 길손아 마음 치료에는 향기도 필요하단다 꽃과 열매에서 태어난 감귤 향 맴도는 곳 우선일지니 험난한 길 찾느라 방황 말아라 껍데기는 가라 아니다 버리면 쓰레기 쓰면 명약이란 말 바로 여기에 있다 감귤 껍질의 마법 속에. .......................................................................................... 진피; 귤껍질 말린 한약재를 말한다. 색이 붉을수록 좋고 오래될수록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맛은 쓰고 성질은 따뜻한 것으로 분류되어 위장병에 주로 처방되었으.. 문학/시-자연 2018. 1. 21. 머귀나무 喪杖 머귀나무 喪杖/유유 가시 하나 손바닥에 찔리면서 어찌하여 어머니 마음 피멍 들게 하였나 가시 또 하나 가슴속에 못 박으며 왜 엄니 애간장을 시커멓게 태웠던가 가시 하나마다 어머니 주름살 패인 사연 그려지고 가시 하나마다 엄마의 정겨운 손 온몸을 휘감는다 이 상장대 손 놓으면 .. 문학/시-자연 2018. 1. 19. 콩배나무의 겨울눈 콩배나무의 겨울눈/유유 크고 작음이란 어떠한 눈이 보는 것인가 큰 집(大家), 큰 학교(大學), 큰 나라(大國), 큰 우주(大宇宙) 큰 것은 무조건 좋은 것 그리 작지도 않은 인간의 마음이 너무 작은 탓이로다 왜 작으면 콩알일까 작은 물방울 모이면 바다가 될 수 있다는 말 정말일까 크기 위.. 문학/시-자연 2018. 1. 18. 곶자왈의 밤일엽 곶자왈의 밤일엽/유유 바람이야 있든 없든 푸른 흔들림 몇억 년을 살아왔을까 바윗덩어리 틈바귀에 얽힌 진한 사랑의 몸부림 이젠 미련이란 단어 잊었다 낱장 한 장 한 장에 새겨진 설화 해독할 이 누구 없을까 음습한 곳에 가득 채워진 험한 전쟁의 내력 이젠 생존이란 말도 없다 물 흐.. 문학/시-자연 2018. 1. 16. 겨울 채소 방울양배추 겨울 채소 방울양배추/유유 동글동글한 꿈이 구른다 방울이 바램이란 사계절 무난하게 사는 것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서 구르다가 인간 눈에 뜨였나 보다 뭉치고 뭉친 이파리 비타민 한 장에 단백질 한 장 엽산, 칼슘, 칼륨, 마그네슘 또 또 또 한 장 한 장씩은 벗기지 말아달라 한다 한겨..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