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문학/시-야생화 2017. 5. 29. 사연 잃어버린 피뿌리풀 사연 잃어버린 피뿌리풀꽃 /유유 생각이 안 나요 무언가 사연이 있긴 분명히 있는데 망각의 굴레에 매여 있는 탓인지 잘 기억나질 않아요 슬픈 사랑을 가슴에 안고 이역만리 멀고 먼 섬으로 와서 선홍색 핏빛 토하면서 전하고 싶은 사연 나도 몰라요 모른 척 할래요 푸르른 풀밭에 뿌려진.. 문학/시-야생화 2017. 5. 28. 바닷가의 땅채송화 바닷가의 땅채송화/유유 파도 한번 치고 나면 합창 시작 태초에 하늘이 있었고 그리고 땅 아닌 갯바위 옆에 내가 있고 옆엔 아무도 없고 ··· 바닷바람 지나며 땡 해도 무시 목 터지도록 노래하는 땅채송화 파도 왔다 밀려가면 춤추기 시작 빨간색 바지 물에 젖고 파란 상의 헤져도 노.. 문학/시-야생화 2017. 5. 27. 초록 비녀 옥잠난초 초록 비녀 옥잠난초/유유 풀어헤쳐라 누굴 위해 고운 머리 빗을 거며 무슨 품위 있다고 옥비녀 꽂을 것인가 비녀 깨지는 소리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가지고 간다 바람이 부축하며 무정한 세월아 초록색 비녀의 사연이나 지워 주렴아. .......................................................................... 문학/시-야생화 2017. 5. 26. 알쏭달쏭 덩굴민백미꽃 알쏭달쏭 덩굴민백미꽃/유유 아리송해 백미꽃은 멍든 사랑의 진한 자주색 민백미꽃은 밝은 얼굴 하얀색 긴가민가 덩굴민백미꽃은 초록색 흰색 갈색 분홍색 멀쩡하게 서 있다가 갑자기 덩굴로 변해 무엇을 감으려 한다느냐 알쏭달쏭 어설픈 실타래야 아리까리한 식물이 왜 우리만인가 .. 문학/시-야생화 2017. 5. 25. 밝은 슬픔 노란별수선 밝은 슬픔 노란별수선/유유 풀 속에 숨어서 그것도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잠시 밝게 웃어 줘야 하는 슬픈 운명 세상에 사랑할 것이 그리도 많은데 하필 빛을 사랑하게 되었나 순간에 불과한 빛을 이젠 더 이상 하늘에 노란색 별은 없다 모두 땅에 떨어져 노란별수선 되었으니. ................. 문학/시-야생화 2017. 5. 24. 양지가 좋은 흰그늘용담 양지가 좋은 흰그늘용담/유유 사랑에 갈증 난 이 몸이 어찌 그늘에 살까 그늘을 먹고 자란 꽃은 음악이요 그림은 밝은 빛으로 백지가 된다 하지만 음악도 미술도 알 수 없는 높은 곳에선 오로지 태양만을 사랑하고파라 음지란 무엇이고 양지란 또 무엇이던가 음지가 양지 된다는 말은 왜 .. 문학/시-야생화 2017. 5. 23. 벽에 못 거는 차걸이란 벽에 못 거는 차걸이란/유유 높은 나무에 매달려 대롱대롱 붙잡고 있는 팔은 얼마나 아플까 이 무슨 업보란 말인가 청사초롱은 달았나 당에 촛불 켜니 굿이 시작되려는가 색종이 오려 이 가지 저 가지 걸어놓고 무슨 굿판 벌이려 하는가 바람아 너무 세게 불지 말아다오 비도 너무 많이 .. 문학/시-야생화 2017. 5. 22. 생명의 교훈 멀구슬나무 생명의 교훈 멀구슬나무/유유 하늘을 배경으로 땅을 거울삼아 갈 곳 찾아본 후 언제든 갈 수 있는 자유분방함 봄이 돌아와 새잎 나오는지 꼭 확인해야만 씨를 버리는 자기 사랑 벌레도 세균도 접근 금지라 잎과 줄기 그리고 뿌리 항생제 생산하는 방어능력 봄철 꽃은 아름다움 여름 잎은 .. 문학/시-야생화 2017. 5. 21. 작약 이야기 고향 잊은 지 오래된 작약 유유 따사로운 햇살에 깜박 졸았는데 꿈결에 산에서 내려왔던 그때가 보여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고향 떠난 지 아마 천 년은 넘었을 것이라는 망각의 강이 펼쳐진다 흰 무명천으로 걸쳤던 옷은 오색찬란한 비단으로 바뀐 지 오래 바위도 유혹할 수 있는 향기를 풍.. 문학/시-야생화 2017. 5. 20. 실거리나무 꽃다발 실거리나무 꽃다발 /유유 아차 하면 이미 갈고리에 걸려버리는 실수 어찌하면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까 다시는 정신 차리자고 백번도 넘게 맹세했건만 현란한 황금의 빛깔 머리를 어지럽히는 욕망의 향기엔 순간을 잃는다 인연에 걸린 보풀을 빼며 덫이 된 꽃다발 주인을 원망한 채 마음.. 문학/시-야생화 2017. 5. 19. 백양더부살이의 참선 백양더부살이의 참선/유유 하늘에 별이 몇 개 한 손바닥에서 나는 소리 들으려 안팎으로 쪼아야 하는가 죽비 떨어지는 소리 빗나가니 문 없는 문을 두드리며 헐 선방에 밤이 찾아왔도다 이슬 내리는 소리 요란 할 때. ............................ 백양더부살이; 쑥이 있는 곳 쑥 뿌리에서 기생하.. 문학/시-야생화 2017. 5. 18. 털진달래 사는 곳 털진달래 사는 곳/유유 조릿대가 무서워 사는 곳 그리 좋은 땅 아닌데 여기저기 주변엔 온통 돌무덤뿐이요 아주 적은 물기 머금기에 노력이 필요하고 겨울철 칼바람에 견뎌야 하는 고통은 또 어떠하던가 오월이 되면 진분홍 치마로 고원을 덮는 모습 부럽던가 등산객 많이 찾아와 감탄하.. 문학/시-야생화 2017. 5. 17. 서귀포 좋은 국화잎아욱 서귀포 좋은 국화잎아욱/유유 육짓것은 아니고 외지껏인 모양인데 아무 곳에서나 발붙이고 되는대로 사니 그냥 검질 되었어라 태생이 따뜻한 지방이라서 한국에서는 서귀포가 제일 살기 좋은 곳 바닷가든 돌담 밑이건 은근슬쩍 주저앉아 납작 엎드리면 시비 거는 사람 없어라 토종이 별.. 문학/시-야생화 2017. 5. 16. 설앵초라고 해요 설앵초라고 해요/유유 친구라곤 바람밖에 없다네요 할 수 없죠 높은 산에서 태어나 그렇게 살아가야 할 그런 운명 타고났으니 그러려니 받아들여야 하지요 그래도 가끔은 일부러 찾아주는 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럴 땐 조금은 붉은 빛이 더욱 빨개지곤 한다네요 가슴도 두근거.. 문학/시-야생화 2017. 5. 15. 종이 인형 나도수정초 종이 인형 나도수정초/유유 유령일까 아니면 외계인일까 고운 모습인데 우아한 이름으로 불러주자 숲속의 요정이라고 푹 숙인 고개는 지나친 수줍음 탓일까 인적이 끊어진 산에서 종이 인형 같은 자세로 서 있다 그림 속의 나도수정초. ..................................................................... 문학/시-야생화 2017. 5. 14. 모래지치의 짜디짠 눈물 모래지치의 짜디짠 눈물/유유 푸르른 바다 배경으로 하얗게 펼쳐진 백사장 하늘엔 갈매기 유유히 날고 모랫바닥엔 게들만이 분주히 오가며 그림 그리는 본래 살아야 하는 터전은 그런 곳 추억은 사치 갈라진 바위 틈새에 간신히 뿌리 내리거나 날카로운 돌 조각 사이에서 신음하거나 흰 .. 문학/시-야생화 2017. 5. 13. 숲속의 작은 요정 꼬마은난초 작은 요정 꼬마은난초/유유 금방 울다가 웃다가 꼬마들 노는 모습도 종잡을 수 없는데 숲속의 작은 요정이야 오죽할까 나무뿌리 곁에 팔 괴고 웅크리고 앉아 무슨 고민하는 듯하더니만 바위 뒤에서 솔방울과 티격태격 스쳐 가는 바람에 아는 체 개미보고 조용히 걸으라고 소리친다 나뭇.. 문학/시-야생화 2017. 5. 12. 떠나가는 초종용 떠나가는 초종용/유유 바다가 점점 싫어진다 큰 파도 소리도 잘 안 들리고 소금기의 짠맛은 느끼기 어려워지며 물고기의 비릿한 냄새도 맡을 수 없는 데다가 망망대해를 덧없이 바라보느라 눈은 멍들어 버렸다 홀연히 사라지고 싶도다 몇 해 전 있었는데 하면서 다시 찾아오는 손님 기억.. 문학/시-야생화 2017. 5. 11. 고목에 신세 진 석곡 고목에 신세 진 석곡/유유 조금은 나무에 미안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어쩌랴 그렇게 살도록 태어난 것을 신세 안 지고 사는 존재 있는가 구름은 바람 신세 져야 흐르고 바위도 땅에 신세 지고 서 있는데 고목 의지해 사는 것이 무슨 허물이랴 인간은 조상에게 .. 문학/시-야생화 2017. 5. 10. 갯완두의 즐거움 갯완두의 즐거움/유유 물어보아라 바닷바람이 몰래 주고 간 편지 소금에 배고 흙도 묻고 얽히고설킨 사연 새어 나오느라 봉투가 뜯기어 있었는지 풀어보아라 파도가 슬며시 놓고 간 소포 모래땅에 굴리고 바위에 부닥치고 숨 막혀 못 살겠다며 안에 것 깨어져 버렸는지 신경 쓰지 말자꾸.. 문학/시-야생화 2017. 5. 9. 슬픈 향기 비목나무 꽃 슬픈 향기 비목나무 꽃/유유 그대가 강물에 띄워 보낸 꽃잎은 지금도 여전히 흐르고 있답니다 무게 실은 잔잔한 노랫소리는 여러 사람의 귓전에 남아있고 뜻 모를 밝은 미소는 연인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였으며 쓰다만 편지조차 많은 친구가 돌려 읽었지요 그래서 비목나무 꽃향기 나.. 문학/시-야생화 2017. 5. 8. 독을 갈무리한 갯괴불주머니 독을 갈무리한 갯괴불주머니/유유 무심한 바닷가에 노란 새 떼 무언가 좀 잘 안 어울리는 기분 들지만 무엇이든 포용하는 바다이기에 무슨 상관이랴 세상에 독 없는 생물 어디 있을까 처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선 모진 마음 가져야 하는데 독을 향기로 바꾸지 못한 그 심정 누.. 문학/시-야생화 2017. 5. 7. 흰 털 빽빽한 조개나물 흰 털 빽빽한 조개나물/유유 무엇이 닮아 조개 이름 붙었는지 알수록 더 어려워지는 상상이나 상징이 추상화되어 버린 풀 바닷가 모래밭 조가비든 조갑지든 뒷산 언덕 잔디밭에 앉아 볕을 쏘이든 무덤가 풀밭 속에 숨어 있든 맛없다는 조개나물 너무 멍들어 자주색 되어버리자 적당히 익.. 문학/시-야생화 2017. 5. 6. 비자란이 사는 곳 비자란이 사는 곳/유유 오래 살았으면 지식도 많고 경험도 많을 터이니 끊임없이 배울 수 있고 오랫동안 살면서 눈과 비바람 그리고 추위와 더위 한없이 참을 수 있었기에 인내심도 전승 오래 묵은 나무가 좋아서 고목에 붙어산다네 늙은 껍질 조금은 거칠지라도 이끼 얻어다 붙이면서 .. 문학/시-야생화 2017. 5. 5. 쌩얼 금자란 쌩얼 금자란/유유 금자 금순이 된장 냄새 촌스럽다고 하던 그 말 버리며 이젠 입에 침을 바른다 주근깨 민낯 보이면 천연기념물 세월이란 다 그런 것 인생무상이로다 자연산 미인 찾아다니다가 멸종위기 복원한다고 소란 떠는 메아리 재선충 소나무가 웃는다. ...................................... 문학/시-야생화 2017. 5. 4. 파란 별 반디지치 파란 별 반디지치/유유 누가 살던 별인데 어쩌다 땅에 떨어져 버렸나 신비스런 푸른 별 개똥벌레가 밝히는 불빛은 차가운 빛 그렇지만 아름다운 파란 빛 반디지치가 하늘의 파란 별로 돌아갈 우주선이라면 밤새도록 그 곁에 앉아서 누가 타나 알아보고 싶어라. ..................................... 문학/시-야생화 2017. 5. 3. 불두화의 번뇌(사월 초파일) 불두화의 번뇌/유유 죽고 난 후 새로 태어나는 것을 윤회라 했거늘 어찌 죽지 아니하고 새로 태어난다 하느뇨 태양의 전생은 달 바람은 북두칠성이 환생한 것이라 그리 말할 수 있는가 움직이지 못하는 바위가 구르는 숨은 재주 있다 하듯이 꿀과 향기 없는 꽃일지라도 벌 나비 유혹 못 .. 문학/시-야생화 2017. 5. 2. 산중 여친 으름꽃 산중 여친 으름꽃/유유 산에서 사노라니 조약돌 하나 잡초 한 포기 모두 다 친구이고 새와 곤충 멀리서 들리는 물소리 하늘의 구름까지 마음과 벗하고 있는데 슬금슬금 다가와 어느새 꽃 피운 으름덩굴이 슬쩍 약을 올린다. 으름꽃 애틋한 향기로 참선에 든 여인 마음 울렁이게 하더니 열.. 문학/시-야생화 2017. 5. 1. 윤판나물아재비의 겸손 윤판나물아재비의 겸손/유유 주변의 다른 존재처럼 절대 튀어나지 않는 비슷한 풀이 되고 싶다 모양도 색깔도 현란하거나 아름답지 않은 마냥 수수한 꽃을 피워야 하고 볼품없는 꽃조차 잘난 체한다는 소리 안 듣게 고개 푹 숙이고 있어야 하며 퍼져 나가려는 향기를 잡고 또 잡고 깊숙.. 문학/시-자연 2017. 4. 30. 밀밭의 바람 밀밭의 바람/유유 길고 긴 웨딩드레스 입었을까 바람의 치맛자락은 솜털처럼 가벼워 누르는 힘 없건만 저절로 웨이브 만들어 낸다 아직은 푸르른 청춘이라 까마귀도 없고 여우도 없다 까투리가 알 낳아놓고 소리 없이 기어가는 모습만이 아른거린다 바람은 정말 발자국 없을까 걸어가는.. 이전 1 ··· 77 78 79 80 81 82 83 ··· 1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