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문학/시-야생화 2017. 8. 14. 며느리밥풀꽃의 한 가슴 아픈 며느리밥풀꽃 추석을 맞아 차례를 지낸 후에는 성묘를 간다. 예전에는 남자들만 성묘를 갔지만 요즘엔 가족 숫자도 줄고 자연스러운 남녀평등 풍토가 자리 잡아 여자와 아이들도 성묘에 동참하게 되었다. 성묘를 마친 후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옛날 얘기를 하다가 산.. 문학/시-야생화 2017. 8. 13. 돌면 안 되는 물레나물 꽃 돌면 안 되는 물레나물의 꽃/유유 어지러운 세상 한적한 산속에 자리 잡았는데 하룻밤 자고 나니 도시 속의 공원 계곡의 물소리에 취해 눈을 감았는데 시끄러운 잡음에 눈 떠 보니 도로변 돌아버릴 일이다 바람개비는 바람이 불어야 돌고 물레방아는 물이 흘러야 돌며 그냥 물레는 사람.. 문학/시-야생화 2017. 8. 11. 새침데기 물고추나물 새침데기 물고추나물/유유 보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혼자서 시무룩 삐진 얼굴 보여주고 싶건만 물에 비친 모습 보는 건 저 혼자 잠자리도 주변만 돌다가 그냥 가는 오후 물속에서 기던 우렁이 한 마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하다고 중얼거리는 연못가 새침하게 꽃 피운 물고추.. 문학/시-야생화 2017. 8. 10. 수행 중인 둥근잎택사 수행 중인 둥근잎택사/유유 물이라고 홍진이 없을쏘냐 만 그래도 씻을 수 있으니 번뇌의 티끌은 줄어들 것이라는 간절한 소망 내공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 정말로 잎은 연 이파리 완연해 지고 꽃대의 곧음은 물 위로 치솟는다 시련이야 없겠는가 말라 갈라지는 땅바닥에서 이글거리는 태.. 문학/시-야생화 2017. 8. 9. 기어가기도 힘든 지네발란 기기도 힘든 지네발란/유유 덥다 많이도 덥다 움직이기가 힘든 날씨다 그래도 먹고 살려면 움직여야 한다 어려움에 부닥쳤을 땐 낮은 자세로 처신해야 한다고 했지만 원래부터 밑바닥 인생이란 그런 말 필요 없다 태어날 때부터 기면서 살아야 하는 지네발란 비가 안 와서 나무와 바위 .. 문학/시-야생화 2017. 8. 8. 애기천마의 큰 꿈 애기천마의 큰 꿈/유유 빛이 줄기라면 명주실만 한 빛줄기 기다리고 비가 물이라면 잠자리 눈물만큼의 이슬비 기다리고 게슴츠레한 숲에서 필요한 것 그 얼마나 있기에 꿈이 필요할까마는 아기가 꾸는 꿈은 무조건 큰 꿈 바람도 안 부는데 낙엽 삭는 소리에 일찍 깰라 조심스럽다. .......... 문학/시-야생화 2017. 8. 7. 무성음 울리는 모시대 무성음 울리는 모시대/유유 소리는 없어도 들리는 듯 不立文字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데 이슬 떨어지는 소리를 증폭시키는 작은 나팔들 實相無相 見性悟道 종마다 다른 소리 내면 음계 이루지만 듣지 못하는 답답함 영감으로 곡을 이해하려는 .. 문학/시-야생화 2017. 8. 6. 머리 여럿, 구상난풀 머리 여럿, 구상난풀/유유 머리 하나 숲에서도 계산이 필요할까 수학용 머리 둘 사라진 별 찾아내야 한다 천문관측용 머리 셋 자연엔 질서가 필요하니 법률용 세상이 복잡해져 무거운 머리만 자꾸 생겨나는데 구상난풀은 그냥 하나만 있었으면 한다. ................................................... 문학/시-야생화 2017. 8. 5. 계곡이 좋은 좀비비추 계곡이 좋은 좀비비추/유유 바람이 계곡에서 미끄럼 타고 내려올 때 나무 잡고 한 바퀴 돌고 또 돌고 요리조리 바위틈 사이 빠져나오는 자세 좀비비추 재미있어 한다 물만 그리 흐르는 줄 알았더니만 바람도 곡선의 춤을 추고 안개도 치맛자락 휘날리며 숨바꼭질하는 당연히 이름 없는 .. 문학/시-야생화 2017. 8. 4. 아마존이란 이름표 아마존이란 이름표/유유 물이 찼다가 비었다가 늪에서 허우적대는 풀 한 포기 꺼냈더니 아마존이란 죽은 글자 달려 나온다 솜털만은 아직 꿈틀꿈틀 옛사람들 쓰던 말 강물에 띄워 보냈나 땅속 깊게 묻었었나 이젠 뜻조차 잊어버리곤 탱자만 찾는구나 아마조네스의 신화 마하가섭존자의 .. 문학/시-야생화 2017. 8. 3. 붉은사철란의 큰소리 붉은사철란의 큰소리/유유 더운가 뭘 요 정도 갖고 덥다고 투정부리면 쓰나 소리는 들리는데 안 보인다 눈 크게 뜨고 바닥을 자세히 살펴보니 장난감 나팔 닮은 꽃이 있는 것 같다 땅바닥에 붙어 있으니 시원하겠지 그것도 햇볕 안 드는 나무 그늘 속에서 사니 더위가 무엇인지도 모르겠.. 문학/시-야생화 2017. 8. 2. 씨눈난초의 눈치 보기 씨눈난초의 눈치 보기/유유 장점과 단점에 대한 착각 자기비하는 가슴에 생채기만 낸다는데 참으로 볼품없는 꽃잎 난초란 이름 갖고 있기엔 너무나 창피스러워 연신 눈치만 살핀다 늘씬한 다리 살랑이는 바람에도 춤추는 부드러움 특기를 자랑할만한데도 말이다 그래도 씨눈난초는 눈.. 문학/시-야생화 2017. 8. 1. 한여름 밤 꿈꾸는 여름새우란 한여름 밤 꿈꾸는 여름새우란/유유 당연히 숲속이 시원하지요 달이 있든 없든 별이 있든 없든 밤 하늘 시원하니 신경 쓰지 말고 찾아오세요 많이 많이 더울 때 살면서 답답함과 짜증도 몰려올 땐 한 번 만나보고 지긋이 미소 지어 보세요 숲의 정기 머금고 조금은 이뿐 색으로 단장을 하.. 문학/시-야생화 2017. 7. 31. 가뭄 이겨낸 흰제비란 가뭄 이겨낸 흰제비란/유유 미운 구름 한 줄기 빗방울 뿌려줄 줄 알았더니 속절없이 가버리고 풀밭엔 단내만 여전하다 이글거리는 태양 목마름에 탈진해가는 식물들인데 불에 달궈진 햇살은 송곳보다 더 깊숙이 땅속 파고들어 뿌리까지 괴롭힌다 어쩌랴 이럴 때일수록 강한 정신력 가뭄.. 문학/시-야생화 2017. 7. 29. 산호수의 혼란스런 꽃 산호수의 혼란스런 꽃/유유 흰 것은 희고 검은 것은 검고 해가 뜨면 낮이고 해가 지면 밤이고 어려울 것 없는데 어렵다 모래와 돌과 바위 성분은 같은데 같다고 하지 않으니 이 또한 쉬우면서 어렵다 큰 나무 아닌 작은 풀같이 생겼고 바닷속 산호 아닌 숲속 난쟁이며 빨간 열매만으로는 .. 문학/시-야생화 2017. 7. 28. 잠자리난초의 꼬리 잠자리난초의 꼬리/유유 날개일까 꼬리일까 잠자리 상징물이 된다는 건 허공을 맴도는 점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만큼의 고뇌 전생 업보가 뭉쳐져 긴 꼬리만 만들어졌을 뿐 슬픔이란 실로 길쌈 노력 망설이니 천사의 옷 재료 얇은 날개 언제 만들어 날려나. ........................................... 문학/시-야생화 2017. 7. 27. 애기원추리 피고 지고 애기원추리 피고 지고/유유 풀밭에서 시작되는 여름밤의 고독 매미 소리 듣기 싫어 아침 되면 꽃 문을 닫아야 하기에 분주히 더듬는 노란 치장 신비하고 어슴푸레한 새벽 풍경이야말로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리라 작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가 애기원추리가 추억을 먹고 사는 습지.. 문학/시-야생화 2017. 7. 26. 흑박주가리의 꽃 빛 흑박주가리의 꽃 빛/유유 새 아침 밝을 때마다 이슬 한 점에 늘 감사하며 밝은 빛으로 활짝 웃으려 노력한다 가능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고 싶으며 모진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으려 굳건한 의지로 버텨본다 그런데 그게 말이다 세상사 모든 게 쉽지가 않아 얼굴만 점점 검게 변해가고 .. 문학/시-야생화 2017. 7. 24. 문주란 파도의 치맛자락이 모래알 세기 시작하면 토끼섬에 모인 문주란의 합창 연습 준비도 마치고 태양이 고개 내미는 순간에 한 녀석 아는체 하니 주변에서 눈총주는 단결력을 보이는 가운데 밝은 햇살 들어오자 일제히 입을 열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발바닥 땅에 단단히 붙이.. 문학/시-야생화 2017. 7. 22. 보일 듯 말 듯 영주풀 보일 듯 말 듯 영주풀/유유 지하에서 조용히 솟아올라온 어떤 유령 어둠 타고 흐르는 존재감 안테나 세우고 그를 찾아다니는 꽃쟁이들 달빛에 물들어야 전설이 된다고 했지만 어두운 숲은 밤낮 구분 없기에 늘 설화가 춤춘다 보고 싶어 이슬로 세안한 후 개미 흉내 낮은 포복으로 기어 다.. 문학/시-야생화 2017. 7. 21. 뻐드렁니 백운란 뻐드렁니 백운란/유유 일본인은 왜 뻐드렁니가 많을까 보통은 인종과 생활습관에서 나왔다고 하고 전문가는 아래턱뼈가 틀어져서 그렇다고 하고 호사가는 근친결혼에서 비롯됐다고 하고 위안부 같은 못된 잘못 많이 해 천벌을 받아서 뻐드렁니 닮은 백운란에게 물어보지만 말이 없다 .. 문학/시-야생화 2017. 7. 20. 모래밭의 갯금불초 모래밭의 갯금불초/유유 삶이 힘들면 바닷가 찾아 우리를 보아주세요 모래밭이나 바위 위 먹을 게 무엇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잖아요 바닷바람은 사납고 파도는 더 무섭고 그래도 어쩌겠나요 바닥에 바짝 기면서 억척스럽게 살아남아야지요 소금에 쩔면 어떻게 되.. 문학/시-야생화 2017. 7. 19. 풀밭에 사는 산제비란 풀밭에 사는 산제비란/유유 제비는 산에서 살기 싫다 인간이 지어 놓은 집의 처마 밑에 자리 잡고 민가 주변의 진흙 모아 둥지 틀어 새끼 낳은 후 논에 사는 해충 잡아 먹이로 삼기에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것이 좋다 비록 인간이 조금 배신하여 처마 있는 집 안 짓고 진흙 많은 곳은 도로며 .. 문학/시-야생화 2017. 7. 18. 갯대추가 피운 꽃 갯대추가 피운 꽃/유유 첫인상 까칠하면 무엇을 보아도 곱지 않다 하거늘 하물며 가시에 찔리기까지 밉게 보든 좋게 보든 바닷가 너럭바위 발 딛고 사는 일생 해석은 맘대로 하란다 색이 다른 두 꽃 피워 놓고 무슨 말 나올까 지긋이 눈치 살피는 갯대추나무의 심술. .............................. 문학/시-야생화 2017. 7. 17. 석부작이 된 풍란 석부작이 된 풍란/유유 분재와 석부작 목부작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할 운명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인간의 눈요깃거리로 살아간다는 것 완전히 사라지는 것보다 그게 정말 좋은 것일까 아닐까 해답이 어렵다 전깃줄 오선지에 걸린 음표 꼬리는 소리를 낼 수 없기에. ........................... 문학/시-야생화 2017. 7. 16. 기우제와 하늘말나리 기우제와 하늘말나리/유유 이게 아닌데 이렇게 쏟아부으라고 기도드린 게 아닌데 말이다 오랫동안 가물었다 대지는 쩍쩍 갈라지고 농작물은 말라 비틀어졌다 땅속의 개미조차 하늘을 원망하는 시기 하늘말나리는 숲속에 숨어 정성을 다해 기우제 지냈다 하늘 바라보며 비 내려 달라고 .. 문학/시-야생화 2017. 7. 13. 풀기 어려운 산해박 풀기 어려운 산해박/유유 어깨 뭉친 근육 풀다가 암호 풀이의 해법을 찾았다고 하던가 난수표 만들고 압축 파일 생산해 놓고 쉽게 풀지 못해서 전문가 탄생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말라 요즘엔 컴퓨터가 알아서 모두 해결 산해박은 어려운 문제 풀지 않는다 몸 아픈 부분만 풀어주지. ........ 문학/시-야생화 2017. 7. 12. 시간 약속 노랑개아마 시간 약속 노랑개아마/유유 시간 잘 지키세요 늦으면 볼 생각 말아요 차가 밀려서 그런 말 안 통한답니다. 누굴 더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구름이 약 올리며 스쳐 가고 바람도 눈치 주며 지나간 지 오래되었는데 허공의 초침 소리만 요란하군요 화가 나네요 문을 닫고 침묵의 늪으로 빠.. 문학/시-야생화 2017. 7. 11. 대흥란의 폭소 대흥란의 폭소/유유 염화시중의 미소란 무엇일까 터득한 진한 철학 전파해 줄 묘수 찾지 못한다면 그냥 크게 웃어 주라 어쩌다 소나무에 신세 진 몸 되었는데 공간 이동의 무술 연마로 세상 구경 잘하며 웃고 다니는구나 가섭존자 같은 이 있어 광기 어린 이 웃음 알아줄 수 있을까 하고 .. 문학/시-야생화 2017. 7. 10. 나도풍란의 고민 나도풍란의 고민/유유 선비의 자세는 함부로 들어내지 않는 것 그렇지만 부풀어 오르는 향기 어이해야 만인에게 베풀 수 있을까 학이 되었다고 허공에만 날아야 하는가 나뭇가지 부러지지 않도록 고목 등걸에 우아하게 붙어 있고 싶어라 앉고 서고 걷고 누가 기본을 가르쳐 주었으면 좋.. 이전 1 ··· 75 76 77 78 79 80 81 ··· 1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