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문학/시-야생화 2017. 9. 15. 스스로 박제 되는 수정난풀 스스로 박제 되는 수정난풀/유유 안녕하세요 인사를 해보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숲속 너무 고개를 숙이다 보니 개미가 이상스럽다며 올려다본다 민망스러워 무엇인가 딴짓해야 하건만 멋지고 우아한 자세 하이얀 새 옷 상할까 두려워 알아주는 존재 있을 때까지 마냥 서 있으련다 .. 문학/시-야생화 2017. 9. 14. 알 수 없어요 활나물 알 수 없어요 활나물/유유 바람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하늘은 왜 파란색을 집어넣고 달아났는지 알 수 없어요 화살은 곧은 직선을 좋아하는데 활 혼자 왜 우아한 곡선을 사랑하는지도 알 수 없어요 한 번 죽으면 이미 텅 빈 공간이련만 왜 다시 살려서 윤회의 업을 지으려 하는지 알 수 .. 문학/시-야생화 2017. 9. 13. 소리 없는 방울난초 소리 없는 방울난초/유유 이슬방울 구르는 소리 나무 뒤로 숨고 물방울 춤추는 소리 낙엽에 덮여 버리는 숲속 오늘도 어제처럼 조용하다 방울이란 이름 붙은 집 나온 고양이 목에 방울 달렸건만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안 나게 걷는 그 자세 배웠을까 방울난초도 소리가 없다 잡혀가지 .. 문학/시-야생화 2017. 9. 12. 난쟁이 한라천마 난쟁이 한라천마/유유 보고 싶으면 엎드리세요 제 앞에 무릎 꿇거나 납작 엎드리세요 눈이라도 마주치고 싶으면 낮은 자세 필요하답니다 자존심 상하면 그냥 가야 하겠지요 낮은 자세 참으로 어렵지요 그렇지만 정치인들은 아주 쉽다고 하네요 말로만 하면 되니까 바닥에 깔린 민심 말.. 문학/시-야생화 2017. 9. 11. 고운 만남 잔디갈고리 고운 만남 잔디갈고리/유유 놓치지 않을 거예요 소중한 사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알고 고리 만들어 걸어보는 손 어찌 만난 인연인데 놓칠 수 있을까요 손을 놓으면 천 길 낭떠러지 칼바람이 나무 사이를 아무리 갈라도 노루가 온 산을 쑤시고 다녀도 한번 잡으면 절대로 놓.. 문학/시-야생화 2017. 9. 10. 추억을 기록한 논둑외풀 추억을 기록한 논둑외풀/유유 메뚜기 잡으려 비틀거리며 걷는 논두렁길 발걸음 소리 놀란 개구리 옆으로 튀고 물뱀도 잽싸게 곡선 그리는데 어린아이들 콧노래 제목은 없다 우렁이 비명은 황새의 배부른 웃음소리 이제 물꼬 싸움은 잊은 지 오래 논바닥엔 오리 발자국 깊숙이 남겨져 있.. 문학/시-야생화 2017. 9. 9. 구전된 이름 멸가치 구전된 이름 멸가치/유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소리 인구에 회자한다고 한다 구운 고기와 날고기 먹으면서 멸가치란 이름 인생의 가치를 멸하면 공허한 삶이 될 터 억지로 한자를 엮으면 안 되고 우리말 멸치와 관계있는 것도 아니기에 상상의 나래만 .. 문학/시-야생화 2017. 9. 8. 독과 약의 경계선 참여로 독과 약의 경계선 참여로/유유 모르는 게 약 알고 보면 독 무엇이 무엇인지 정신 머리 하나도 없게 한다 같은 말 같은 사물 같은 길을 가는데 왜 이리 어지러운 세상이 되어야 하는가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 인간은 경계선을 잘 그어 놓다가도 어느 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흐리멍덩.. 문학/시-야생화 2017. 9. 7. 석송의 꽃대 석송의 꽃대/유유 양치식물엔 꽃이 없다고 하는데 석송엔 멋진 꽃말 있다 비단결 같은 마음 늘 푸른 바늘잎 신비로운 힘을 간직한 그래서 소나무 이름 붙인 것 아닐 터 바람 불면 흔들리는 석송의 꽃대는 낭만 포자낭 열 때까지 마이크 삼아 노래나 불러보자. ........................................ 문학/시-야생화 2017. 9. 6. 좀도둑된 큰도둑놈의갈고리 좀도둑 된 큰도둑놈의갈고리/유유 인류 최초의 직업 종교인 매춘부에 이어 3번째는 도둑이라고 하던가 큰 도둑과 작은 도둑 허 참 그것도 직업이라고 하다니 큰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고 한다 좀도둑만 도둑일 뿐 정치인이 큰 도둑이란 걸 모두가 다 알면서도 평소엔 모른 척 그냥 지나치.. 문학/시-야생화 2017. 9. 5. 겨울 기다리는 맥문아재비 겨울 기다리는 맥문아재비/유유 사람만이 존재를 과시하고 싶을까 동물은 물론이거니와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 애절함을 보았는가 멋진 특기와 강한 무기를 갖고 있음에도 빌어먹을 때와 장소가 안 맞아 천덕꾸러기 취급받을 때의 허탈감이란 가을 하늘 뜬구름.. 문학/시-야생화 2017. 9. 4. 석류풀의 이름 석류풀의 이름/유유 물론 이름 있겠지 하지만 농부의 눈엔 그냥 잡초 잠시만 한눈팔아도 생겨나는 성가신 존재일 뿐 도시의 환경미화원에게 이름 물어보면 실례가 된다 세상에 풀에게 무슨 이름 있냐고 반문하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까 두려워라 나무는 명찰 달고 서 있을 수 있지만 풀.. 문학/시-야생화 2017. 9. 3. 어처구니없는 어저귀 어처구니없는 어저귀/유유 아주 먼 곳에서 들어와 산다고들 하는데 어처구니없는 소리 한다 다시 잘 알아보고 잘 못 되었으면 고쳐라 키 크고 단단한 줄기 있으면 다 나무인가 어렵게 살아남으면 독한 놈인가 버림받은 몸은 눈에 뜨이면 안 되는가 아무리 밟아대도 어적거리는 소리 안 .. 문학/시-야생화 2017. 9. 2. 어지러운 전주물꼬리풀 어지러운 전주물꼬리풀/유유 산꼬리풀 물꼬리풀 섬꼬리풀 어느 풀이 어디서 산들 무슨 상관이랴 쥐꼬리풀 개꼬리풀 여우꼬리풀 인간은 꼬리 떼 버린 지 꽤 오래된 모양이다 봉래꼬리풀 부산꼬리풀 지리산꼬리풀 전주물꼬리풀 왜 우리 동네 이름은 없느냐고 항의하는 소리가 들리는 가.. 문학/시-야생화 2017. 9. 1. 매끈한 털사철란 매끈한 털사철란/유유 원숭이 몸 전체를 면도하면 어떨까 가끔 보게 되는 닭의 누드 남사스러워 튀김가루 묻혀 치킨 만드는 심리 여자는 왜 털이 나면 안 되나 목줄 길게 달고 산책하는 다리털 깎은 개 파리의 다리도 매끈하면 위생에 좋을 터인데 고릴라는 수염과 털의 차이가 없다 숲속.. 문학/시-야생화 2017. 8. 31. 물가의 등에풀 물가의 등에풀/유유 작은 연못 가운데 새똥 한 방울 떨어져 동심원 만드니 많은 물가 식물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 방금 지나간 새 이름은 뭐였더라 물 가장자리에 서 있던 등에풀은 중앙에서 시작된 물결의 속도를 계산하며 조바심낸다 모처럼 다리 운동이나 해보자 파동은 금세 사그라지.. 문학/시-야생화 2017. 8. 30. 모기 친구 나도생강 모기 친구 나도생강/유유 흰 꽃에 접근하면 모기들이 사정없이 달려든다 어허 건드리지 않고 사진만 찍으련다 모기뿐만 아니라 모기 친구 깔따구도 덤빈다 그래 알았다 바로 갈란다 이빨도 없는 작은 것들에게 물렸다고 하면 나만 창피하지 뭐 나도란 이름 붙으면 같은 것으로 알아달라.. 문학/시-야생화 2017. 8. 29. 겸손한 물달개비 겸손한 물달개비/유유 물이 좀 깊거나 얕거나 진흙 바닥이거나 자갈이 많이 깔렸거나 좋은 자리란 시기 따라 다른 것 욕심은 마음을 아프게 하니 자리다툼 안 하면 창피당할 일 없다 자랑이 필요할 때도 있으나 지나친 과시는 눈총 받고 손 타기 십상 꽃이 잎 사이 숨어 있어도 아름다움.. 문학/시-야생화 2017. 8. 28. 부르기 민망한 소경불알 부르기 민망한 소경불알/유유 안 보이는 기억은 언덕 너머에서 춤추는 것 같기도 하고 손바닥에서 간지럼 태우던 돌개바람 분명히 향기를 빼앗아 멀리 사라졌다 허공을 더듬어 빼앗긴 향기 꼬리라도 잡아보려 하건만 손바닥엔 이슬조차 없고 별빛만 가득 담겨 있는 것 같다 안 보인다고 .. 문학/시-야생화 2017. 8. 27. 백미 두 알 흰알며느리밥풀 백미 두 알 흰알며느리밥풀/유유 새며느리 꽃며느리 알며느리 수염며느리 며느리 대우해 주느라 아부성 여러 이름 잘도 만들어낸다 그러기에 왜 며느리 핍박하며 살았나 시어머니 며느리 적 있었고 며느리 늙어 시어머니 되는 줄 알면서도 여자의 고질병이란 이젠 시어머니밥풀로 변해.. 문학/시-야생화 2017. 8. 26. 남오미자의 암수 구분 남오미자의 암수 구분/유유 빨간색 여성의 색깔이 되어야 하는 이유 누가 따지려 하는가 붉은 계열의 색이 아름답다는 눈의 편견도 편견이려니와 혀의 맛으로 색깔을 분별하고 싶어하는 머리도 문제일 터 남오미자가 수꽃에 붉은색 넣음에 동물 닮았다는 곤충 없음에도 인간이 이상하게.. 문학/시-야생화 2017. 8. 25. 뿌리 뽑히는 단풍마 뿌리 뽑히는 단풍마/유유 번뇌를 일으키는 괴로움의 뿌리나 부정부패의 뿌리는 빠르고 확실하게 뽑아야 하는 대상 그러나 인성의 근본을 비롯하여 식물의 뿌리는 단단하게 지지가 되어야 사바세계 유지에 기여한다는데 어찌하여 뿌리에 명약을 숨겨 놓았던가 굵고 단단한 근본 절대 흔.. 문학/시-야생화 2017. 8. 24. 사연 담은 수염가래꽃 사연 담은 수염가래꽃/유유 장마철엔 물이 넘쳐 허우적대고 가뭄 드니 갈라진 땅에서 간신히 살아남다가 태풍 몰아칠 때 겪은 시련이란 꼼꼼히 적어 꽃 속에 고이 숨겨 놓았다 에헴~ 할 때 쓰던 아이들의 종이수염은 연극인의 분장함 속에서 잠들고 흙일의 고된 노동에 닳고 닳았던 가래.. 문학/시-야생화 2017. 8. 23. 마름의 암호 마름의 암호/유유 1-1-1-1의 암호를 풀라 했더니만 매화마름이니 붕어마름이니 엉뚱하게 꽃마름까지 등장 해석이 쉬우면 어찌 암호가 될까 일 년만 산다고 1이요 꽃과 열매가 하나라 또 1이고 꽃의 크기는 1cm이니 그것도 1이 되며 꽃이 하루만 피어 있다고 해서 다시 1을 더했다고 한다나 비.. 문학/시-야생화 2017. 8. 21. 눈이 그리운 겨울딸기 눈이 그리운 겨울딸기/유유 깊은 산사에 사는 스님 겨울이 돌아와 눈이 많이 쌓이면 세속의 티끌 가져오는 이 아무도 없어 오로지 참선 수행 좋아라 올여름은 유난히 더운흐름이어서 소복이 쌓인 눈이 더욱 그립고 시끄러운 소리도 너무 많이 들려오니 깨끗한 눈을 보고 싶어라 눈 속에.. 문학/시-야생화 2017. 8. 20. 애기담배풀의 불꽃 애기담배풀의 불꽃/유유 담배는 꿈을 꾸게 하는 요술 막대기 나오는 연기가 허상일지라도 마음 담고 여행할 수 있는 풍선 만들어 터지고 흩어져도 행복이라나 번뇌가 담배를 불러왔는가 담배가 번뇌를 만들어내는가 담배에 붙은 작은 불꽃 여전히 반짝이건만 뜨겁지 않은 열기를 핑계 .. 문학/시-야생화 2017. 8. 19. 질긴 인연의 댕댕이덩굴 질긴 인연의 댕댕이덩굴/유유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은 전생의 업보 파란 하늘의 하얀 구름은 무심하다 천하장사 항우가 걸려서 넘어진다는 말 칭찬인지 비하인지 사위질빵의 질투심만 유발한다 바구니 엮는 아낙네의 손에서 예술과 실용의 공간을 넘나들었던 옛날의 댕댕이덩굴은 이.. 문학/시-야생화 2017. 8. 18. 중대가리풀의 번뇌 중대가리풀의 번뇌/유유 수행이란 고통 육신의 단련과 마음 수련이어야 하건만 머리는 또 어쩌란 말인가 눈, 겨우 보일 둥 말 둥 한 데 어찌 색깔 구별 코, 냄새가 없을까만 맡지 못하는 백치 입, 거위도 먹지 않는다는 맛을 알까 귀, 결코 목탁이 아니니 무성음 뇌, 중대가리라는 말에도 .. 문학/시-야생화 2017. 8. 17. 사철란의 눈초리 사철란의 눈초리/유유 못 볼 줄 아는가 깊은 숲속이라도 빛은 있다 어지러운 세상 짝퉁 사이비 짜가가 판친다지만 우리에겐 사촌 정도로 그친다 왜냐하면 감시의 눈 부릅뜨고 있기 때문 사철란의 눈초리가 매서워진 것을 보니 여름도 가는 모양이다. ................................................... 문학/시-야생화 2017. 8. 16. 절대적이고도 상대적인 누린내풀 절대적이고도 상대적인 누린내풀 냄새/유유 성선설과 성악설의 근간은 인본주의에서 시작되었다던가 모든 종교의 출발점은 인간의 탄생 전생이 되었든 내세가 되었든 인간이 없으면 따질 가치 상실 그래도 다른 건 다르다며 다르게 사는 인생 나는 냄새도 못 맡는다고 하면 바보일까 역.. 이전 1 ··· 74 75 76 77 78 79 80 ··· 1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