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야생화 문학/시-야생화 2016. 9. 26. 꽃범의 꼬리가 뭘까 꽃범의꼬리가 뭘까 범이 호랑이라면 꽃범은 머리에 꽃 꽂은 암호랑이인가 호랑이 무서워하지 말라고 꽃 이름 붙여 놓았나 꼬리는 또 무엇인가 호랑이 꼬리가 저리도 생겼던가 표범 꼬리라면 몰라도 꽃범의 꼬리는 이상하기만 하다 이젠 들어오는 꽃들 너무 많아 명찰 붙여놓기 매우 어.. 문학/시-야생화 2016. 9. 24. 별사탕 꿩의비름 별사탕 모아 놓은 꿩의비름 꽃 어떤 별사탕은 딸기 맛이 난다 또 다른 별사탕은 포도 향기가 풍긴다 모양은 비슷해도 맛과 냄새가 모두 다 다르다 꿈도 다 다르다 갓난아기 잠잘 때 웃으며 꾸는 꿈이 있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을 장밋빛 꿈도 있다 꿈은 행복을 주고 평온함으로 .. 문학/시-야생화 2016. 9. 23. 무릇, 무릇처럼 살라 했다 무릇, 무릇처럼 살라 했다. 산이든 바닷가든 어느 곳에서나 살아갈 수 있어야 하고 혼자가 되었든 여럿이 모여 살든 꿋꿋하며 면조아라는 한약으로 쓰이듯 사회에서 꼭 필요한 임무 수행하고 맛과 영양 좋아 구황식물로 사용되듯이 비상시 한 역할 하면서도 상사화처럼 잎과 꽃이 다르게.. 문학/시-야생화 2016. 9. 21. 금불초의 자비 금불초의 자비 황금빛 자태는 부처님 후광 어느 곳에서 자리 잡아도 모든 중생 찾아오기 쉽게 밝은 빛 비춰준다 이타행의 모범 보이려 어린잎일 땐 나물로 노란 꽃 피워 민간처방 말려서도 한약재 역할 어찌 인간뿐이랴 모든 식물에 빛 밝혀주고 벌 나비에게 꿀 나누며 시범 보이는 자비.. 문학/시-야생화 2016. 9. 20. 슬픈 추억에 우는 꽃무릇 슬픈 추억에 우는 꽃무릇 세상의 모든 번뇌를 모아 꽃술 하나하나에 불사르고 사랑과 미움의 수레바퀴를 돌리며 바위 바라보고 참선 중이다 사랑에 평생을 아니 전생과 후생까지 바친 게 어찌 이 몸뿐이겠느냐 만은 억겁이 흘러가도 파계의 죄 씻을 수 없다는 사실 알면서도 피를 토하고.. 문학/시-야생화 2016. 9. 18. 흰진범 진범이 오리라니 왜 그렇게 생각되었을까 산을 울리는 저 소리의 주인공은 분명 호랑이일 것이라고 그런데 알고 보니 오리 몇 마리가 산속에 살고 있었고 머리로 들었던 소리도 땅을 울리는 진동이 아니라 시끄럽게 꽥꽥거리는 수다라니 산에서 나는 소리 듣고 호랑이란 판단은 하여도 .. 문학/시-야생화 2016. 9. 17. 숨어서 메롱하는 양하 숨어서 메롱 하는 양하 꽃 누가 숨어 사는 선비는 멋들어지다 했나 세파에 물들지 않으면 고상한 것인가 깊은 산 속에 묻혀 있으면 저절로 도인이 되는가 은자의 길은 고달픈 것이다 길고 큰 줄기가 사방을 막고 있고 넓은 잎사귀는 하늘을 덮고 있는 그늘에서 겨우 땅 위 올라와 그것도 .. 문학/시-야생화 2016. 9. 15. 쥐꼬리망초도 꽃 피운다 쥐꼬리망초도 꽃 피운다 유유 쥐꼬리망초도 꽃 피운다 코딱지만 한 꽃 피운다 부끄러워 얼굴 붉어진 꽃 피운다 겁쟁이 수십 개의 꽃송이 확 게워버리지 못하고 한 개나 두 개 봄이 가면 꺼내기 시작해 겨울 올 때까지 살짝살짝 얼굴 내민다 온몸을 숨겼다고 생각하겠지만 꼬리는 보인다 .. 문학/시-야생화 2016. 9. 13. 억새에 신세 진 야고 억새에 신세 진 야고 컴컴한 억새밭 땅바닥에서 개미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불을 밝혀주는 가로등 같다고 한다 담뱃대를 닮았고 골프채와 비슷하기도 하며 언뜻 보면 외눈박이 괴물처럼도 보인다 억새에 신세 지고 사는 야고는 미안해서 언제나 묵례를 하고 있지만 비굴해하지는 않는다 .. 문학/시-야생화 2016. 9. 11. 하늘 사랑 으아리 하늘을 사랑한 으아리 꼭 이때쯤 창공은 더 높이 올라가고 구름이 있다가 없기도 하며 바람도 슬며시 얼굴 내미는 시기에 마냥 하늘만 바라보는 꽃 왜 일방적이어야 할까 하늘과 땅이 왜 이리 멀리 떨어져 있나 하늘이 무엇인가 하늘이 있기는 하는가 끝까지 하얀 마음 갖고 있는 꽃 ........ 문학/시-야생화 2016. 9. 9. 종이인형 수정난풀 숲 속 종이인형 수정난풀 유유 유령일까 아니면 외계인일까 고운 모습인데 우아한 이름으로 불러주자 숲 속의 요정이라 푹 숙인 고개는 지나친 수줍음 탓일까 인적이 끊어진 곳에서 종이인형 같은 자세로 서 있다 그림 속의 수정난풀. 문학/시-야생화 2016. 9. 7. 고향의 수세미 꽃 요즈음 길 가다 보면 담장에 노란 수세미 꽃이 야구방망이 같은 열매와 같이 달려 있는 모습 볼 수 있습니다. 고향을 손짓하는 수세미 꽃 안다고 그렇게 손짓 발짓 안 해도 초가지붕 올라가며 노란 꽃 피운 그 모습 아직 기억하고 있단 말이다 친한 척 달려드는 호박벌에겐 숨긴 꿀 내어주.. 문학/시-야생화 2016. 9. 5. 칡꽃 금년엔 가물어서 칡이 무성하다고 한다 길을 가다보면 도로 변에도 늘어진 곳이 많이 눈에 뜨인다. 칡꽃으로 무엇을 할까 도시의 술독에 찌든 친구 추석 귀향 대비해 술은 담아 놓았고 국민학교 동창생 모이는 곳 옛날식 다방에 갖다 주고 차로 만들어 달라고나 할까 효소 만드는 아낙들.. 문학/시-야생화 2016. 9. 2. 배롱나무 꽃 배롱나무의 독백 요리 곱게 피어도 보아주지 않나요 백일 동안 홍조 보이며 유혹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나요 나를 알아주던 오랜 친구만 생각나게 하네요 오래 서 있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네요 멋있는 모습도 너무 오래 보면 질리나 봐요 꽃만 오래 피어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잎의 푸름.. 문학/시-야생화 2016. 8. 30. 한라개승마 수행 중인 한라개승마 道란 홀로 깨닫는 진리라 하여 가능한 속세와 멀리 떨어져 높은 산 바위 곁에 자리 잡았지만 바람도 구름도 혼자이길 용납하지 않고 사사건건 간섭하니 항간에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던가 道를 닦으면 무언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봄에 잎이 나와 여름엔 꽃 피우며 .. 문학/시-야생화 2016. 8. 28. 물봉선 좀 더 기다려라, 물봉선 유유 곱게 단장한 입술로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말하지 않아도 그대 기다리는 마음 모두가 알고 있단다 여름 가고 가을이 왔다고 이제 곧 겨울 올 터이니 결실을 끝마쳐야 한다 하겠지 그래도 서두르지 말라 달이 차야 기울듯이 해산이란 기간이 되어야 이루어진.. 문학/시-야생화 2016. 8. 27. 소황금 입술을 깨문 소황금 무엇이 그리 그리운가요 붉은 입술이 퍼렇게 되어가고 있네요 울고 싶으면 울어 버리세요 그렇게 입술만 깨물면 가슴이 멍들어 버린답니다 황금의 가치보다 큰 것이 정이란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어요 속으로만 삭이지 말고 자주색 입술 열어 사연을 말해 보세요. ..... 문학/시-야생화 2016. 8. 24. 제주상사화 상사화의 푸념 유유 나는 상사화라는 말이 싫다 잎과 꽃이 엇갈리는 같은 사촌은 꽃무릇이라는 고상한 이름 있는데 나만 왜 한 맺힌 이름인가 그렇다고 개난초도 싫다 나의 본 소속은 난초가 아닌 백합 쪽의 수선화이니 공작수선화같은 우아한 이름이 어울린다 나는 상사병 걸린 원혼 아.. 문학/시-야생화 2016. 8. 22. 소경불알 아무리 눈 먼 여자라도 불알을 모를까 시각을 상실하면 촉각에 시각의 힘을 두배 이상 보태니 손가락 끝 감각은 대단한데 말이다 남자는 만져보지 않고도 다 안단다 탱자도 모르는 인간들아 눈 멀었다고 놀리지 말고 빨리 이름 바꿔라. 문학/시-야생화 2016. 8. 16. 흰방울꽃 왜 방울꽃이라 하는지 몰라 왜 방울꽃이라 부르는지 나도 정말 모르겠어 생기기는 시골 마을회관 지붕에 달아 놓은 투박한 스피커 같은데 있는 곳도 숲 속의 습하고 그늘진 나무 밑 귀신 소리나 들리는 곳인데 맑은소리 낼 것 같은 예쁜 은방울꽃이나 금낭화에겐 너무나 미안스러워 어찌.. 문학/시-야생화 2016. 8. 4. 인자한 모시대 인자한 모시대 산속엔 인자한 존재 너무도 많지만 그래도 모시대가 최고라 성정 나쁜 이리도 온화하게 해주고 초오 독에 날뛰는 멧돼지도 해독해주는 성인 같은 풀이네 어머니 손끝의 사랑이요 부드러운 명의의 약손이며 자상한 할머니 배려가 들어 있도다 높은 산 깊은 숲 계곡 물소리 .. 문학/시-야생화 2016. 7. 29. 여름새우란의 꿈 여름새우란의 꿈/유유 당연히 숲 속에 살지요 새우라는 말엔 신경 쓰지 말고 여름철과 난이란 용어에만 관심주세요 많이 많이 더울 때 답답함과 짜증도 몰려올 때 한 번 보고 미소 지어 보세요 숲의 정기 머금고 조금은 이뿐 색으로 단장을 하고 햇볕이 들 둥 말 둥 한 곳에 조용히 앉아서.. 문학/시-야생화 2016. 7. 27. 곰취 잊을 리 있겠는가 오겹살을 감아쥔 채 입속에서 향기 발산시켜 차마 삼키기 아쉬웠던 그 순간을 어찌 잊을 수가 있는가 기억 상기시키기 위해 여름엔 노란 꽃을 피우더냐 꽃에선 상상의 향기 나와 곰취 잎 따 바구니에 채우며 마냥 즐거워하던 지난 봄날 그 여인의 콧노래를 생각나게 하.. 문학/시-야생화 2016. 7. 20. 흑박주가리의 꿈 흑박주가리의 꿈 새 아침 밝을 때마다 이슬 한 점에 늘 감사하며 활짝 웃으려 노력한다 가능한 남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모진 바람에 넘어지지 않으려 굳건한 의지로 버텨본다 비록 제자리 서 있어야 하는 운명이지만 이런저런 손님들에게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귀동냥해 놓았다가 자식.. 문학/시-야생화 2016. 7. 12. 담장 위의 능소화 담장 위의 능소화 유유 무어라 말해도 좋다 돌담 위에서 내 삶을 살 뿐이다 오죽 바깥세상 그리웠으면 담장을 타고 오르는 꽃이 되었을까 멀리서 바라보는 님의 모습에 얼굴 붉게 상기된 그 맘 어땠을까 양반집 규수의 상징인가 소화란 궁녀의 기다림인가 죽을 때까지 참을 수 있는 것은 .. 문학/시-야생화 2016. 7. 5. 대흥란의 웃음 대흥란의 웃음 염화시중의 미소는 아니다 터득한 진한 철학 전파해 줄 묘수 찾지 못해 그냥 웃을 뿐이다 소나무에 신세 진 몸이지만 공간 이동의 무술로 세상 구경 잘하며 웃고 다닌다 가섭존자 같은 이 있어 웃음 알아줄 때까지 찾아다니련다. 문학/시-야생화 2016. 7. 2. 좀수(潛嫂)의 애환 해녀콩 좀수(潛嫂)의 애환 해녀콩 오죽하면 해녀콩 이름 붙었을까 바닷속 물질할 때 응원해주고 시름 토해내는 숨비소리에 화답하다가 망사리 끌고 들어 오니 박수 보낸다 곁에 앉아 푸념하는 좀녀의 말 울그락불그락 심정 같이하더니 만 붉은 얼굴 새파랗게 바꾸고 모질고도 모진 얘기 속삭여 .. 문학/시-야생화 2016. 6. 27. 갈매기난초의 숨은 꿈 갈매기난초의 숨은 꿈 잊었다 잊은 지 오래된다 왜 숲 속에 들어 와 살게 되었는지 잊었다 모든 것 잊어버렸지만 무언가 실낱같은 빛 남아있어 가끔씩 그리워진다 그래서 나가고 싶다 딱히 보고 싶은 것 없어도 무엇이라도 보면 생각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감춰져 있던 꿈이 날개로 변해.. 문학/시-야생화 2016. 6. 23. 남개연 남개연의 미소 저 누군지 아시나요 아는 분 별로 없을 것 같아요 무슨 상관일까마는 그냥 물에 사는 존재로 알아주세요 이렇게 웃는 것 예쁜 얼굴 자랑하러 나온 건 아니고 여름 왔다고 알려줄 뿐이랍니다. 문학/시-야생화 2016. 6. 20. 무엽란 그리기 무엽란 그리기 붓을 든 화가는 눈을 감고 손만 떨고 있다 왜 이런 시련 감당해야 하는가 난은 잎을 쳐야 한다는데 없는 이파리 만들어 쳐낼 재주 없으니 애만 바작바작 탄다 어찌하여 우아한 잎줄기 없이 난이 되어 눈앞에 나타나 그림 솜씨 시험하게 하는가 아니다 분명히 잎은 있다 멋.. 이전 1 ··· 36 37 38 39 40 41 42 ··· 5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