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문학/시-야생화 2018. 4. 7. 쇠뜨기를 보는 눈 쇠뜨기를 보는 눈/유유 서당에서 쓰는 붓인 듯하다가 소심한 사람 눈엔 뱀 머리 무섭다 하더니만 변신하니 말의 꼬리 되어버린다 사실 소는 별로 먹지 않는데 소가 애용하는 음식이라 우기고 뱀도 풀 속을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데 뱀의 주식 뱀밥이라 고정해 버리니 편식하는 소와 육식.. 문학/시-야생화 2018. 4. 6. 외로움 달래는 홀아비꽃대 외로움 달래는 홀아비꽃대/유유 혼자 사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모두 잊으면 될 것을 이름은 물론 전화번호도 버렸다 얼굴도 버렸다 호주머니 뒤집어 탈탈 털어 모두 버렸다 책장에 꽂아 놓은 일기장은 바래서 안 보일 것이다 만남보다는 이별이 익숙해졌기에 잊고 버리고 하는 것에 .. 문학/시-야생화 2018. 4. 5. 약과 독의 경계선 등대풀 약과 독의 경계선 등대풀/유유 사랑도 미움도 없으면 그 무엇이 세월을 흐르게 할까요 선과 악의 외줄 타기에서 그 무엇이 나침반의 자침을 빙글빙글 돌릴까요 약과 독의 경계선에 서서 작은 불빛이라도 바라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같음과 다름의 분별이 어렵지요 순간의 선택이.. 문학/시-야생화 2018. 4. 4. 모래냉이의 막춤 모래냉이의 막춤/유유 요래 흔들면 늘씬한 몸매 나오고 조래 흔들어대면 고향 생각 잊힐지 몰라 갈매기야 넌 왜 늘 같은 소리만 되풀이하고 파도야 넌 왜 알아듣기 어렵게 말을 해야만 하는가 노란 얼굴엔 우수만이 맴돈다 바람아 우리 같이 춤이나 추자 백사장 무대가 얼마나 넓고 훌륭.. 문학/시-야생화 2018. 4. 3. 덧나무의 접골화 덧나무의 접골화/유유 마음속에도 뼈가 있을까 우리 몸에 상처가 나고 뼈가 부러지면 약을 먹고 깁스하고 물리치료 하면 되는데 마음속의 뼈가 부러지면 얼마나 아플까 팔다리의 뼈가 부러질 때 어쩌면 마음속의 뼈도 함께 부러질 터 덧나무가 피운 꽃에게 물어본다 혹시 마음속에 있는 .. 문학/시-야생화 2018. 4. 2. 풀이되어버린 벼룩나물 풀이되어버린 벼룩나물/유유 참기름과 어울리는 나물되어지고 물 한 잔에 소화되어 맑은 정신은 구름 위에서 뛰어놀았다 이젠 안 먹는다 인간이 버리면 소가 먹지 그래서 풀이되어 되새김의 철학이나 배울까 논두렁에서 먹는 것은 비빔밥 아닌 짜장면 정자에서 마시는 것은 작설차 아닌.. 문학/시-야생화 2018. 4. 1. 보춘화의 수난 보춘화의 수난/유유 옳거니 딱 걸렸네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 속죄양이 필요했는데 전생에 지은 죄 탓으로나 원망해라 무슨 죄 봄이 와서 봄이 왔다고 알렸다는 것이 죄인가 차라리 그냥 죽이고 싶어서 그랬다고 해라 그러길래 조용히 있었어야지 일찍 일어나 봄을 알리는 꽃들이 어디 하.. 문학/시-야생화 2018. 3. 31. 산책로의 봄 야생화 산책로의 봄 야생화/유유 뭐, 조심하라고? 기가 막혀 본래가 우리 땅인데 봐주는 척하는 인간들 봄은 왜 계속 반복되는가 빼앗긴 땅의 봄 승자의 지배 논리에 봄꽃은 피를 토해보지만 나무의 새순은 여전히 느리기만 하다 등산화 발걸음 소리 섬찟섬찟 집채만 한 쇠신발로 인간들을 가끔 .. 문학/시-야생화 2018. 3. 30. 산당화의 유혹 산당화의 유혹/유유 백목련의 흰 저고리 진달래의 연분홍 치마 개나리의 긴 노랑 옷고름 봄엔 다 좋지요 그래도 정작 이 붉은 입술이 가까이 가면 다른 거 다 필요 없다 할 것 같아요 아직 사랑할 줄 모른다네요 립스틱 짙게 바른 건 그대를 유혹하기 위한 것 아니라 봄볕에 울렁거리는 가.. 문학/시-야생화 2018. 3. 29. 자운영의 노래 자운영의 노래/유유 겨우내 길게 누워 잔 논두렁 개구리 알 낳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는 날 갑자기 자운영 튀어나와 노래 부른다 논을 사랑하기에 우렁이와 학까지 좋아해야 하는 운명 그들 위해 꽃동산 만들어보겠노라 깨어나라 벌 나비여 아지랑이 타고 오는 봄 처녀 심심하단다 나 혼.. 문학/시-야생화 2018. 3. 28. 새끼노루귀 새끼노루귀의 꿈/유유 어릴수록 꿈이 많다고 하지요 마술봉 손에 쥔 날개 달린 천사가 되고 싶고 이름 없는 별나라에서 온 어린 왕자도 되고 싶고 장래의 희망 사항은 대통령이나 장군 또는 의사나 선생님이었다가 이젠 모두 연예인이라 하던가요 새끼노루귀는 그런 꿈 없다네요 작은 키.. 문학/시-야생화 2018. 3. 27. 불로초 아니라는 시로미 불로초 아니라는 시로미/유유 노화의 시간을 멈추기 위해 부숴버린 시계 불로장생의 수법 알듯 모를 듯하기에 계속 찾으려 구름 속 헤매다가 결국 피를 토한다 한 달 그리고 일 년의 흐름 이 모두를 정지시키는 것은 해와 달을 폭파하면 될 일 그리곤 죽으면 영생을 얻게 될 것이다 시로.. 문학/시-야생화 2018. 3. 26. 쓸모없는 개지치 쓸모없는 개지치/유유 사막을 걸으면서 다리와 눈의 비중을 저울질해본다 나무와 물은 어떨까 존재의 가치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구름은 그저 웃어 준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미물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필요하니까 창조되었을 것이라고 절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메아리는.. 문학/시-야생화 2018. 3. 25. 꽃마리의 미소 꽃마리의 미소/유유 하늘을 사랑하건만 땅을 떠날 수 없으니 하늘 향해 하늘빛 닮은 꽃만 말았다 폈다 하늘이 알아주든 말든 사랑하는 마음 담은 미소 보내자 인간이 낮은 자세 고개 숙이고 접근하면서 "너무나 귀여워라" 그래 마음껏 귀여워해라 밭두렁의 꽃마리는 하늘과 땅의 간격이 .. 문학/시-야생화 2018. 3. 24. 개구리발톱을 보았노라 개구리발톱을 보았노라/유유 처음엔 한 사람이 개구리 발톱 보았다고 거짓말하니 어느 언론에서 특종이라며 대서특필 열 받은 이 신문 저 방송도 따라서 보도하다가 개구리발톱보다 더 특별한 흥밋거리 찾아야 한다면서 개구리갓은 얼마짜리 명품이고 개구리자리는 비단 방석 법석을 .. 문학/시-야생화 2018. 3. 23. 불멸의 사랑 산수유 불멸의 사랑 산수유/유유 나무 꺽지 마세요 변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고 하는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고 나무 꺾어 건네면 이미 꺾어진 사랑 될 터이니까요 봄은 순간적으로 지나가지요 봄의 색깔 노란 꽃도 순간이라네요 그렇지만 정열의 붉은 열매는 오래 가기에 영원한 사랑은 오히.. 문학/시-야생화 2018. 3. 22. 산괭이눈 울음소리 산괭이눈 울음소리/유유 고양이 울음소리는 쥐 잡는 소리 야옹이 울음소리는 밥 달라는 소리 냥이 울음소리는 안아달라는 소리 괭이 울음소리는 조심하라는 경고음 본래 야생에서 살았건만 이제 집 나가 살면은 도둑고양이가 되어야만 하는 괭이 신세 산속 야생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살.. 문학/시-야생화 2018. 3. 21. 붓순나무에 빌어 본다 붓순나무에 빌어 본다/유유 글씨 솜씨 명필까지는 바라지 않고 악필만 면할 수 있게 해 준다면 붓순나무라는 그 이름 인정하겠습니다 비록 붓으로 글씨 쓰던 시대 지났다고 하지만 그래도 서예의 상징인 붓의 위력은 남아 있답니다 붓순나무 앞에서 빈다면 글씨 솜씨 얻을 수 있나요 붓.. 문학/시-야생화 2018. 3. 20. 삼지닥나무의 샤워 꼭지 꽃 삼지닥나무의 샤워 꼭지 꽃/유유 무엇을 뿌려 드릴까요 시원한 물보다는 종이돈을 쏟아 주고 싶어요 종이란 무엇일까요 옛날엔 종이가 무척이나 귀한 존재였지만 요즘엔 너무 흔하지요 종이 구기듯 한다는 말도 생겼으니 무시하는 편이지요 책도 읽지 않고 글씨도 쓰지 않으니 말이네요.. 문학/시-야생화 2018. 3. 17. 봄 처녀 산자고 봄 처녀 산자고/유유 연분홍 치마 입은 여인은 봄 색시 봄 아씨는 녹색 치마 하늘하늘 봄 처녀인 이 몸은 자주 줄무늬 하얀 치마 얼굴 자랑 치마 자랑 각선미 자랑 추운데 일찍 나와서 떨고 있는 비린내 나는 아가들 비웃으며 조금은 늑장 부리다가 대충 차려입고 나오는 그 봄 처녀 작은 .. 문학/시-야생화 2018. 3. 16. 허공을 긁어대는 살갈퀴 허공을 긁어대는 살갈퀴/유유 벌에겐 돌코롱 꿀 제공 개미와는 상부상조 코시롱 친구 소야말로 최고의 영양 덩어리 질소 고정 땅심의 원천 인간에게까지 약과 나물로 봉사하고 있건만 왜 이리 허전하기만 한가 봄이 돌아와 아름답고 멋들어진 분홍 꽃 피웠는데 동네 가까이서 웃고 있는 .. 문학/시-야생화 2018. 3. 15. 천진난만한 개구리갓 천진난만한 개구리갓/유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 불면 온몸 흔들며 춤을 추고 한낮의 봄볕을 노란 꽃잎에 저장해 달 뜨는 밤에 물광 빛내는 풀밭의 개구쟁이 냇가에서 물장구치기에는 아직 물이 찬데 깨 벗은 몸 흉보든 말든 후다닥 갓을 벗는 자유분방한 꽃 경칩도 지났다면서 모든 .. 문학/시-야생화 2018. 3. 14. 해변의 여인 뚜껑별꽃 해변의 여인 뚜껑별꽃/유유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돌멩이 부유함과 존귀함의 상징 형형색색 아름다움의 결정체라는 수백 가지 보석들 까짓거 있으면 뭐해 생명체가 없으면 진정한 보석 아니지 바닷바람에 만들어진 해변의 여인 같은 뚜껑별꽃이 배시시 웃.. 문학/시-야생화 2018. 3. 13. 암수딴그루 새덕이 암수딴그루 새덕이/유유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누가 만들어 냈을까 떨어져 살아가는 것은 팔자 누군가는 애틋한 그리움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기쁨의 눈물과 이별의 눈물을 같이 맞으면 새덕이는 암수 따로 꽃을 피운다 곁에 없을지라도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붙어살아봤자.. 문학/시-야생화 2018. 3. 12. 변산 아씨의 변신 변산 아씨의 변신/유유 바람은 억압된 소망을 갖고 방황하고 구름은 불확실한 삶을 놀리니 들판엔 하얀 거품이 바다를 이루는 세상이 된다 누가 변화하는 흐름을 막을 수 있겠는가 명품 핸드백이 허영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라 하지만 비교가 자존심에 불을 붙이는 것은 확실하다 정말로 .. 문학/시-야생화 2018. 3. 11. 밭두렁의 들개미자리 밭두렁의 들개미자리/유유 분명 먼 고향 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기억이 아득하기만 하니 여기가 고향 되었어라 혼자는 작고 힘없어 아주 떼로 뭉쳐 살고 있음에도 외로움은 어쩔 수 없구나 가끔은 내가 어떻게 변했나 하고 하늘에 얼굴 비쳐 보지만 심술궂은 구름이 늘 방해를 해 서러.. 문학/시-야생화 2018. 3. 10. 세월을 말하는 콩짜개덩굴 세월을 깨닫게 하는 콩짜개덩굴/유유 건물에서는 거미줄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물가에서는 조약돌의 반들반들함이나 모래알이 세월을 호소한다 숲 속에서 시간과 세월을 대변하는 것들은 많이 있다 오래된 바위나 나이 많은 나무가 산을 대표해 세월을 말해준다 그러나 고목이.. 문학/시-자연 2018. 3. 9. 큰봉의꼬리 큰봉의꼬리/유유 석양의 광채를 받아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는 봉황새 꿈속에서 보았다며 해몽해달라는 그 봉황새 상서롭고 존귀함의 상징인 새 중의 왕 오직 상상 속에서만 사는 영물 단 한 번 열리는 죽실만을 먹고 벽오동나무가 아니면 절대 깃들지 않으며 일단 날개를 펴면 천 리를 .. 문학/시-야생화 2018. 3. 7. 잡초 깃발 든 개쑥갓 잡초 깃발 든 개쑥갓/유유 손바닥만 한 땅 한 줌의 햇볕 그리고 빗물 한 방울만 있으면 그런대로 살아가리라 도시든 농촌이든 산속이나 바닷가 길가, 밭둑, 빈터, 담 밑, 흙더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환절기까지 가려서 살면 사치다 이게 꽃이냐고 무시당해도 일 년 내내 꽃 피우고 홀.. 문학/시-야생화 2018. 3. 6. 마냥 웃는 큰개불알풀 마냥 웃는 큰개불알풀/유유 찬바람이 갑자기 다가와 시비 걸어도 모른 채 웃고 만다 꽃샘 있어 봐야 잠깐이겠지 인간들이 지나가다 모질게 밟아도 그냥 웃는다 분명 모르고 그랬을 거야 개떡 같은 이름 붙여 놓고 놀려도 히히 웃어준다 부르기 민망하면 알아서 바꿔 주겠지 양지 곁 자리 .. 이전 1 ··· 68 69 70 71 72 73 74 ··· 1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