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시-야생화

산책로의 봄 야생화





산책로의 봄 야생화/유유


뭐, 조심하라고?

기가 막혀

본래가 우리 땅인데 봐주는 척하는 인간들

봄은 왜 계속 반복되는가


빼앗긴 땅의 봄

승자의 지배 논리에 봄꽃은 피를 토해보지만

나무의 새순은 여전히 느리기만 하다


등산화 발걸음 소리 섬찟섬찟

집채만 한 쇠신발로 인간들을 가끔 밟아주면 어떨까

봄이 가면 봄의 전령사도 떠나야 하지만

지금 당장 미세먼지가 싫구나.









그래! 한 번 밟아봐라

그 신발짝 멀리 못 가 빵꾸날끼다.









넓디넓은 땅이 있는데

나무 사이도 있고 돌 틈도 많이 있는데

하필이면 등산로 야자매트 사이로 나오다니

 

땅 속에서 어찌 알 수 있나

나와 보니 이런 무시무시한 장소인 줄

인간들이 지나갈 때마다 심장이 멈추는 아찔아찔한 스릴

 

다른 아가씨들은 여럿이 모여 저렇게 잘 놀고 있는데

이 몸은 전생에 어인 죄를 지어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인간이 보고 싶은가

아니면 사랑받고 싶은 건가

 

밟히면 어쩌려고

나무 계단에 앉아있나

 

아니다

봄이 왔다고

알려주고 싶은 맘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땅 빼앗겼다고 그냥 죽어 있어야 하나요

악착같이 살아나야지요

등산화 발바닥이 좀 무섭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나요

봄이 왔으니 말이지요

인간들은 삼일절날 태극기 흔들며 해방을 노래하나요

우리도 그러고 싶어요

삼월이 되면 해방을 부르짖고 싶다네요.

 









야자매트가 되었든

고무매트가 되었든

목재데크가 되었든

그냥 예전 살던 곳에서 살아가는 것일 뿐!










이제 발걸음 옮기기가 쉽지 않은가요

그냥 편안히 가세요

어차피 밟혀가며 살아야 할 운명이기에 탓하지 않으렵니다.










부디 기억이나 해 주세요!






'문학 > 시-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이되어버린 벼룩나물  (0) 2018.04.02
보춘화의 수난  (0) 2018.04.01
산당화의 유혹  (0) 2018.03.30
자운영의 노래  (0) 2018.03.29
새끼노루귀  (0) 201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