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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세월을 말하는 콩짜개덩굴





세월을 깨닫게 하는 콩짜개덩굴/유유

 

건물에서는 거미줄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물가에서는 조약돌의 반들반들함이나 모래알이 세월을 호소한다

숲 속에서 시간과 세월을 대변하는 것들은 많이 있다

오래된 바위나 나이 많은 나무가 산을 대표해 세월을 말해준다

그러나 고목이나 낡은 바위가 그렇게 보이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이끼와 더불어 세월의 흐름을 깨닫게 하는 식물 콩짜개덩굴이다

콩짜개덩굴은 콩란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난이 아니다

콩짜개란도 있지만 모양이 비슷하기는 해도 난이 아니므로 다르다

콩짜개덩굴은 일반 식물이 아니고 고사리류다

그래서 콩 반쪽 닮은 콩조각고사리라고도 한다

 






세월은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변하게 만들고 그 흔적을 남기는 것이 세월이다

인간은 세월을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세월이 생명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때문이다

인간은 세월과 맞서 보려고 각종 수단을 만들어 낸다

정신적으로는 종교를 만들어 위안으로 삼고 도를 닦기도 한다

육체적으로는 운동을 하고 수술까지 하면서 늙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일순간이다

결국 세월의 흐름은 인간의 발버둥을 휩쓸고 가버린다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다

 







산과 숲은 오랜 세월을 보냈다

그 속에서 바위와 나무가 더불어 살아왔다

그래서 바위와 나무는 세월을 알고 그것을 표시할 수 있다

나아가 그 세월을 이끼와 콩짜개덩굴이 잘 표현하게 도와준다

가끔은 마삭줄이나 노박덩굴이 들러리 서주기도 한다

콩짜개덩굴은 오래 살지는 못한다

그러면서도 콩 반쪽 이파리가 세월을 깨닫게 해 준다

아마 늙은 나무를 좋아해서 그런 모양이다

늙고 늙어 흉해진 겉모습을 가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또한 일순간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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