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문학/시-자연 2018. 12. 7. 소천지의 물고기 소천지의 물고기/유유 용이 헤엄쳐 다니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인가 꺼리를 만들고 싶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 도마와 칼 들고 오는 사람 많을 것 같아 걱정이다 괴수가 출몰한다고도 뻥튀기 보도하고 싶은데 요즘 낚시꾼들 실력 대단해 코생이 한 마리도 콕 찍어 잡아내는 판국에 .. 문학/시-자연 2018. 12. 6. 인형이 된 돌염전 인형이 된 돌염전/유유 소금장수 염 서방 기생이 가장 반가워하던 손님 상놈도 되고 왕도 되었던 때는 엊그제 소금의 존재는 구름이었다 바다 한 번 본적 없는 산골의 아낙은 소금에서 파도 냄새를 맡고 과학자도 주술사도 아닌 주방장은 소금에서 연금술을 배웠다 세월이란 변하는 것 .. 문학/시-자연 2018. 12. 5. 지붕돌의 무게 지붕돌의 무게/유유 저울로도 잴 수 없는 솜털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질 때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는 승려의 흐려진 눈동자 다리에 힘을 주게 된다 태산의 무게도 버틸 수 있었던 의지가 있었건만 머리 위 멀리 있는 양털구름조차 무거워 다리가 비틀거리는 신세 그동안 닦은 내공은 다 어.. 문학/시-자연 2018. 12. 4. 묵상 묵상/유유 아무런 생각 없다면서 머릿속 마음속에서 보려 하고 들으려 하고 끊을 수 없는 애욕의 순환 겉은 정지해 있지만 소용돌이치는 4차원의 내면에서 돌고 돌아 얽혀버리는 광선 줄기는 갈라지는 가닥 굉음은 무성이고 보이는 것도 모두 다 허상이니 서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돌이 .. 문학/시-자연 2018. 12. 3. 철사줄 아닌 줄사철나무 철사줄 아닌 줄사철나무/유유 능력이라곤 독한 추위에도 푸른 세포 잃지 않는 것 열대 식물들은 뜻을 모를 일이다 재주라곤 돌담 타거나 바위와 나무에 기어오르는 것 땅바닥 풀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어쩌다 보니 거꾸로 읽어 강하고 질긴 철사줄이 되었는데 강함이란 억지로 약하다.. 문학/시-자연 2018. 12. 2. 그 섬이 보이는가 그 섬이 보이는가/유유 예전엔 사람이 살았었고 그리고 바람만이 남아 있다가 게들도 떠나고 난 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그 섬이 보이는가 그림자라도 흔들린다면 있었다는 증명이라도 하늘에 알린 터인데 갯내음조차 흔적 없으니 버려진 배만 쓸쓸하게 맴돈다. 문학/시-자연 2018. 12. 1. 자연의 습작 노트 자연의 습작 노트/유유 해석이 어려워 제자리 뛰기도 하고 구르기도 해보건만 오래전 지나간 바람만 원망스럽다 자연의 습작 노트 호수 같은 수면이나 백사장 같은 모래 위는 금세 지워지기에 무슨 사연 남겼는지 몰라도 괜찮았는데 바위 표면은 오래 남아 있어 괜스레 머리 아프게 한다.. 문학/시-야생화 2018. 11. 30. 낙환들 꽃이 아니랴만 낙환들 꽃이 아니랴만/유유 붉은 눈물 켜켜이 쌓이면 기다리던 임이 온다 하였건만 새조차 침묵을 지키는 어느 장원의 오후 내일 새벽엔 찬 서리가 내린다 했는데 흙 안 보이는 땅바닥이야 걱정 없겠지만 해체된 꽃잎 보호해 줄 이불 마련하기는 어려워라 저대로 마르고 말라 바람에 몇 .. 문학/시-자연 2018. 11. 29. 마가목 지팡이 짚은 노인 마가목 지팡이 짚은 노인/유유 지팡이 효능 좋아 무릎과 허리 아픔 사라지고 비 오는 날에도 신경통 오지 않으니 신통방통하다며 춤을 추다가 지나가는 말을 때려 한 방에 죽인다 정공등이라는 노인 온갖 병든 몸뚱이 질질 끌며 천 년 묵은 산삼만 찾아다니더니만 갑자기 산삼 버리고 마.. 문학/시-자연 2018. 11. 28. 수직의 삶 담쟁이덩굴 수직의 삶 담쟁이덩굴/유유 힘들지 않냐고!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삶이 어디 있을까 적당히 불어주는 바람 있으면 축복 조금씩 올라가 더 멀리 볼 수 있는 행복 속에 산다 담벼락 타고 가서 한 번도 남의 물건 훔쳐본 적 없다 아니 담 너머 경계선조차 넘보지도 않고 남을 못살게 휘감거나 .. 문학/시-야생화 2018. 11. 27. 겨울을 준비하는 송악 겨울을 준비하는 송악/유유 계절의 수레바퀴가 어김없이 돌아가니 이제 곧 눈이 오겠지 태양의 햇살이 저렇게 힘없는 것 보면 땅속의 추위가 벌떡 일어날 거야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해 세찬 바람에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게 지네 발 내밀어 꼭 붙잡고 있어야 하고 하얀 눈이 덮여도 이겨 .. 문학/시-야생화 2018. 11. 26. 울산도깨비바늘의 용도 울산도깨비바늘의 용도/유유 도깨비가 바늘을 쓴다면 투명한 옷을 만들 때 사용할까 아니면 병든 도깨비 낳으라고 침놓을 때 쓸까 낚시 바늘과 시계바늘 생긴 것과 역할이 다른 것처럼 필요에 따라 다를 것 울산공단의 도깨비는 옷 꿰매는 작은 바늘이 시원찮다고 할 터 엄청 큰 바늘 들.. 문학/시-야생화 2018. 11. 25. 한라돌쩌귀의 아픔 한라돌쩌귀의 아픔/유유 그리워 너무도 그리워서 더 이상 아플 수 없을 정도로 멍들고 멍들은 가슴 부여잡고 서 있어라 기다림 기다리는 세월은 어느새 일 년을 보냈는데 이 가을 다 가도록 소식조차 없어라 버티자 억척스런 모습으로 머리에 투구 쓰고 몸 보호하며 그 님 올 때까지 오래.. 문학/시-야생화 2018. 11. 24. 참식나무의 고독 참식나무의 고독/유유 높은 산 숲 속에 숨어 잎사귀마다 물 구슬 한 알씩 달고 그 무엇인가를 기다리던 옛 추억 햇살 내리쬐는 돌담 옆 뜨락에 자리 잡아 졸고 있는 고양이 벗해 지나가는 사람만 바라보던 엊그제 기억 무료한 세월 이젠 물가에서 꽃도 피워보고 열매도 달아보고 어쩌다 .. 문학/시-야생화 2018. 11. 23. 억새의 바람 억새의 바람/유유 바람아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봄날의 따스함에 취한 몸 깨어나게 차가운 얼음 넣어서 마구 마구 불어라 바람 불지 않으면 내가 일으키리라 손바닥 흔들어 바람을 깨우 리라 흰 양말 벗어서라도 이리저리 휘둘러보리라 온몸이 휘청거리다 허리가 부러질지라도 머리를 .. 문학/시-야생화 2018. 11. 22. 털진득찰의 끈적끈적한 사랑 털진득찰의 끈적끈적한 사랑/유유 체면이 밥 먹여주나 얼마나 기다렸다가 만난 사람인데 방황하던 그리움이 초점을 잡는 순간 절대로 놓지 않을 힘이 나온다 내 사랑 영원한 것이 될지니 그동안 굳었던 가슴이 풀어져 버리면 체통도 품위도 한순간 내팽개치고 떨어지지 않도록 꼭 잡고 .. 문학/시-야생화 2018. 11. 21. 계절을 돌리는 좀딱취 계절을 돌리는 좀딱취/유유 들꽃 순례자들의 종착역 아직 못 본 꽃 많은데 앨범을 접으라 하는가 가랑잎 사이에서 찾아낸 코딱지만 한 바람개비는 부서져 가는 얼굴로 꽃쟁이의 허탈한 탐방에 위로의 쓴 웃음을 보인다 계절이란 돌고 도는 것이라고 좀딱취를 보고 난 후의 허전함 그래도.. 문학/시-야생화 2018. 11. 20. 고고한 물매화의 위선 고고한 물매화의 위선/유유 가을 녘 사그라져가는 잡초 속에 함초롬히 고개 내민 고결한 기품 사진작가 가슴 뛰게 한다 햇볕 나른한 동산 언덕에 들국화류 무시한 순백의 가녀린 모습 지나는 등산객 영혼 빼앗는다 얼마를 기다리고 그렇게 찾았던 임 만난 순간 되도록 고귀한 자태로 유.. 문학/시-자연 2018. 11. 19. 이나무에 달린 열매 이나무에 달린 열매/유유 소원을 빌어보세요 주렁주렁 열매 걸어 놓았으니 못다 이룬 꿈을 들어줄지 몰라요 사랑 점을 쳐 드릴까요 마법사에게 빌려 온 희망 주머니 있어 좋은 것 가르쳐 줄지도 몰라요 다른 나무 신경 쓰지 말고 이나무 달린 열매에 집중해 보세요 무언가 깨달을 때까지... 문학/시-야생화 2018. 11. 18. 꽃까지 쓴 자주쓴풀 꽃까지 쓴 자주쓴풀/유유 쓴맛이 어떤가 사랑의 달콤함을 맛보았기에 쓰다는 것 알아 피부엔 닭살이 돋고 코에선 비가 내리며 눈에서 번개 치더니 귀에서 천둥소리 들린다 쓴맛은 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맛보는 것이니 사모의 정이 단약으로 뭉쳐있고 뇌 속엔 그리움의 옹이 .. 문학/시-야생화 2018. 11. 17. 갈대의 노래 갈대의 노래/유유 호수나 바다의 물가에 살고 있다네요 산에서 사는 억새와 다르지만 이름 같이 불러도 상관없어요 모양새가 비슷하다고 같은 인생 아니지만 나고 죽는 것은 별 차이가 없지요 바람과 친하지는 아니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바람과 더불어 사는 생명이니 바람 친구라 불러도 .. 문학/기행문 2018. 11. 16. 태국 아유타야왕조의 흔적 어찌하여 부처님 얼굴이 나무 줄기 속에서 보일까 태국은 불교 국가인데 석조 불상의 좌대만 남아있고 몸통도 겨우 주워다 갖다 붙여 놓았지만 머리는 전혀 없다 아유타야 왕조(อาณาจักรอยุธยา, 1351년 ~ 1767년)는 현재의 태국 중부를 중심으로 타이족에 의해 세워졌던 왕.. 문학/시-야생화 2018. 11. 15. 진한 유혹 목서 향 진한 유혹 은목서 향기/유유 첫사랑의 설렘을 잃어버린 그대여 이 향기가 기억나지 않는가 머리를 흔들어도 결코 떨치지 못하는 은밀한 유혹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흔적은 실타래처럼 엉키어 바람에 휘날린다 가까이 오리라 그리곤 곧 목서 향에 혼이 빼앗길 것이니라. ......................... 문학/시-야생화 2018. 11. 14. 참선 중인 연화바위솔 참선 중인 연화바위솔/유유 어디서 와서 어느 곳으로 가는가 참된 나를 찾는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본성을 간파하기가 어찌 쉬울까마는 기왕 연화대에 앉았으니 화두 하나 잡고 수행에 들어가 본다 그러나 있는 곳이 바닷가 바위 절벽 굉음의 파도 소리에 날카로운 바람의 비명 배고픈 .. 문학/시-야생화 2018. 11. 13. 짭짜래한 갯개미취 짭짜래한 갯개미취/유유 힘들게 물질한 뒤의 잠깐 휴식은 돌코롱 코시롱허고 엄청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은 쫍지롱해야 한다는 제주 바닷가 동네 사람들 맛나지 않은 갯것이야 무엇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더 좋아하는 그것 아이들은 달아나는 게 남자 어른은 구멍 속의 낙지 여자들은 조개 .. 문학/시-야생화 2018. 11. 12. 대낮이 좋은 별나팔꽃 대낮이 좋은 별나팔꽃/유유 밝은 대낮에 별을 볼 수 있는 눈 하늘 그 자리에 늘 있는 별이기에 보인다 하면 보이는 것일 뿐 밤에 반짝이는 것이 별이기에 낮에는 별 없다 그래도 별나팔꽃은 낮에 별과 통신 보내는 것인지 듣는 것인지 낮 시간 길게 쓰고 있다. ........................................ 문학/시-야생화 2018. 11. 9. 봄 열매 준비하는 보리밥나무 봄 열매 준비하는 보리밥나무/유유 굽이굽이 장이 꼬이는 소리 험난한 보릿고개 높기는 왜 저리 높고 길기는 왜 이리 길기만 하던가 초근목피도 호사라 흙 파먹느라 손톱조차 뽑혔노라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엔 수확을 하여야 한 해 농사 이리저리 떼이고 겨우 남은 부스러기 말린 푸성귀 .. 문학/시-야생화 2018. 11. 8. 소금 꽃 해국 소금 꽃 해국/유유 밀물은 왔다가 썰물 되면 돌아가고 남는 것은 하얀 알갱이 몇 알 그래서 기다리는가 햇볕도 좋고 바람도 늘 있으니 더 못 기다릴까만 파도가 머리로 바위 부수며 하얀 피 흘릴 때 세월은 수평선 너머로 가물가물 검은 바위야 하얀 소금이 얼마나 애가 탔으면 까만 덩어.. 문학/시-야생화 2018. 11. 7. 갯질경의 숙취 해소 갯질경의 숙취 해소/유유 누가 마시랬나 각성하고 싶어서 각성이란 술이 깨어 정신 차리는 것이니 일단 취해야 하는 법 과음 다음 날의 엄청난 고통과 후회가 있다면 그것이 곧 각성 시행착오의 연속은 술 탓으로 돌리면 된다 그런데 바닷가에서 마시면 금방 깨는데 숙취 해소 효능의 갯.. 문학/시-야생화 2018. 11. 6. 붉은 구슬 토하는 덩굴용담 붉은 구슬 토하는 덩굴용담/유유 오죽하면 붉은 사리 만들어 입에 물고 있을까 그리우면 그립다 말을 하면 될 것을 애틋한 한만 속으로 갈무리 피조차 토하지 못해 구슬로 뭉쳐버린 그리움 영롱한 붉은 구슬 땅에 떨어질라 아니 차라리 흙이 될 지어라 이생에 못 이룬 꿈 땅에서 새로 시.. 이전 1 ··· 61 62 63 64 65 66 67 ··· 1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