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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억새의 바람






억새의 바람/유유

  






 

바람아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봄날의 따스함에

취한 몸 깨어나게

차가운 얼음 넣어서

마구 마구 불어라

  






 

바람 불지 않으면

내가 일으키리라

손바닥 흔들어

바람을 깨우 리라

흰 양말 벗어서라도

이리저리 휘둘러보리라

  






 

온몸이 휘청거리다

허리가 부러질지라도

머리를 흔들다가

정신이 나갈지라도

오름의 능선위에 서서

한바탕 놀아보리라

 






 

사납던 햇살이

부드럽게 바뀌었고

모질던 한해의

응어리도 풀리는데

가버린 여인 뒷모습

바라보아 무엇 하리

  






 

바람은 지우개라

잊도록 도와준다

바람만이 곁에 남아

친구가 되어준다

가을이 다 갈 때까지

바람아 계속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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