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야생화 문학/시-야생화 2018. 8. 18. 새침데기 물고추나물 새침데기 물고추나물/유유 보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혼자서 시무룩 삐진 얼굴 보여주고 싶건만 물에 비친 모습 보는 건 저 혼자 잠자리도 주변만 돌다가 그냥 가는 오후 물속에서 기던 우렁이 한 마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하다고 중얼거리는 연못가 새침하게 꽃 피운 물고추.. 문학/시-야생화 2018. 8. 17. 머리 여럿 구상난풀 머리 여럿 구상난풀/유유 머리 하나 숲에서도 계산이 필요할까 수학용 머리 둘 사라진 별 찾아내야 한다 천문관측용 머리 셋 자연엔 질서가 필요하니 법률용 세상이 복잡해져 무거운 머리만 자꾸 생겨나는데 구상난풀은 그래도 꼿꼿하게 서있어야만 한다. ........................................... 문학/시-야생화 2018. 8. 16. 사철란의 눈초리 사철란의 눈초리/유유 못 볼 줄 아는가 깊은 숲속이라도 빛은 있다 어지러운 세상 짝퉁 사이비 짜가가 판친다지만 우리에겐 사촌 정도로 그친다 왜냐하면 감시의 눈 부릅뜨고 있기 때문 사철란의 눈초리가 부드러워진 것을 보니 여름도 가는 모양이다. ................................................ 문학/시-야생화 2018. 8. 15. 여름새우란의 꿈 한여름 밤 꿈꾸는 여름새우란/유유 당연히 숲속이 시원하지요 달이 있든 없든 별이 있든 없든 밤 하늘 시원하니 신경 쓰지 말고 찾아오세요 많이 많이 더울 때 살면서 답답함과 짜증도 몰려올 땐 한 번 만나보고 지긋이 미소 지어 보세요 숲의 정기 머금고 조금은 이뿐 색으로 단장을 하.. 문학/시-야생화 2018. 8. 14. 고운 꽃 부러운 송이고랭이 고운 꽃 부러운 송이고랭이/유유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말이야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을런가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 웃어주리라 누구나 우선은 보이는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기에 고운 꽃이 싫을 리 있을까 괜한 투정 보이지 않는 물속에선 수중생물의 서.. 문학/시-야생화 2018. 8. 13. 진땅고추풀의 속삭임 진땅고추풀의 속삭임/유유 가까이 오세요 좀 더 가까이 물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행복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면 진땅을 밟아야 한답니다 발목이 시리고 엉덩이가 축축해질 때야 비로소 마른땅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고 그동안 행복함 속에서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는지 무.. 문학/시-야생화 2018. 8. 12. 하루 종일 털이슬 하루 종일 털이슬/유유 아침에만 살아 있어야 하고 풀잎에만 달려 있어야 하는 투명한 구슬 낭만이란 굴레로 모든 것을 대신하려나 가는 털로 이슬을 잡고 있을까 아주 작으면 쇠털 같다고 하더니만 쥐털과 개털 말털도 끼어들어 한 수 하려 한다 까짓것 해주면 되지 한 여름날의 아침 이.. 문학/시-야생화 2018. 7. 20. 어둠을 밝히는 실꽃풀 어둠을 밝히는 실꽃풀/유유 어둠 속에서 숨소리 들리는 깨달음의 조각 계곡물은 여전히 차갑기에 검은 바위 위의 이끼는 가부좌를 풀지 않는다 암울한 세상이 아무리 어둡다 할지라도 어딘가엔 빛이 숨겨져 있을 것 실낱같은 밝음을 찾는 구도자의 급한 발걸음 따라 바람도 보폭을 맞춰.. 문학/시-야생화 2018. 7. 19. 인형이 되어버린 풍란 인형이 되어 버린 풍란/유유 분재와 석부작 목부작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할 운명이 되었으니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인간의 눈요깃거리로 살아간다는 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보다 그게 정말 좋은 것일까 아닐까 해답이 어렵다 전깃줄 오선지에 걸린 음표 꼬리는 소리를 낼 수 없다 하.. 문학/시-야생화 2018. 7. 18. 노란색 무궁화 황근 노란색 무궁화 황근/유유 갑자기 잠이 든 애국가 노랗게 물들어버린 네 꽃 속에 숨었나 숨소리 조용조용 엿보지 못한다 어쩌다 여름날의 나그네 되어 어제는 그곳 오늘은 바닷가 내일은 어느 곳 정녕 나라의 상징물이 될 수 있을런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멍.. 문학/시-야생화 2018. 7. 17. 문주란이 부르는 노래 문주란이 부르는 노래/유유 작곡가 작사가는 당연히 모르거니와 주제도 알듯 모를 듯 맺힌 사연 너무 많아 꽃술마저 흐느낀다 토끼섬아 우린 무슨 인연일까 미운 정 고운 정 수백 년을 같이 살아왔건만 왜 아직도 가슴앓이를 해야 하는지 바람의 현악기 소리는 들릴 듯 말 듯 하도다 파도.. 문학/시-야생화 2018. 7. 16. 슬픈 전설의 해녀콩 슬픈 전설의 해녀콩/유유 어느 곳에서인가 파도 타고 흘러들어온 이방인 물질하고 올라오는 해녀에게 말을 건넨다 배불러 일하는 모습 불쌍타 그렇지않아도 아이들 너무 많아 힘들어 죽겠는데 하나 더 낳으면 어이 키울꼬 오죽하면 이방인에게 어설픈 낙태의 기술을 배웠나 꽃이 고운 .. 문학/시-야생화 2018. 7. 15. 고달픈 삶 왜박주가리 고달픈 삶 왜박주가리/유유 땅을 딛고 허리 편 채 꼿꼿하게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다 노박덩굴 같은 강한 힘과 굵은 줄기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눈치 덜 보며 살 터인데 작은 나무만 골라서 감고 올라가야 하는 신세타령이 허무하다 바람을 두려워해야 하는 식물이 어찌 이 몸뿐이랴만 유.. 문학/시-야생화 2018. 7. 14. 이유 있는 이름 한라감자난초 이유 있는 이름 한라감자난초/유유 무명초라 괜스레 슬픈 눈물이 흘러내리게 하는 말이 되어 서민과 비교되고 먼 옛날의 노랫소리 따라 흘러간다 만약 이름 없는 꽃이 있다면 정명 주겠노라 어디 벌떼처럼 달라붙는 식물학자들이 있을런가 작명의 역술인이 어이없어할지라도 무명화 그.. 문학/시-야생화 2018. 7. 13. 문제 해결 산해박 문제 해결 산해박/유유 어깨 뭉친 근육 풀다가 암호 풀이의 해법을 찾았다고 했다 난수표 만들고 압축 파일 생산해 놓고도 쉽게 풀지 못하니 전문가 탄생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말자 요즘엔 인공지능 컴퓨터가 알아서 모두 해결 산해박은 어려운 문제 풀지 않는다 몸 아픈 부분만 풀어주.. 문학/시-야생화 2018. 7. 12. 뻥치는 갯기름나물 뻥치는 갯기름나물/유유 애교 떨어 이내 맘을 설레게 했는데 그게 뻥이었을까 믿음이 지나치면 과신과 오용이라 하지만 약자의 순간 행복이려니 오장육부를 원활하게 하고 서른여섯 가지 풍을 치료함에 더해 요즘의 미세먼지까지 만능의 효험이 있노라는 뻥치는 소리 파도보다 높다 그.. 문학/시-야생화 2018. 7. 11. 대흥란의 폭소 대흥란의 폭소/유유 염화시중의 미소란 무엇일까 깨달은 삶의 진리 정확히 전파해 줄 묘수 찾지 못한다면 그냥 크게 웃어 주리라 어쩌다 소나무 주변에 신세 진 몸 되었는데 공간 이동의 무술 연마로 세상 구경 잘하며 웃고 다니는구나 가섭존자 같은 승려 있어 광기 어린 이 웃음 알아줄 수 있을까 하고 운수납자되어 이 절 저 절 기웃거리는 대흥란. ........................................................................................ 대흥란; 숲속에서 자라는 잎이 없는 난초의 일종인데 전남 대흥사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여 대흥란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꽃은 7월에 홍자색으로 피는데 사는 곳이 일정치 않아 소나무 주변에 있다가 없어지곤 한다. .. 문학/시-야생화 2018. 7. 10. 날아간 천마 날아간 천마/유유 하늘에서 떨어졌다 하여 찾으러 갔건만 그림자 흔적조차 없는 바위 위에 새소리만 모여 있다 필요한 사람 있기에 이 세상에 존재한다 하련만 명의는 깊은 산속에 숨어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았다고 하는가 인간의 추한 욕심 보기 싫어 날개 달린 천마는 이미 하늘로 가.. 문학/시-야생화 2018. 7. 9. 기우제와 하늘말나리 기우제와 하늘말나리/유유 이게 아닌데 이렇게 쏟아 부으라고 기도드린 게 아닌데 말이다 오랫동안 가물었다 대지는 쩍쩍 갈라지고 농작물은 말라 비틀어졌다 땅속의 개미조차 하늘을 원망했던 시간 하늘말나리는 숲속에 숨어 정성을 다해 기우제 지냈다 하늘 우러르며 비 내려 달라고 .. 문학/시-야생화 2018. 7. 8. 시간 약속 노랑개아마 시간 약속 노랑개아마/유유 시간 잘 지키세요 늦으면 볼 생각 말아요 차가 밀려서 그런 말 안 통한답니다. 누굴 더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구름이 약 올리며 스쳐 가고 바람도 눈치 주며 지나간 지 오래되었는데 허공의 초침 소리만 요란하군요 화가 나네요 문을 닫고 침묵의 늪으로 빠.. 문학/시-야생화 2018. 7. 7. 짠 눈물 생각나는 참골무꽃 짠 눈물 생각나는 참골무꽃/유유 진정한 골무의 모습 결코 주인공이 되지 못함을 알면서도 주어진 본연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숨어버린 아름다움 참골무꽃에서 어머니의 둘째 손가락을 본다 바늘에 찔려 피가 송송 솟아오르는 손끝의 상처에 짜디짠 눈물 떨어지면 얼마나 아팠을까 .. 문학/시-야생화 2018. 7. 5. 의심스러운 만년콩 의심스러운 만년콩/유유 정말로 오래 살까 오죽 많아 구름처럼 몰려든다 했거늘 어느 순간은 한 점도 없다 불로초도 산삼도 귀한 것이라 함은 오래 남아나지 못해서일까 만 년을 살면 흔하게 보여야 하는데 숲속엔 빠진 눈알만 뒹구니 찾는 게 부질없는 짓일 것이라고 만년콩이 헛웃음 .. 문학/시-야생화 2018. 7. 4. 순비기의 합창 순비기의 합창/유유 제주도 앞바다엔 보랏빛 그리움이 맴돌고 고~고~고~ 입을 더 크게 벌리고 손은 앞으로 모아 율동을 부드럽게 파도 소리 박자에 정신을 집중하며 물고기 튀어올라 박수 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래 부른다 초록색 유니폼에 보랏빛 얼굴모습 행색은 섬처녀라 움직임.. 문학/시-야생화 2018. 7. 3. 닭의난초 잠꼬대 닭의난초 잠꼬대/유유 요정은 이제 어린 소녀만 남아서 숲의 안개를 먹고 산다 매일 매일 이슬로 목욕한 후 여명의 빛을 떼어 볼연지 찍곤 한다 달걀은 달걀이고 병아리는 병아리일 뿐 닭과는 무관하다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지축을 울리고 있는 산골짜기 장마 지나면 무더위 오련만 올겨울 추위를 생각하며 몸서리친다. ............................................................................ 닭의난초; 중부 이남의 산골짜기 다소 습한 지역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꽃은 6~7월에 황갈색으로 피는데 안쪽에 홍자색의 무늬가 있다. 청닭의난초 등 몇몇 변형된 품종도 발견된다고 하며 병아리난초와는 무관하다. 꽃말은 "숲속의 요정" 문학/시-야생화 2018. 7. 2. 백년초의 노란 꽃 백년초의 노란 꽃/유유 100가지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느냐 그러거나 말거나 장마도 태풍도 무더위도 이리저리 지나가는데 바닷바람의 싱그러움에 취해 붉은 술이나 한잔 100년 동안 사람의 건강을 책임진다고라 믿거나 말거나 떡, 김치, 국수, 초콜릿, 샐러드, 부침개 이어 삼겹살까지 .. 문학/시-야생화 2018. 7. 1. 풀밭에 사는 산제비란 풀밭에 사는 산제비란/유유 제비는 산에서 살기 싫다 인간이 지어 놓은 집의 처마 밑에 자리 잡고 민가 주변의 진흙 모아 둥지 틀어 새끼 낳은 후 논밭에 사는 해충 잡아 먹이로 삼기에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것이 좋다 비록 인간이 조금 배신하여 처마 없는 집만 짓고 진흙 많은 곳은 도로.. 문학/시-야생화 2018. 6. 30. 속박이 싫은 바위수국 속박이 싫은 바위수국/유유 어쩌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 되었지만 비록 사는 곳에서만 살아야 하는 넝쿨 되었건만 영혼은 나비 날개같이 펄럭인다 가고 싶은 곳 가야 하는 방랑벽 오르고 싶다면 반드시 올라야 하는 원대함 그리움이야 살아가는 생명수다 속박하지 말아 달라 한다 가지 .. 문학/시-야생화 2018. 6. 29. 산매자나무의 가발 꽃 산매자나무의 가발 꽃/유유 국수가 미용실 가면 라면 된다고 그런 웃기는 얘기 있었던가 대머리 감추려 가발 만들어 썼더니만 그래야 권위 있는 줄 알고 멀쩡한 머리에도 가발 썼던 중세 시대 여자들 싸울 때 머리끄덩이 잡아챘는데 가발이었다면 얼마나 황당했을까 산매자나무가 묘한 .. 문학/시-야생화 2018. 6. 28. 탐라산수국의 유혹 탐라산수국의 유혹/유유 시대가 시대인 만큼 요즘의 벌 나비는 너무나 약아빠져 웬만큼 꼬드겨서는 안 넘어가 패션쇼 많이 보고 무슨 놈의 향수는 또 그리도 많은지 시원찮은 것은 눈에 안 찬다나 홀림 꽃 알아채서 안 온다 하니 헛꽃에 암술 수술 달아놓고 기다리는데 세월만 부질없이 .. 문학/시-야생화 2018. 6. 27. 짧은 삶 가지더부살이 짧은 삶 가지더부살이/유유 하늘이 나에게 천 년을 준다면 참으로 허황된 망상 천 년은 억겁에 비하면 쇠털만도 못하지만 하루살인 한 시간이 길다고 한탄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숲속의 가지더부살이는 하루살이보다 하루 더 사는 게 어디냐고 하면서 젊음을 낭비 않겠노라 다짐해 보..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5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