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물피
유유
농부 손에 뽑혀서 날아갈 때의 기분은
지옥문을 들어서는 느낌
물이 고향이건만
하늘을 날다가 떨어지는 곳은 메마른 황무지
그래도 살아남았다
푸대접받지 않고 존경 속에서 살고 싶은데
크고 통통한 살
영양가와 맛이 좋은 알갱이
그 쉬운 것들을 만들지 못하는 존재라니
운명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흉악범도 아니고
환경을 해친 문제아도 아닌데
피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야 하는 신세
차가워지는 가을바람에
긴 까락들만 더욱 날카롭게 벼르게 된다.
물피; 논이나 습지에서 자라는 볏과의 한해살이풀이며 수염뿌리로 모여 나고 곧게 서서 자란다. 긴 잎의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고 꽃은 9~10월에 원추꽃차례로 피며 녹색이었다가 알갱이가 익으면서 자갈색으로 변한다. 돌피와 비슷하나 돌피보다 까끄라기가 길고 물을 더 좋아하며 남부지방에서 많이 자란다. 피 종류인 개피, 논피, 돌피, 물피 등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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