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야생화
2021. 6. 29.
띠에 대한 향수
띠에 대한 향수 유유 모옥에 살면 시원한 바람 들어와 부채질 안 해도 되고 비 오는 날엔 샘으로 물 뜨러 안 가고 달 밝은 밤엔 등잔불도 필요 없었기에 마음이 얼마나 편했을까 어릴 때 뽑아 먹던 목동의 친구 삘기가 어느새 백발이 되니 정신없이 살았던 부귀영화가 뜬구름이더냐 아무리 귀거래사를 읊어 보아야 고향엔 이제 띠로 엮어 지은 집 없다 지난날 들녘의 풀밭은 도시가 되었고 한들한들 띠 대신 딱딱한 고층건물이 빼곡 바람도 떠나고 비는 오물 되었으며 달빛마저 울어 버리니 옛 띠를 찾아 헤매는 늙은 목동 서글프다. 띠; 전국의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벼과의 여러해살이식물로 보통 삘기, 삐비, 삥이, 삐 등으로 불렸다. 풀의 대표적 상징임에 따라 띠로 지붕을 엮어 만든 집을 모옥(矛屋) 또는 모사(矛舍)라고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