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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태풍 기다리는 계곡의 바위

 

 

 

태풍 기다리는 계곡의 바위

 

 

오래 살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아니하든 계곡의 바위는 이끼 옷을 입어야 하고 

온갖 곤충과 동물들의 배설물을 받아 

육신은 더러워지는 법 

 

 

 

 

 

 

 

그래서 자주 몸을 씻고 싶건만

세상일 어디 뜻대로 되는 경우가 많으랴

그런데 인간이 싫어하는 태풍이

바위에게는 때 빼고 광내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바위라고 늘 침묵의 참선만 해야 할까

참았던 숨을 내쉬고

지축을 울리는 사자후도 토해내고 싶을 때가 있는데

태풍만이 도와주도다

 

 

 

 

 

 

 목욕한 후의 개운함

무게의 바위가 날고 싶다고 하면 절대 안 되겠지만

깊은 산 속에 숨어 사는 처지에선

태풍이 반가운 손님이다.

 

 

 

 

태풍아 어서 와라!

 

<한라산 깊은 계곡의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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