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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스크랩] 후피향나무의 냄새도 사라지고

 

 

후피향나무의 냄새도 사라지고

 

햇살이 뜨겁게 내리쬘 때

그 냄새는 머리를 아프게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향기 

맡아 본 적 없다고 칭찬하지만

내 뇌 속에 파고든 그 냄새는

영혼을 뒤흔드는

마귀할멈의 악다구니 같기도 했다

 

구질구질 비가 내리는 날에도

그 냄새는 욕지기를 나게 했다

어떤 꽃집에서는

목향이라며 분재용으로 가꾸어

안방에서 감상하게 하지만

내 몸 전체를 무너뜨리는 그 냄새는

살과 뼈를 부식시키는

염산 황산의 공포를 느끼게 하였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그 냄새도 조용히 잠자게 된다

좋은 사람도 싫은 사람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사랑과 미움의 감정 떨치고

새롭게 관찰할 수 있는 시간 맞이하니

나무 앞에 선 내 마음도

백지로 만들수 있는 순간을 갖게 되었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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