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피향나무의 냄새도 사라지고
햇살이 뜨겁게 내리쬘 때
그 냄새는 머리를 아프게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향기
맡아 본 적 없다고 칭찬하지만
내 뇌 속에 파고든 그 냄새는
영혼을 뒤흔드는
마귀할멈의 악다구니 같기도 했다
구질구질 비가 내리는 날에도
그 냄새는 욕지기를 나게 했다
어떤 꽃집에서는
목향이라며 분재용으로 가꾸어
안방에서 감상하게 하지만
내 몸 전체를 무너뜨리는 그 냄새는
살과 뼈를 부식시키는
염산 황산의 공포를 느끼게 하였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그 냄새도 조용히 잠자게 된다
좋은 사람도 싫은 사람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사랑과 미움의 감정 떨치고
새롭게 관찰할 수 있는 시간 맞이하니
나무 앞에 선 내 마음도
백지로 만들수 있는 순간을 갖게 되었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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