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노랫말
2023. 4. 29.
도시락
도시락 먼 길 떠나는 나그네의 보따리 속엔 주먹밥이 들어 있었다 반찬은 고사하고 시커먼 보리밥 뭉쳐서 만든 덩어리 소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만족이요 시냇물 흐르는 물가라도 자리 잡으면 행복이었다 학교 끝나서 돌아오는 아이들 등엔 빈 벤또가 메어 있었다 반찬통 하나 하고 숟가락 하나가 양철통 안에 들어가 달릴 땐 요란한 소리 기쁨이요 무한한 가능성 역동성과 희망을 주는 상징이었다 여럿 모여서 근무하는 직장 점심은 도시락 집합 시간이었다 각자가 싸 온 반찬통 내놓고 부인들 음식 솜씨 자랑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이요 나라와 사회가 발전하는 원동력이며 체력이었다 이젠 누가 음식을 갖고 다니겠는가 식당이 모든 것을 해결 그래도 도시락 먹고 싶으면 편의점의 플라스틱 판때기 옛 추억도 낭만도 멍텅구리요 식중독이니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