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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족두리의 회상

 

 

족두리의 회상/유유

 

 

바르르 떨리는 떨잠의 고상한 아름다움 

지위 높은 여인들의 머리 위에서 우아함을 자랑하던 때가 있었다 

바로 엇그제 같건만 

 

 

 

 

과시하고 싶은 것이 여자의 본능이거늘

하물며 지위와 부귀를 뽐내는 높은 자리에 있어서는

왕관 흉내를 못냈으랴

 

 

 

 

그런데 금과 진주 달고 허영을 꿈꾸게 하였다는 죄로 인해

그만 숲속에 버려지고만 족두리

아무도 찾을 수 없고 보아주지도 않는 족도리풀이 되어 

 

 

 

 

고개조차 쳐들지 못하는 벌까지 더하니

칙칙한 얼굴로 한평생 땅바닥만 쳐다보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변해

속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단다.

 

 

 

족도리풀; 쥐방울과 소속답게 쥐방울만 한 통꽃이 달리는 산속의 약초이다. 크고 넓은 잎을 들춰야 족두리 닮은 보라색 꽃을 찾을 수 있는데 대부분 꽃이 벌과 나비를 매개체로 하는 데 반해 족도리풀은 땅 위에 사는 딱정벌레를 매개곤충으로 삼기 때문에 땅에 바짝 붙어 꽃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린다. 한방에서는 세신이란 이름으로 소화불량에 처방하는 등 모든 부분이 약재가 되었다고 한다. 꽃말은 "모녀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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