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두 알의 며느리밥풀꽃
새며느리 꽃며느리 알며느리 수염며느리 민며느리
며느리 대우해 주느라
아부성 여러 이름을 잘도 갖다가 붙여 주는 것 같다
그러기에 왜 며느리 핍박하며 살았나
시어머니도 며느리 적 있었고
며느리 늙어 시어머니 되는 줄 알면서도
여자의 고질병이란
이젠 시어머니밥풀로 변해버렸다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아이 하나 제대로 못 본다는 핀잔에
청소도 못 하면서 어찌 먹고살 것이냐는 구박
할미꽃 신세가 멀지 않았구나
며느리밥풀이 꽃을 피우면
세월은 흐르는 것이기에 겨울이 오고 있다고 하나 보다.
며느리밥풀꽃; 도감에는 새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꽃며느리밥풀, 수염며느리밥풀, 털며느리밥풀 등으로 분류되어 등재되어 있으나 보통은 그냥 며느리밥풀꽃으로 불리며 제주도에서 자라는 것은 알며느리밥풀로 구분된다고 한다. 반기생성 한해살이풀로 높이는 30-50cm이고, 뭉툭하게 네모진 줄기에는 짧은 털이 있다. 좁은 달걀 모양 잎은 마주나며 꽃은 삭과이며 여름철에 붉은색으로 핀다. 긴 통 모양으로 생긴 꽃부리는 끝이 입술처럼 두 갈래로 갈라졌으며, 아랫입술 꽃잎 가운데에 마치 밥알처럼 생긴 흰색 무늬가 두 개 있다. 꽃말은 "여인의 한, 질투"
며느리밥풀을 바라보는 며느리
추석을 보름쯤 앞두고는 벌초를 하게 된다. 예전에는 남자들만 벌초를 하였지만 요즘엔 가족 숫자도 줄고 자연스러운 남녀평등 풍토가 자리 잡아 여자도 벌초에 동참하게 되었다. 벌초를 마치고 차례를 지낸 후 환담하는 자리가 되면 산소 근처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난 며느리밥풀꽃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아랫입술에 밥풀 2개 붙이고 있는 꽃이 갓 시집온 며느리의 혼이라고 설명을 해 주면 여자들은 순간 먹는 것을 중지한다. "에이 ~ 설마"하면서도 무언가 가슴이 메이는 듯싶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먹지 못하는 서러움도 있는데 구박받아야 하는 슬픔이란 어찌 헤아릴 수 있으리요!" 벌초에 따라와 며느리밥풀꽃을 본 것이 후회되는 표정이다. 혼자 떨어져 사는 시어머니 생각도 나는 모양이다.
전설 ; 옛날 어느 한 며느리가 저녁밥을 짓다가 뜸이 잘 들었나 확인하기 위해 밥알 몇 개를 입에 넣었는데 우연히 이를 본 시어머니가 어른들이 맛을 보기도 전에 밥을 먹어버렸다면서 부지깽이로 때렸고 며느리가 넘어지면서 솥뚜껑에 찧어 죽었는바 죽은 며느리의 무덤에서 입술에 밥알 붙인 꽃이 피었고 이를 며느리밥풀꽃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흰꽃도 가끔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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