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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스크랩] 고개 숙여 사죄하는 주홍서나물

 

 

 

고개 숙여 사죄하는 주홍서나물

 

누가 불도 안 끈 채

담배꽁초를 들녘에 버렸느냐고 소리치자

산불 낸 범인으로 몰릴까 두려워

부들부들 떨며 고개 숙이고 있다 

 

누가 화장솔을 함부로 사용하여

털 빠지게 하였느냐고 중얼거리는 소리에

화장 안 한 얼굴이 부끄러워

고개 떨군 채 곁눈질한다

 

누가 형편없는 외제 립스틱을 써서

품질 좋은 국산품 모독하느냐는 소리 듣고

갑자기 뽑혀 버려질까 겁이 나

고개 숙여 외국에서 온 죄를 빌어 본다.

 

......................

주홍서나물; 머리 모양의 주홍색 통상화가 아래를 향해 매달리는 식물이다. 아프리카에서 들어 와 따뜻한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정착하였다가 점차 북상 중이라 한다. 꽃을 피울 때는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꽃이 지고 씨가 익기 시작하면 점점 고개를 들기 시작하여 완벽히 익으면 빳빳이 쳐들고 홀씨를 날린다. 생태계 교란의 잡초로 취급받는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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