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이끼
어느 계곡에 사는 바위는
겨울이나 여름이나 일 년 내내 벗고 살아야 하고
어느 계곡에 사는 바위는
멋진 옷을 잘 입고 살아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했는데
벌거벗은 바위는 수시로 목욕하여 깨끗한 몸
숨기는 물건도 없고
언제나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전신을 내보이면서
수억 년을 살아간다나
옷 잘 입은 바위는 늘 새 옷 마련 걱정
옷 속엔 벌레가 바글바글
목욕 못한 피부는 종기가 돋아 올라 수시로 근질근질
수명을 단축하게 한다네
이끼에 몸을 내어 준 바위는 기가 막혀
언제 옷 타령을 했던가
당장 벗어 버린 채 알몸으로 살아가고 싶건만
자연의 섭리는 어쩌지 못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