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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스크랩] 갈대의 중얼거림

 

 

갈대의 중얼거림

 

호수나 바다의 물가에 살고 있다네요

산에서 사는 억새와 다르지만 이름 같이 불러도 상관없어요

모양새가 비슷하다고 같은 인생 아니지만 나고 죽는 것은 별 차이가 없지요

바람과 친하지는 아니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바람과 더불어 사는 생명이니 바람 친구라 불러도 개의치 않아요

억새도 같은 입장이지만 그래도 억새는 귀공자 같은 폼을 잡고 있어 조잡한 내 모습보다는 좋아요

희고 깨끗한 얼굴을 흔드는 억새를 볼 때 갈색의 칙칙한 내 인상이 슬플 때도 있답니다

그래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억새를 찾지 않고 이 몸 갈대 먼저 찾아서 좋지요

억새가 방안의 꽃병 속에 있을 때 갈대는 빗자루 되어 방을 쓸고 있지요

방안을 살포시 가려주는 발이 되어 햇볕을 조절하기도 하고요

방바닥 차가울 땐 자리 되어 봉사하기도 한답니다

비 오는 날 삿갓 역할은 더없는 자랑이지요

그래서 갈대는 자부심이 크답니다

갈대는 갈대라고 합니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갈대랍니다

세상에서 잘 적응한다는 갈대가 되었습니다

하나가 한쪽을 바라보면 모두가 따라 하는 갈대입니다

줏대없는 갈대 아니라 일치단결의 힘을 보여주는 갈대 정신이지요

모두가 뜻을 같이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모습 보여주어 무시 못하게도 하고요

어느 땐 전부가 동시에 몸을 태워 물 위 불 무섭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는 희생도 한답니다

그렇지만 평소에는 한가롭고 평화스러운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출하려 매우 노력하고 있답니다

조류학자들은 갈매기와 철새 찾아 카메라 갖고 오고 환경가들도 늪이니 습지니 하면서 찾아와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보람된 것은 이 몸이 음악의 상징이 되고 시인들은 인간과 연결시켜 생활철학을 노래하는 것이랍니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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