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뿌리 남기는 조록나무
무엇하나 자랑할 것이 있더냐 잔가지에 둘러싸인 줄기도 별 볼 일 없고 이파리는 벌레집 되어 버리고 꽃도 열매도 정말 볼품 없는 신세 잎버레혹나무의 모습이다 그래도 상록수라며 눈 쌓인 산골에서 푸른색 자랑한 채 누가 보아주든 말든 오래오래 살다가 죽는다 죽고 나니 가치를 알아준다 뿌리가 매우 진귀한 형상 보이고 아주 오래가는 재질이라며 천연기념물 대우받는다 살아 있을 때 벌레에게 너무 많이 헌신하여 죽은 후엔 뿌리라도 상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뿌리만 아는 조록나무 되었다 뿌리는 참선하는 자세로 수천 년을 넘게 보낼 것이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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