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야생화
2021. 9. 7.
벼가 본 논둑외풀
벼가 본 논둑외풀 유유 논의 주인공인 벼는 세 계절을 살면서 보고 듣는 것이 많은데 그중에서 논둑외풀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한다 비옥한 곳에서 살다 보면 어중이떠중이 함부로 들어와 같이 살겠다고 하고 조금이라도 양분을 뜯어 먹으려 하는데 그는 제 분수를 지키며 아무리 어려워도 논 안으로는 침범하지 않는다 흔히 작고 약하면 동정심을 유발해 얻어먹으려는 거지 근성이 있다고 하건만 그는 아주 조금만 먹으며 남의 것은 넘보지 않는 대단한 자제력을 보여준다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누구나 잘나 보이고 싶고 과시도 해보려 하건만 그도 이목구비 다 갖추었으면서도 당당하게 나서 보라고 하면 씽긋 웃고 만다 그는 깔끔한 일생을 살다 간다 모든 식물이 서로 크겠다고 경쟁하는 여름철에 논두렁 주변 살짝 나타났다가 찬 바람 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