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바람
바람은 무슨 일이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바람은 일하는 사람을 격려해 능률을 높여 주기도 하고 힘든 줄 모르게 일에 심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바람이 일하는 사람과 호흡이 맞을 땐 말 그대로 신바람이 난다고 할 수 있다. 바람은 언제든지 일꾼을 위한 일이라면 나설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흔히 하는 말마따나 바람처럼 나타나 도와주게 되는 것이다.
바람이 농촌에서는 농부를 도와준다. 바람은 힘들어 흘린 농부 얼굴의 땀을 씻어 준다. 등에서 솟아 나오는 끈적끈적한 땀을 사라지게 해 준다. 볏단에서 떨어져 짓궂게도 머리에 달라붙은 티끌을 떼어주기도 한다. 마당에 널어놓은 콩과 나락이 단단해 지도록 물기를 말려주기도 하고 곡식에서 돌과 잡티를 분리하는 데는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바람은 오랜 세월동안 농부의 곁을 지켜왔고 바람의 도와주는 뜻을 잘 알아 적절히 바람을 활용하는 지혜가 일상생활 전역에 걸쳐 나타나 있다.
어촌에서 바람은 어부와 친구가 된다. 물고기가 많이 노는 지점을 잘 아는 바람은 어부가 고기를 잡으러 나갈 때 생선 냄새를 전달하며 그쪽으로 가도록 유도한다. 잡은 물고기는 상하지 않도록 신선한 공기를 계속 불어 넣어주며 그물코도 삭지 않도록 잘 말려 준다. 어부의 배가 움직이는 데는 바람의 진가가 발휘된다. 돛을 단 배가 빨리 가고 늦게 하고 하는 것은 바람의 기본적인 힘 조절이며 이리 가고 저리 가고 하는 것도 바람 방향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돛단배뿐만 아니라 돛 없는 배들도 바람이 밀어 주면 훨씬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부들은 바람의 기분을 미리 알고 잘 대처하는 편이다.
바람은 산에서 나무꾼과 말동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무꾼이 없어져 대신 등산객과 대화를 나눈다. 바람은 등산객을 따라다니며 말을 건다. 등산객이 알아듣지 못하면 나뭇가지를 흔들며 뜻이 전달되도록 노력하지만 바람과 대화하는 등산객은 그리 많지 않다. 바람은 등산객들에게 산의 정기와 숲의 요정 등에 대해 설명하기를 좋아 한다. 나무와 풀의 종류, 그리고 꽃과 새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잘대며, 계곡과 바위의 위대함을 노래하기도 한다. 이따금 바람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을 만나면 매우 즐거워하면서 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곤 자꾸 찾아와 주기를 기대한다.
요즘의 바람은 일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차원을 넘어서서 직접 산업 일선에 뛰어들었다. 과거에는 어린아이의 장난감이나 심심풀이 놀이도구에 불과했던 바람개비 돌리기가 이제는 큰 일감이 되었다. 청정 환경을 표방하는 풍력발전의 개발 때문이다. 매우 큰 바람개비를 돌려 전기를 발생시켜야 하기 때문에 바람은 여간 고역이 아니지만 기껍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바람개비를 돌린다. 바람은 농부와 어부 그리고 옛날의 나무꾼들을 생각하면서 쇠로 만든 무거운 풍차를 돌린다. 바람도 일이란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결실을 기대하며 일하는 즐거움을 직접 느끼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문학 > 수필과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에서 사는 바람 (0) | 2013.10.07 |
---|---|
바람과 깃발 (0) | 2013.10.07 |
오름에서 만난 바람 (0) | 2013.10.07 |
鷄龍山 잡신 속에 묻혀 살던 바람 (0) | 2013.10.07 |
허풍 掌風 (0) | 2013.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