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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필과 산문

강에서 사는 바람

에서 사는 바람

 

 

강에서 사는 바람은 물 길 따라 나뭇잎 배를 흘려보내는 즐거움에 항시 취해 있다.

황포돗대를 몰아 본지 무척이나 오래인지라 그 추억을 잊을 수 없어 나뭇잎이라도 이리저리 흔들며 뱃놀이를 한다.

물길을 돌 땐 바위 절벽에 걸려 다칠 경우도 있고 넓은 모래톱에 나뭇잎이 걸릴 때면 바닥에서 떼어 내 물 위로 다시 띄우기 위해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하기도 한다.

강바람은 나룻배가 강을 건너는 순간을 가장 좋아 한다.

뱃사공과 오랜 친구가 되어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심심치 않아서 좋다.

바람은 나룻배가 강을 건너기 시작하면 재빠르게 달려가 힘껏 밀어준다.

사공이 노 젓는 것도 도와주면서 배에 탄 사람들의 잡담에 귀를 기울인다.

농민에서부터 장사꾼과 사기꾼 그리고 벼슬아치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들로부터 항간의 온갖 세상물정을 듣고 배운다.

강에서 사는 바람은 물고기와 친할 수밖에 없다.

잉어와 대화를 하기 위해 물 위로 튀어오를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리기도 한다.

주로 아침과 저녁에 고기들이 머리를 물 밖으로 내미는데 작은 놈들에게도 일일이 인사를 하다가 대물이 갑자기 튀어나와 물을 찰 때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바람은 물 밖에서 물속의 고기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같이 놀아 줄 수 없는 신세를 한탄해보기도 한다.

강바람은 강가 갈대숲에서 늘 서성거린다. 어떤 땐 갈대를 헤치며 힘껏 달려보기도 하고 크고 작은 갈대들을 부러져라 하고 이리저리 흔들며 못살게 굴기도 한다.

강가에 있는 갈대와 잡풀들을 심심풀이 대상으로 삼은지는 오래된 일이다.

물론 풀씨를 여기저기 보내 넓게 퍼뜨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씨를 도와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소일거리로 좋기 때문이다.

강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에 관여하는 것을 강바람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에서 노니는 바람은 다른 바람에 비해 퍽 여유로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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