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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필과 산문

고장 난 풍향계

고장 난 풍향계

 

 

지구에 있는 공기가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지역별 및 고도별 온도와 기압이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른 조건의 차이로 인해 대기가 이동하는 현상은 바람으로 나타나며 보통의 경우 주위보다 기압이 높은 구역인 고기압에서 밖으로 나가는 형상이 되고 지구의 자전에 의한 전향력으로 시계 방향으로 불어나가는 것이 바람의 방향이 된다.

 

바람 방향은 동· 서· 남· 북 4방을 기본으로 방위각을 정하고 북서· 남서· 북동· 남동 등을 더해 8방위로 통상 표기하지만 태풍의 진로 등 필요시 “북북서로 이동 중” 과 같이 보다 세분화된 16개 방위로 바람 방향을 발표하기도 한다.

 

풍향은 말 그대로 바람의 방향이다. 풍향은 지역별· 계절별로 일정한 양상을 보인다. 겨울철에는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 와 북풍 또는 북서풍이라 하고 여름에는 태평양의 영향을 받아 남풍이 분다. 샛바람(동풍), 갈바람(서풍), 마파람(남풍), 된바람(북풍) 등의 용어는 생활 속에 우리말이 자리 잡은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측정하는 계기를 풍향계라 하는데 보통 수직의 축대에 회전이 자유로운 화살 또는 새 모양의 장치를 직각으로 단 것을 사용하며 공항 등지에서는 눈에 잘 띄는 큰 표지물을 사용한다. 천문대 등 기상 관측기관에서는 풍향계를 풍속계와 더불어 기후측정의 중요 장치로 취급한다.

 

그런데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에서는 선풍기나 에어컨이 작동되어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오색 띠를 매달아 풍향계로 삼는다. 풍향은 바람이 부는 방향을 말하지만 일상적인 용어에서는 모든 사항의 추세나 흐름을 표현할 때도 사용한다. 신문에서 민심의 흐름을 측정할 때 “풍향계” 란 특별란을 신설해 기사를 게재하는가 하면 여야 정치권의 흐름을 “어떠 어떠한 풍향” 이라고 하기도 하고 경제 전쟁이나 국제적 급격한 변화를 말할 때도 “00파도와 더불어 00풍향이 몰려 온다” 라는 식의 표현이 많이 동원된다.

 

다시 말해 국민생활과 밀접한 사항들의 측정을 위해서는 관련 풍향계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풍향계의 역할은 중요한 것이고 잘 활용되어야 할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풍향계는 고장이 잘 난다. 태풍으로 아주 멀리 날아가 버리기도 하지만 돌풍이나 회오리바람으로도 화살이 휘거나 날개가 부러져 제대로 기능발위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항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보수해 주어야 할 대상이다. 마찬가지로 민심의 풍향계도 잘 가동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편이다. 민심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면 엉뚱한 정책이 나타나게 되고 국민은 그만큼 피곤하게 된다. 국가가 보다 더 발전하고 국민이 잘 살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 저변층의 생활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치· 경제 등 모든 국내 분야는 물론 국제정세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측정이 필요하다.

 

이는 민심의 풍향계가 고장 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판에서 상당수 유명 정치인들은 항시 “국민들의 뜻”이란 말을 내 걸고 국민을 팔아먹는다.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자기네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마치 국민이 원하는 것인 양 왜곡하게 된다. 이러한 원인은 정당에 있는 풍향계가 항상 고장 나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선거 때가 되면 민심 수렴 운운하며 풍향계가 고장 나 있는지 점검하고 수선하려 하는 것은 좀 다행스럽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대충 고치지 말고 다시 고장 나지 않도록 튼튼하게 고쳤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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