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선생님 “바람”
미국 PGA경기에서 매년 평균 스코어가 가장 낮은 골퍼에게는 “바든 트로피”를 수여하는데 동 명칭이 영국의 골퍼 해리 바든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해리 바든은 1900년 전후에 브리티시오픈대회에서 6회 우승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보다는 오늘날 전 세계 골퍼의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오버래핑 그립의 창시자이기 때문에 더욱 추앙받는 것 같다. 해리 바든은 우아한 스윙을 하는 것으로도 각광 받았는데 그의 스윙은 마치 교향악단 지휘자의 동작과 같다는 식으로 시적 평가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해리 바든이 “바람은 훌륭한 선생이다”라는 골프 어록을 남겼다고 한다. “바람은 그 골퍼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가르쳐 준다.”라는 교훈을 제시하면서 바람을 스승으로 삼아야 뛰어난 골퍼가 될 수 있다고 암시하였다. 국내 상당수의 골프장에서 화장실에 유명 골프선수의 어록을 붙여 놓고 있는데 해리 바든의 동 어록도 가끔씩 눈에 뜨인다.
아마추어 골퍼가 교훈으로 삼아 명심해야 할 항목이기 때문에 바람 부는 날이면 서로 이 말에 대해 토론하는 등 특별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문장이다. 모든 운동경기가 바람의 영향을 다 받고 있지만 골프는 바람의 영향력이 월등히 많다고 할 수 있다.
구기 종목의 경기에 있어 골프는 비거리가 가장 길어 그만큼 공이 허공에 떠있는 시간이 길고 높이도 타 종목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공이 바람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드라이버로 티샷을 할 때 뒷바람을 받을 경우 구르는 거리까지 감안해서 무려 100m이상 더 보낼 수 있다고 하니 바람의 효과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좌우 방향 조절에 있어서 바람의 장애는 더욱 크다. 바람이 항시 일정한 방향으로 불지 않고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불거나 회오리성의 도는 바람일 경우뿐만 아니라 지표에 가까운 곳의 바람 세기와 높은 공중의 풍속이 다르기 때문에 판단하기도 어렵다. 해리 바든이 지적한 “골퍼의 장단점 구분”이 분명히 나타나게 되는 이유이다.
국제골프대회에서 유명 골퍼들이 잔디를 뜯어 날리면서 바람의 강도와 방향을 측정하는 것을 많이 본다. 아마추어들도 이를 보고 따라해 보기도 하지만 바람을 활용할 정도로 정교한 스윙을 할 수 없으니 하나마나 한 행동이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바람을 스승으로 모시는 태도만큼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 골프는 바람을 무시해서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골퍼라면 해리 바든의 말대로 바람을 선생님으로 대하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바람이 선생님 역할을 하는 것이 어찌 골프뿐이랴! 배드민턴은 공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는 셔틀콕이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바람 특성에 대해 잘 공부해야만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 서울 등 대도시의 야산 및 공원에는 배드민턴 연습장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제주도의 도시 공원에는 이러한 시설이 없는 것도 바람 때문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학교 체육관에서 주로 배드민턴을 즐긴다.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배구와 야구 또는 테니스 등의 구기 종목 등도 비록 약하기는 하지만 바람의 영향력을 받는다.
바람을 무시할 수 없다. 바람은 운동선수가 바람의 힘과 능력을 잘 이해하고 따라오면 적극 협조한다. 반대로 바람을 무시하고 억지로 이기려 한다면 아주 혼을 내 준다. 바람 스스로 선생임을 자임하지는 않아도 선생 역할을 하고 싶은지는 모른다. 어찌했던 바람을 선생님으로 여겨 바람의 성질을 잘 이용하는 것이야 말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인생의 한 단면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