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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담장 위의 능소화

 

 

담장 위의 능소화

                                 유유

무어라 말해도 좋다
돌담 위에서 내 삶을 살 뿐이다

오죽 바깥세상 그리웠으면
담장을 타고 오르는 꽃이 되었을까
멀리서 바라보는 님의 모습에
얼굴 붉게 상기된 그 맘 어땠을까
양반집 규수의 상징인가
소화란 궁녀의 기다림인가

죽을 때까지 참을 수 있는 것은
꽃이 되기 위한 명예요
추한 모습 보이지 않기 위해
활짝 핀 채로 떨어지는 것도 긍지고
어사화 되어 영광을 떨치는 것도
능소화의 역할이라

길 가는 나그네 유혹하는
나쁜 년이라 욕해도 좋다
심심 야밤에 담을 넘나드는
바람난 계집이라 소문내도 무심하다
어린아이 눈병 나게 하는
독종이라 경고해도 어쩔 수 없다

능소화가 아름답게 핀 것을 보니
올핸 가뭄과 장마가 같이 오려나 보다.

..............................
능소화; 금등화, 양반꽃이라고도 불리는 중부 이남의 따뜻하고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는 덩굴식물이다. 가지에 흡착근이 있어 담장이나 벽에 붙어서 올라가는 습성이 있고 10여m까지 뻗어 나간다. 꽃가루에 갈고리가 있어 아이들 눈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옛날에는 양반집에만 심도록 되어 있었고 장원 급제한 서생의 화관을 장식하는 어사화로 사용되었다 한다. 소화란 궁녀가 임금을 기다리다 죽어 꽃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꽃말이 "명예, 영광, 자만' 등이라 한다. 꽃은 여성병에 뿌리와 잎은 피부질환에 사용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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