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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결초보은의 수크령

 

 

 

 

결초보은의 수크령/유유

 

새벽녘에 주변의 모든 정기를 빨아들여 열매를 달고

아침 햇살을 배경 삼아 패션쇼를 하던 모습도 그렇고

저녁 황혼 빛에 반사되는 수크령의 흔들림이 보이면

가을 하늘이 어느 정도 익어가고 있나 알 수 있었다

이 풀로 매듭을 지어 계집아이 골탕먹이려 했었는데

물동이를 이고 가던 아주머니가 발에 걸려 넘어지면

당황스러워 어찌할 줄 몰랐던 옛길의 그림도 나온다

풀을 엮어 적장의 말을 쓰러뜨리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해

은혜에 보답했다는 고사성어의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자손 번창 명분으로 등산객의 양말목과 바짓단에 붙어

근질근질 따끔따끔 성가시게 하는 존재로 더 알려졌다

종이도 먹는 식성의 염소도 이 풀만은 먹기 싫어하고

사냥개의 목을 타고 들어가 동물병원 수입만을 올려주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가을을 쓸쓸하게 보내야 한다

유난히도 사람 냄새를 좋아해 인가 근처에서 살면서

힘센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불편한 경우가 더 많으니

겉으로는 약해 보이고 속으로만 강해야 좋다고 하고 있다.

 

.....................

수크령; 강아지풀 비슷하나 훨씬 더 크고 줄기도 억세다. 가을이 되면 양지쪽 길가나 풀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매듭을 "그러매다'에서 그령(암크령)이란 말이 나왔고 숫놈 같은 모습이라 하여 수크령으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외국어식 발음 때문에 외래종이라는 오해도 받는다. 길갱이 또는 낭미초(이리의 꼬리 풀)라고도 부른다. 뿌리는 눈의 염증, 기침, 해수 등의 치료제로 사용한다고 한다.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 적군에 쫒기는 모습을 보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적군이 다니는 길에 매듭을 묶어 놓음으로써 적장의 말이 걸려 넘어지게 만들어 도망갈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사연이 있어 결초보은이라는 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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