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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스크랩] 삼나무 숲길을 걷노라면

 

 

 

삼나무 숲길을 걷노라면/유유

 

언제나 수필을 읽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먼 동네 입구의 천 년 언덕 바위

그리고 고령의 팽나무

그들이 알려준 의미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귀 기울여 듣고 있는 느낌이 든다

장승을 지나 서낭당 앞까지

눈을 감고 걸으면서 듣는 나그네 마음

 

시 한 편을 암송하기 위해 애쓰는

소녀의 중얼거림 속에서 시간은 흐르고

나뭇잎은 사연 기록 마친 후

불도 연기도 없는 소지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지는 광경이 보인다

계곡을 지나 산 능선 넘으며

전생의 추억을 찾고 있는 등산객 심정

 

삼나무 숲길 걷노라면

모든 생각이 스스로 동작 그만한다

희로애락의 작동도 멈춘다

혼돈의 바다에 떠다니는 종이배 되어

편안함이란 용어조차 사라진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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