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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불빛 없는 석등

 

 

 

 

불빛 없는 석등

 

                             유유

 

 

야밤삼경에 절을 찾는 나그네 있으면

석등에 불을 밝혀주련만

심산유곡엔 길 잃은 영혼 천지라

너무 밝으면 교통대란이 우려된다고 하여

형상만 있어라

 

석등은 진리를 밝히는 지혜의 상징이면 그만

불빛은 저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으니

굳이 불을 켜 놓으랴마는

봄엔 매화꽃이

여름엔 반딧불이가

가을엔 단풍의 오색 빛이

겨울엔 하얀 눈송이가

서로 불빛이 되어 사바세계의 어둠을 지워주리

 

그래도

그래도 사찰엔 석등의 불빛이 꼭 필요하다면

해우소에 야명주나 갖다 놓으렴.

 

 

 

 

 

<한라산 아흔아홉골 입구의 천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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