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며느리밥풀꽃
추석을 맞아 차례를 지낸 후에는 성묘를 간다. 예전에는 남자들만 성묘를 갔지만 요즘엔 가족 숫자도 줄고 자연스러운 남녀평등 풍토가 자리 잡아 여자와 아이들도 성묘에 동참하게 되었다. 성묘를 마친 후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옛날 얘기를 하다가 산소 근처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난 며느리밥풀꽃을 발견하게 된다. 아랫입술에 밥풀 2개 붙이고 있는 저 꽃이 시어머니에게 부지깽이로 맞아 죽은 갓 시집온 며느리의 혼이라고 설명을 해 주면 여자들은 순간 먹는 것을 중지한다. "에이 ~ 설마"하면서도 무언가 가슴이 메이는 듯 싶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먹지 못하는 서러움도 있는데 구박받아야 하는 슬픔이란 어찌 헤아릴 수 있으리요!" 성묘에 따라와 며느리밥풀꽃을 본 것이 후회되는 표정이다. 멀리 혼자 떨어져 사는 친정 어머니 생각도 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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