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나무가 부르는 가을 보내는 노래
그 많던 새들 다 어디로 갔나요
억척스럽게 달라붙어 잠 못 이루게 소리치던
원수 같은 매미떼 떠난 줄은 알았지만
나비와 벌이 슬며시 사라진 것은 미처 알지 못했네요
이젠 날파리조차도 보이지 않아요
계절이 데려왔다 데려가는 존재이니만큼
이별 인사도 못하는 매정한 생물이라 탓할 수만도 없지요
내년에 다시 만날 때 절대 타박하지 않을 거에요
비님이 몸을 적실 때 싱그러움을 느끼던 감각은
아득히 먼 오래전 일이고요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며 살던 때도
한참이나 지나간 것 같아요
이젠 비나 바람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이 마구 흔들리는 기분 들어요
파란 하늘은 점점 차갑게만 다가오고
메말라가는 대지도 불편함을 주기 시작하네요
한 때는 고운 옷 자랑했지요
단풍나무와 경쟁하며 빨간색만 찾다가
붉나무라는 이름 붙자 판정승인 양 자만했다네요
그런데 삭풍이 눈과 어름을 가져오고 있어요
과시하던 옷이 찢기고 헤어지기 시작한답니다
머지않아 몸에서조차 떨어져 나가 바싹 마르고
정처 없이 굴러다니다가 먼지가 될 줄 알지만
내년에도 또 그 옷을 장만할 것이랍니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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