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야생화
2022. 9. 21.
메롱하는 양하
숨어서 메롱 하는 양하 유유 누가 숨어 사는 선비는 멋들어지다고 했나 세파에 물들지 않으면 고상한 것인가 깊은 산 속에 묻혀 있으면 저절로 도인이 되는가 은자의 길은 고달픈 것이다 길고 큰 줄기가 사방을 막고 있고 넓은 잎사귀는 하늘을 덮고 있는 그늘에서 겨우 땅 위 올라와 그것도 하루만 꽃 피우고 자랑하려 하다니 양하꽃의 강한 의지 애달프다고 아니하리 향기조차 없어 찾기가 어려웠는데 빼곡한 풀숲을 뒤적이다 겨우 발견한 순간 메롱 하고 멋쩍은 웃음 지으니 숨어 사는 선비의 천진난만함이 바로 이것이라. 양하; 제주도의 산속에 주로 자생하는 특이한 식물이다. 봄에는 잎이 나오기 전에 가는 줄기를 뽑아 먹고 가을에는 꽃이 피기 전 꽃대를 따다가 나물이나 장아찌를 비롯해 각종 음식에 활용하고 추석 차례상에도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