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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필과 산문

콧바람

콧바람

 

코로 내보내는 바람이나 기운을 콧바람이라고 한다. 코를 통한 날숨과 들숨이 콧바람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에 절대적으로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등지에서 사람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손을 코에 갖다 대고 콧바람이 나오고 있는지 여부를 측정해 보는 장면도 이 때문이다. 그런 콧바람이 소리를 내면 콧방귀가 된다. 하지만 콧바람과 콧방귀는 쓰이는 용도가 전혀 다르다.

 

 "코에 바람이 들면 안 된다"라는 옛말이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조선시대는 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여인네들은 집에서 함부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다가 기존의 생활반경에서 벗어나 색다른 곳을 보게 되면 결코 잊을 수 없게 되고 다시 보려는 욕망이 불같이 일어난다. "여자가 담 너머 세상을 보기 위해 널뛰기가 만들어 졌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 밖의 모습을 동경하던 시대에 밤마실을 할 수 있다면 아마 매일 다녔을 것이다. 코에 바람이 들면 집을 나가기 때문에 이러한 말이 생긴 것 같다.

 

콧바람이라는 용어에는 여행의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흔히 여행을 갈 때 "콧바람이나 쐬러 간다."라고 하기도 하고 여행의 욕망이 강할 때 "콧바람을 쏘이고 싶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무슨 콧바람이 쐬여서 예까지 왔느냐?" 라고 할 때도 힘든 여정이었음을 암시한다. 콧바람을 쐬는 것은 집을 나서는 것이다. 집을 떠나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고생을 해야 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콧바람을 쐰다고 하면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움을 주지만 육체적으로는 고통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몸에 있어 코가 얼굴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또 앞으로 튀어 나와 있는 관계로 바람을 제일 먼저 감지하게 되는 탓으로 색다른 의미가 부여된 것으로 생각된다.

 

콧바람은 방황을 뜻하기도 한다. 여행이 도를 지나치면 방황하게 된다. 조상을 비판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김병연은 평생 방황을 함으로 인하여 "방랑시인 김삿갓"이 되었다. 흔히 "역마살이 끼어 한군데 붙어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태어날 때부터 콧바람이 들어 있음을 암시한다. 서양에서는 떠돌이 족에 대해 포괄적으로 "집시"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떠돌이들을 절간에서 수용하여 밥을 주었기 때문에 "사당패"라 불리었고 이들이 독특한 재간을 익혀 공연을 하는 전통이 내려와 "안성의 남사당패" 같은 전문 집단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어쨌든 집을 나오면 괴롭다. 잠시 콧바람을 쐬는 것은 좋을지 몰라도 떠돌이까지 되어서는 곤란하다.

 

코에는 콧구멍이 2개인데 두 개의 콧구멍에서 나오는 바람의 세기가 항시 다르다. 감기에 걸리면 그 차이는 두드러지게 나지만 평소에도 직접 실험해 보면 약간의 차이가 나는 것은 측정할 수 있다. 이는 코 한 쪽이 열심히 일을 할 때 다른 한 쪽은 잠시 쉬고 있는 현상에서 기인하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매 5~7시간 정도의 주기로 상호 번갈아 가며 교대하면서 일과 휴식시간을 갖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콧바람이 묘한 여운을 주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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