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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필과 산문

바람의 속도

 

 

바람의 속도

 

자연현상에 있어 빠른 속도의 기준은 대부분 소리의 속도 즉 음속이 된다. 음속은 고도나 온도 및 습도가 반영된 복잡한 공식을 거쳐 계산되지만 보통 초속 340m라고 일컫는다. 인간들은 음속을 뛰어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마하 10의 비행기를 개발한다면 꿈의 실현이라며 온통 난리를 칠 터인데 그래봐야 초속 3,400m에 불과하다. 이에 비교할 때 빛의 속도 즉 광속은 말 그대로 천문학의 계산 방식으로 대략 초속 30km라는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광속 보다 더 큰 속도 단위로 타키온이 나왔고 또 다른 용어가 나올지도 모른다.

 

음속이나 광속과 비교해본다면 풍속은 그야말로 느려터진 자연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느린 풍속이야말로 속도를 가늠하기가 훨씬 어려울 수 있다. 토네이도는 첨단과학의 선두주자임을 자랑하는 미국에서도 초속 200m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이며 풍속 0인 고요가 언제 갑자기 풍속 10의 노대바람으로 바뀔지 바람만이 알 수 있다. 흔히 최고의 바람이라고 하는 태풍이 초속 30m정도라고 하니 바람이 어느 정도 느린지 알 수 있는 반면 바람이 음속을 쫒아갈 정도라면 인간은 바람과 더불어 살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풍속은 지면에서 10m높이인 곳에서 풍속계로 측정한 바람의 빠르기이며 바람의 세기를 의미한다. 또한 시간에 따라 풍속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보통 10분 동안의 평균 속도를 풍속으로 나타낸다. 풍속계는 영국의 로버트 훅이 1667년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풍속계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형태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밥공기 같은 물체 34개를 회전축에 붙여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람을 받으면 자유롭게 회전하고 바람의 세기에 따라 도는 속도가 나오기 때문에 풍속을 계산해 낼 수 있다. 풍속계는 풍향계와 더불어 설치되며 천문기관에서 기후를 측정하는 주요 도구로 활용되고 있고 공항 등 비행과 관련해서는 중요 요소로 다뤄진다.

 

비록 느리다지만 바람의 속도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풍속에 계급을 부여해 구별하고 있다. 흔히 연기가 똑바로 올라가는 수준인 초속 0.2m 이하인 상태를 고요라 칭하며 이어서 초속 24~28m인 노대바람에 이르기까지 실바람, 남실바람, 산들바람, 건들바람, 흔들바람, 된바람, 센바람, 큰바람, 큰센바람 등 10단계로 구분하고 그 위 단계에 왕바람과 싹쓸바람을 추가 제시한다. 아마도 축정하기 어려운 태풍이나 토네이도 등을 고려한 뜻일 것이다. 바람 속도에 등급을 먹여 건축 기준 등에 활용하고 있지만 단순한 숫자로 바람을 파악하기란 용의치 아니하다. 이로 인해 뜻하지 않게 낭패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람의 속도는 예측불허이다. 아마 바람을 타고 날아 본적이 있는 낙엽만이 바람의 변화무상한 속도를 알지 모른다. 흔히 유행은 바람 따라 간다고 한다. 양복과 넥타이 정장 유행이 1,000년을 넘어서도 아직 전 세계를 장악하지 못할 정도로 느린 바람이라면 여성의 화장품은 개발 즉시 모든 여성이 사용할 정도로 빠른 바람이 된다. 인간 생활에 있어서 바람의 속도는 교통과 통신에 좌우된다. 자동차와 열차는 물론 비행기 등 교통수단이 바람보다 빠르기도 기도 하지만 신문·방송 등 언론 매체와 더불어 인터넷이 풍속의 변화를 가속화 시켰다. 바야흐로 어떤 바람이 언제 이곳에 닥칠지 알기 어려워지는 세상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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