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두는 그물
어느 어린아이가
바람을 잡아 가두어 놓았다고 하여
따라가 보았더니
그물은 그대로인데
바람은 온데간데없길래
그것이 헌 그물 탓이라 하면서
새 그물 장만하라고
돈을 주었더니
비닐봉지를 사오더라
바람을 잡는다는 아이가
이번엔
정말 바람을 잡아서
단단히 가두어 놓았다고 하여서
찾아가 비닐봉지 열어 보았더니
바람은 흔적도 없고
냄새만 나더라
그 아이에게
바람을 잡는 것도
가두어 놓는 것도
비닐봉지보다는
그물이 더 낳다 했더니만
그런 그물 있으면
천 년을 두고라도
만들어 보겠다 하더라.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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