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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처녀치마

 

 

처녀치마  /유유

 

말괄량이 소녀일까

조금은 붉은 빛 염색 머리 흩날리며

천방지축 뛰어놀다가

푹신한 땅바닥에 플레어스커트 펼치면서

털썩 주저앉아

멋쩍은 웃음 보이는 그 천진난만함

 

 

 

 

아니면 정숙한 여인의 자태일까

교양으로 뭉쳐진 보랏빛 얼굴에 미소 머금고

흔들림 없는 동작에

치마가 절대로 들춰지지 않도록

바닥에 바짝 붙인 채

참선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무게감

 

 

 

 

어떻게 보아주든 무슨 상관이랴

처녀치마는 침묵해도

총각들의 갈비뼈 뒤에 있는 심장의 뛰는 소리

지축을 울리게 하니

봄이 익어 가는 산속에 활기를 더해

그로써 족하다 하거늘.

 

 

 

처녀치마; 다소 높은 산지의 기슭이나 초원 양지 또는 습기 많은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자화동방호마화나 치마풀이란 이름도 있다. 넓은 잎이 땅바닥에 사방으로 둥글게 펴져 있는 모습이 치마와 비슷하다고 하여 처녀치마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꽃은 4~5월에 연한 홍색으로 피다가 자주색으로 변한다. 꽃말은 “절제, 희망”

 

<제주엔 처녀치마가 없어서 얼마 전 충북 제천에서 담아 온 모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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