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菩提樹] 이야기
보리수; 뽕나무과의 상록 교목으로 인도 원산이다. 가지가 뻗어서 한 포기가 작은 숲을 형성할 정도로 무성하다. 원산지에서는 높이 30m, 주위 6m 정도로 자라고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고 넓은 달걀 모양이며 끝이 꼬리처럼 뾰족하고 두껍다. 잎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길이 10~15cm이며 잎자루가 길다. 열매는 무화과(無花果)처럼 생기고 2개씩 달리며 지름 1cm 정도이고 검은 자줏빛으로 익으면 식용한다.
불가에서는 인도의 녹야원에 있는 이 나무 밑에서 석가모니가 도(道)를 깨달았다고 하여 매우 신성한 나무 중의 하나이며 이 나무 근처에 절을 짓고 뜰에도 이 나무를 심는다. 지금 있는 보리수는 석가모니가 앉았던 나무가 아니라 1885년 쿠닝검이 옛 위치를 찾아 그 자리에 심은 것이라고 한다. 캘커타에서 서북쪽 467km, 흰두교 성지 바라나시의 북동쪽 13km 지점이 불타가야(佛陀伽耶)의 성지로 되어 있다.
이 나무를 불교에서는 범어로 마음을 깨쳐 준다는 뜻의 Bodhidruama라고 하며 Pippala 혹은 Bo라고 히였는데, 중국에 불교가 전래되면서 한자로 변역할 때 그대로 음역하여 보리수(菩提樹)라는 이름이 생겼다. 보리수라고 부르지만 보리수란 이름을 가진 것이 여러 개이므로 이를 구별하기 위해 보제수 또는 인도보리수라고 한다.
부처가 인도 녹야원의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다음 5명의 제자에게 최초로 설법하였다고 하지만 인도는 흰두교의 나라가 되어 있기 때문에 녹야원이나 보리수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변의 동남아 다른 나라에서는 매우 중시하고 있어 그 형상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사진은 미얀마의 포퐈산에 있는 상징물로 보리수 아래의 설법 장면이다)
동남아지역은 열대우림지역이 많아 보리수나 같은 계열의 유사한 나무들이 크고 오래 살기 때문에 각국의 여러 지역에서 역사와 유물이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오래된 사찰 주변엔 보리수나무가 많다고 한다.
(사진은 캄보이아의 고대 유적지인 앙코르와트 돌 건축물을 나무 뿌리가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태국 중부지역에 있었던 아유타야 왕조는 불교가 아주 번창했던 나라인데 거대한 사원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고 불상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가운데 어느 사원에 있는 보리수나무 뿌리 사이에 불상이 있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어느 사람들은 깨달음의 상징인 보리수나무가 굴러다니는 부처님의 머리를 보존하기 위해 뿌리로 감싸 놓고 후세에 그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석가모니 즉 인도에서 태어난 고타마 싯달다는 어머니의 옆구리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줄기나 잎 가지에서 꽃대가 나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보리수나무는 잎의 중간에서 꽃대가 나오고 열매도 잎 가운데에 달려 있고 이 나무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보리수나무와 부처와는 모든 면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찰에서 가끔 커다란 보리수나무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불가에서 이야기 하는 보리수는 아니다. 본래의 인도보리수 나무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살 수가 없고 인도보리수라고 하는 나무의 잎과 크기 및 모양이 비슷한 피나무과의 낙엽지는 활엽 큰키나무인 [보리자나무 Tilia miqueliana], [찰피나무 Tilia mandshurica], [염주나무 Tilia megaphylla] 등을 보리수라고 부르면서 여러 사찰에서 심어 기르고 있다.
사진은 전북 부안의 내소사에 있는 피나무과의 보리수(틸리아 염주나무)이다.
보통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보리수 열매라고 하는 것은 위에서 이야기 한 보리수와는 전혀 무관한 식물로 일본에서 수입된 보리수나무과의 뜰보리수(왕보리수)라는 나무의 열매이다.
아주 맛있고 먹음직해 보이지만 씨만 크고 맛은 없다.
슈베르트의 음악 "겨울 나그네"의 제5곡이 [보리수]인데 인도의 보리수나 우리나라의 토종 보리수나무 또는 일본과 중국의 뜰보리수와는 전혀 다른 유럽피나무의 일종이라고 한다.
빌헬름 뮐러의 시 "Der Lindenbaum" 를 번역한 것인데 린덴바움이 사찰의 보리자나무나 찰피나무와 비슷하다고 보고 보리수로 번역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토종 보리수나무는 보리수나무과의 작고 볼품없는 낙엽관목으로 꽃도 작고 열매도 작으면서 시고 떫은 맛이 나는데 그래도 약간의 단맛 때문에 어릴 때는 뽀리똥(파리똥, 뽈똥)이라고 해서 많이 따 먹었다.
추억을 불러오는 보리수나무
친구 집 담장에도 뽀리똥나무 한 그루 있었다
그러나 그 나무 열매는 겨울 보관용이라 하여 손 못 대게 하였다
그래서 친구와 뒷산에 올라 뽀리똥을 따 먹으면서 웃었다
너무 작아 먹으면서 굶어 죽겠다고 말이다
다닥다닥 열매가 많이 달려 손으로 훑어 한 움큼씩 먹기도 했다
나뭇가지 채 꺾어서 갖고 돌아다니면서도 먹었다
달콤하면서도 떫은 그 맛을 상기하면 입에 침이 고인다
지금도 이 열매만 대하면 친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도 뽀리똥의 아련한 맛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어머니는 밥그릇에 보리수나무 열매를 가득 따 오셨다
이 뽈똥이 기침 감기를 예방해 줄 터이니 많이 먹으라 하셨다
무엇 무엇에도 좋다면서 부지런히 먹으라 하셨다
천천히 한 개씩 입에 넣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끼셨던 모양이다
그릇을 빼앗더니만 숟가락으로 열매를 짓이기기 시작하셨다
눈물을 흘리면서 다 먹을 수밖에 없었다
보리수나무 열매를 보면 어머니가 떠오르게 된다
지금도 그 열매를 먹으면 눈물이 맺혀진다
새콤달콤한 맛과 어머니가 어우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보리수나무와 비슷한 것으로 보리밥나무가 있다. 같은 보리수나무과에 속하나 상록성으로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바닷가에서 주로 자란다. 열매도 토종 보리수나무 보다 조금 크고 맛도 더 좋은 편이다.
<보리밥나무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