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옷 사스래나무
유유
키가 큰 나무는 높은 산 올라가기 힘들어
대충 올라가다가
바람 시원하다는 핑계 대며 그냥 자리 잡고 눌러산다는데
<수꽃>
그럴 수는 없다면서
큰 키는 억지로 줄이고 곧은 줄기는 구부리고
억척스럽게 기어 올라가 험한 곳에서 사는 사스래나무
<암꽃>
엄동설한에 아주 높은 산 정상 부근에서 어찌 살아갈까
모질게 휘몰아치는 칼바람이 아프지 않을까
그런데도 얇은 종이옷만 입고 서 있는 사연이란
청산해야 할 전생의 업보가 얼마나 크단 말인가
늦게 오는 봄이라도 암꽃과 수꽃을 구분해서 매년 어김 없이 피우건만
아직도 하산할 수준의 도를 이루지 못한 모양이다.
사스래나무; 자작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높은 산에서 자라는데 한라산의 경우 해발 1,800m 이상부터는 키가 작아져 소교목이 된다. 보통 높이 3∼15m, 지름 약 1m 정도이고 나무껍질은 잿빛이 섞인 흰색으로 종잇장처럼 벗겨져서 오랫동안 남아 있다. 꽃은 암수한그루로서 5∼6월에 피고 수꽃은 아래로 처지며 암꽃이삭은 곧게 선다. 꽃말은 “당신은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