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아재비의 존재감
유유
아재비 소리 들을 때의 슬픔
사람만이 존재를 과시하고 싶을까
동물은 물론이거니와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 애절함을 알까나
멋진 특기와 강한 무기를 갖고 있음에도
빌어먹을 때와 장소가 안 맞아
천덕꾸러기 취급받을 때의 허탈감이란
차라리 돌이 되고 싶은 심정
겨울을 기다린 맥문아재비
삭막한 산기슭 앙상한 나무 밑에서
우아하고 풍성한 푸른 이파리의 곡선을 그리고
코발트 빛 광채의 보석 매달곤
이젠 아재비 같은 소리 집어치우라고 한다.
맥문아재비; 제주도 및 남부지방 저지대나 산기슭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왕맥문동으로도 불린다. 이파리가 맥문동을 닮아서 아재비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나 보라색의 맥문동 꽃과 달리 7~8월에 하얀 꽃을 피우고 가을의 열매도 검은색이 아니라 남보라색이어서 겨울철 눈이 내렸을 때 코발트 빛깔의 진가를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