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유유
밥풀로 봉투를 붙여서 우체통에 넣으면 되지요
편지지 없으면
나뭇잎 펼쳐서 쓰면 되었건만
편지를 써봤어야 쓰지요
써보지 못한 편지인데
감정이야 있지만
글로써 표현 못 하는 바보 되어
편지지 주물럭거리다가 쓰레기통으로 던지네요
침 발라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 넣으면 되지요
연필이 없으면
숯덩이 갈아서 쓰면 되었건만
편지를 써봤어야 쓰지요
한 번도 안 쓴 편지인데
느낌이야 있지만
종이로 전달 못 하는 멍텅구리
봉투만 만지작거리다가 서랍 속에 다시 넣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