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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작약 이야기





작약 이야기/유유

 

따사로운 햇살에 깜박 졸았는데

꿈결에 산에서 내려왔던 그때가 보여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고향 떠난 지 아마 천 년은 넘었을 것이라는

망각의 강이 펼쳐진다

 

흰 무명천으로 걸쳤던 옷은

오색찬란한 비단으로 바뀐 지 오래

바위도 유혹할 수 있는 향기를 풍기면서

천사만 찾는 정원에 살다 보니

고향을 잊게 되는 것은 당연하리라

 

본래는 수줍음 많은 산골 색시였는데

어쩌다가 농염한 귀부인 되었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웃음으로 받아주며

세상 변해가는 흐름에 따라

그렇게 살게 되었다고 중얼거린다

 






작약; 산지에서 자랐으나 오랜 옛날부터 관상용으로 가꾸어 왔다. 뿌리가 진통, 복통, 여성병, 빈혈, 타박상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어 약재로도 재배되었다. 꽃의 모양에서부터 색깔, 향기, 열매 등이 서로 다른 여러 품종이 개발되어 정원이나 화단에 식재된다. 꽃말은 "수줍음"







작약 사촌 <모란>



* 모란과 작약의 꽃은 언뜻 보면 같아 보이지만 모란은 나무 종류로서 잎도 자세히 보면 다르지만 꽃은 느낌이

  많이 차이가 난다. 모란의 색이 훨씬 강하고 윤기가 난다. 







작약의 조상 <백작약(산작약)>




백작약의 가슴앓이/유유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입을 크게 벌려 수다를 떨기도 하고

방정맞게 몸을 흔들고도 싶은데

산속에서 홀로 고상한 척

품위만 지키며 살라 하네요

 

잠시라도 청순가련형을 벗어나

진한 화장 해 보고 싶고

독한 향수 냄새 풍기고도 싶어요

우아한 자세 떨치고 일어나

흰 적삼 찢어져도 좋으니

왈가닥 놀이도 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태생이 그러면 그렇게 살아야지요

청아하고 고귀한 자태

그것이 백작약의 길이라 하니

바라옵건데 숲 속의 처녀 귀신이나

되지 않게 해 주세요.













작약의 꽃은 다양한 색으로 변화되어 있다.






작약에는 다음과 같은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아랍지역으로 추정되는 어느 나라에 파에온이라는 공주가 있었는데

사랑하는 왕자가 먼 곳의 싸움터로 떠나자 그를 기다리며 살고 있었지만 왕자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공주는 이제나 저제나 하고 왕자가 돌아오기만 기다리며 살았다.  

 

수많은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눈먼 악사 한사람이 대문 앞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공주는 그 노랫소리가 하도 구슬퍼 귀를 기울여 자세히 듣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노래의 주제가 "어느 왕자가 전쟁 중 공주를 그리워 하다가 마침내 죽었다"는 사연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왕자는 죽어서 모란꽃이 되어 머나먼 이국땅에서 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주의 슬픔은 갈수록 더해지자 굳게 마음먹고 악사의 노래 속에서 가리키는 머나먼 이국땅을 찾아가서

모란꽃으로 변해 버린 왕자 곁에서 열심히 기도를 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왕자의 곁을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공주의 정성은 마침내 하늘을 감동시켰으며 

하느님은 공주를 작약(함박꽃)으로 변시켜 왕자의 화신인 모란꽃과 나란히 같이 지내도록 했다고 한다.  

 

모란이 피고나면 바로 작약이 뒤를 따라 피는데 전설과 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모란과 작약의 학명이나 속명이 같은 이유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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