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 소묘(1)
유 유
강형 요즈음 퍼팅이 잘 안되는가 보구려
고 총무는 왜 그리 등이 굽어 보이는가
조 프로는 여전히 짠돌이 소릴 듣지
모처럼 찾아주어 고맙구려
이 회장은 몸이 아주 나빠졌나 봐
박 사장은 아들이 용돈 잘 안 준다고
최 영감은 최근 무얼 하고 지내는지
본지 꽤 오래된 것 같아
건강과
친구와
돈이
늙을수록 필요하다는 것을 알겠지
홀인원 했을 때
무슨 그딴 나무 심느냐고 물었었는데
그대들도 이제는
따라 하려 한다며
아주 편안하다네
비싼 땅에 좋은 자리 잡아서
전문 관리인 보살펴 주고
무엇보다 찾아주는 사람 많아서 좋아
수목장 소묘(2)
유 유
지신밟기 하는 무당
끊임없이 톱질하는 목수
앉아 일어서 자세 조절하는 저격수
이런 모습들은 전수되나 보다
펄쩍펄쩍 뛰는 오두방정 또 보네
땅이 아프다고 하니 그만 좀 때려
어이쿠 허리 부러질라 중심 잡아
굿 샷이 아니면 어때 다 괜찮은 거야
커지지도 않는데 왜 그립만 만지작거려
신중 또 신중 기다리는 사람 생각도 좀 해
쳤으면 빨리 비켜
구경하는 귀신 속 터져 죽겠네
고개 드니까 공이 물에 빠지잖아
삼시기 되었냐 앞바람 뒷바람도 모르게
배꼽 나왔다
죽어서도 코치해야 한다냐
기념식수 할 때 거창하다고
유택 마련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장만한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얻은 안식처란 말이다
수목장 소묘(3)
유 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 제공
비 오는 날에는 우산 되어주고
바람 부는 겨울철 방풍 역할 하니
늘 사람들이 옆에 오게 되더라
살포시 기대어 주는 사람은 참 좋다
그런데 왜 티로 콕콕 찌르냐
때론 수액이 나올 수도 잎이 떨어질 수도
그런 것이 나무 아니더나
예전보다 그림이 많이 바뀌어 간다
노땅 골퍼보다 젊은이 더 많고
부부간인지 애인 간인지 쌍쌍이 느는데
여인들의 수다 장 되는 것은 좀 그렇더라
며칠 전 김 회장이 옆에 새로 입주했단다
자손들이 자기처럼 해 주지 않을 거라면서
다른 친구들 보니 미래를 알 것 같다면서
나야 어찌하던 심심찮아 좋지
세월은 흐르게 마련이다
가족도 친구도 주변환경도
그대로 있는 것은 없다
나만 천 년을 버티려 한다면 욕심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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