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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조-삶

[스크랩] 수목장 소묘 3편

수목장 소묘(1)

                                 유 유

 

강형 요즈음 퍼팅이 잘 안되는가 보구려

고 총무는 왜 그리 등이 굽어 보이는가

조 프로는 여전히 짠돌이 소릴 듣지

모처럼 찾아주어 고맙구려

 

이 회장은 몸이 아주 나빠졌나 봐

박 사장은 아들이 용돈 잘 안 준다고

최 영감은 최근 무얼 하고 지내는지

본지 꽤 오래된 것 같아

 

건강과

친구와

돈이

늙을수록 필요하다는 것을 알겠지

 

홀인원 했을 때

무슨 그딴 나무 심느냐고 물었었는데

그대들도 이제는

따라 하려 한다며

 

아주 편안하다네

비싼 땅에 좋은 자리 잡아서

전문 관리인 보살펴 주고

무엇보다 찾아주는 사람 많아서 좋아

 

 

 

수목장 소묘(2)

                                                   유 유                                      

지신밟기 하는 무당

끊임없이 톱질하는 목수

앉아 일어서 자세 조절하는 저격수

이런 모습들은 전수되나 보다

 

펄쩍펄쩍 뛰는 오두방정 또 보네

땅이 아프다고 하니 그만 좀 때려

어이쿠 허리 부러질라 중심 잡아

굿 샷이 아니면 어때 다 괜찮은 거야

 

커지지도 않는데 왜 그립 만지작거려

신중 또 신중 기다리는 사람 생각도 좀 해

쳤으면 빨리 비켜

구경하는 귀신 속 터져 죽겠

 

고개 드니까 공이 물에 빠지잖아

삼시기 되었냐 앞바람 뒷바람도 모르게

배꼽 나왔다

죽어서도 코치해야 한다냐

 

기념식수 할 때 거창하다고

유택 마련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장만한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얻은 안식처란 말이

 

 

수목장 소묘(3)

                                                   유 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 제공

비 오는 날에는 우산 되어주고

바람 부는 겨울철 방풍 역할 하니

늘 사람들이 옆에 오게 되더라

 

살포시 기대어 주는 사람은 참 좋다

그런데 왜 티로 콕콕 찌르냐

때론 수액이 나올 수도 잎이 떨어질 수도

그런 것이 나무 아니더나

 

예전보다 그림이 많이 바뀌어 간다

노땅 골퍼보다 젊은이 더 많고

부부간인지 애인 간인지 쌍쌍이 느는데

여인들의 수다 장 되는 것은 좀 그렇더라

 

며칠 전 김 회장이 옆에 새로 입주했단다

자손들이 자기처럼 해 주지 않을 거라면서

다른 친구들 보니 미래를 알 것 같다면서

나야 어찌하던 심심찮아 좋지

 

세월은 흐르게 마련이다

가족도 친구도 주변환경도

그대로 있는 것은 없다

나만 천 년을 버티려 한다면 욕심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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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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