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리는 전문가 바람
괜스레 “바람에 날린다” 라는 말이 있었겠는가?
날리는 것은 바람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을 “멀리 날려 버리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인사이동에서
쓰거나 한 무리에서의 축출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것도 바람의 말에서 빌려온 것이다
“이름을 날리다” 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인용된 것이다
말하자면 “날리다” 라는 말은 바람의 전용어인 셈이다
바람은 모든 것을 날릴 수 있다
작게는 먼지를 날리고 크게는 집채도 날린다
티끌이 마음속의 번뇌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것도 날리는 것이 된다
화가 날 땐 멀리서 황사를 가져와 이 곳 저 곳 확 뿌려대지만 마음이
차분해 지면 솜털만 날리게 한다
심술이 발동되면 모자를 날리며 기분 좋으면 종이비행기 날린다
낙엽을 날리며 시인이 되기도 하고 원반을 날리며 운동선수도 된다
사진 찍는 사나이에게는 넥타이를 날려 멋을 내 준다
고독한 산책길 아가씨에게는 스카프를 날려 운치를 더해 준다
인기 관리를 위해 이따금 치마 들 춰 날리는 치기도 발동 한다
바람이 머리카락 날릴 때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아 야속할 때도 있다
젊은 여인의 긴 생머리와 대머리 할아버지의 몇 가닥 긴 머리카락을
날리는 것은 서로 큰 차이가 난다
쑥대머리를 날려 머리 피부에 신선한 공기를 넣는 것은 좋아도 가발을
날려 창피를 주게 되면 무척 곤란해진다
그런데 바람이 사물을 날리는데 무슨 뜻이 있겠는가?
무조건 날릴 뿐인데 그럴듯한 해석을 해 준다
바람은 무엇을 날릴 때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강원도와 제주도의 관광지에는 도로에 오징어를 말리며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제주도의 이상기온 현상으로.. 한참 한치철인데도 한치가 나지 않네요..
올해는 한치값이.. 너무 비쌉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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