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자연
2024. 3. 8.
바위 이끼
바위 이끼 어느 계곡에 사는 바위는 겨울이나 여름이나 일 년 내내 벗고 살아야 하고 어느 계곡에 사는 바위는 멋진 옷을 잘 입고 살아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했는데 벌거벗은 바위는 수시로 목욕하여 깨끗한 몸 숨기는 물건도 없고 언제나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전신을 내보이면서 수억 년을 살아간다나 옷 잘 입은 바위는 늘 새 옷 마련 걱정 옷 속엔 벌레가 바글바글 목욕 못한 피부는 종기가 돋아 올라 수시로 근질근질 수명을 단축하게 한다네 이끼에 몸을 내어 준 바위는 기가 막혀 언제 옷 타령을 했던가 당장 벗어 버린 채 알몸으로 살아가고 싶건만 자연의 섭리는 어쩌지 못하도다.